[단독] “가해자가 학교폭력을 호소하는 건 2차 가해 아닌가요”③
정진영 2023. 9. 10. 08:42
“제 기억은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김히어라가 가해자라고 생각했고,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피해 내용을 제보하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김히어라한테 당하지 않은 내용까지 당했다고 말해야 할 것 같은 이상한 분위기. 당시 학교를 나온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내가 틀렸다는 걸 깨달았어요.”
일간스포츠는 최근 한 매체에 배우 김히어라의 일진 및 학교폭력 논란에 대해 최초 제보를 했던 A씨를 수소문해 어렵게 연락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지난 6일 해당 매체가 김히어라 일진설을 보도했을 당시 제보자 A씨로 등장했지만 “오해가 풀렸다”며 입장을 바꾼 인물이다.
입장을 왜 바꾼 것인지에 대해 추측이 무성했지만, A씨의 답은 의외로 심플했다. ‘죄책감’이었다.
“20년이나 지난 일이잖아요. 다른 친구들과 기억을 함께 나눠 보니 김히어라는 그 자리(폭력)에 없었던 거예요. 제 기억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자 죄책감이 몰려왔어요. 학교폭력은 정말 예민한 문제고, 제가 한 거짓된 말들 때문에 어떤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진다면 그 죄책감을 어떻게 감당하며 살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처음 제보했던 매체에 ‘착오가 있었으니 기사화를 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A씨는 일간스포츠에 “해당 매체에 내가 제보한 내용을 기사화하지 말아 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가 내게 ‘허위제보를 한 거냐’고 물었고, 김히어라를 들먹인 부분은 허위인 게 맞으니까 ‘그렇다’고까지 말을 했다. ‘그런데 OO(매체 이름) 상대로 무슨 일을 한건지 알고 있느냐’고 하더라. 협박을 받는 것 같아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A씨는 “내가 허위사실을 기사화하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XX여중 졸업생이 거기 4명뿐이냐’며 OO까지 찾아가 위로하고 김히어라 회사 사람들과 자리도 만들어줬지 않느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이후 해당 매체에 폭로자로 등장한 E, F, G, H씨 4명 가운데 H씨는 학교에서 유명한 비행학생이었고, 다른 셋 중 두 명은 자신에게 폭행을 가한 장본인이다. A씨는 “내가 원주를 떠난 지 15년여가 됐는데 여전히 사람들은 내 소식을 다 안다. 그만큼 서로간의 거리가 가까운 곳”이라며 “H씨가 김히어라의 학교폭력 내용을 고발한다고 했을 때 정말 기가 막혔다. H씨는 정말 너무 많은 악행을 한 사람이다. 뭐가 그렇게 떳떳한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빅XX에 노는 사람이 많았던 건 사실이에요. 근데 그 사람들이 다 악행을 저지른 가해자였느냐고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단지 인원이 많아서 무서웠을 뿐이죠. 절대 그런 사람들만 모인 카페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번 일로 빅XX 멤버들의 사진이 모자이크 없이 돌아다니고 하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어떤 사람은 직장에서 잘리고 어떤 사람은 이혼까지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에요. 선량한 사람들까지 신상유출이 돼서 정말 난리가 났어요.”
또 다른 제보자B 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여전히 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 선배들과 이따금씩 어울린다면서 “우리끼리는 여전히 잘지내고 있다”며 “최초 제보자가 잘못된 기억으로 제보를 했던 것이고, 지금은 오해를 푼 것으로 안다. 김히어라 언니가 가해를 하고 그런 게 없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안타깝다”고 이야기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해 증언을 하는 건 2차 가해나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생각해 보니 제가 당한 게 없다’고 했는데도 김히어라는 제게 ‘상처를 줬다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어요. 스스로 방관이라는 표현도 썼던 것 같은데 그것도 저는 맞지 않은 표현이라고 봐요. 학교에 학생이 얼마나 많은데, 누가 돈 뺏기고 있으면 김히어라가 달려와서 ‘너희 왜 돈 빼앗느냐’고 해야 하나요. 항상 서로 몰려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보단 저를 비롯해 다른 학생을 때렸던 사람들이 자신이 학교폭력 피해자라고 호소하는 걸 보고 있는 게 더 힘들어요. 그거야 말로 2차 가해 아닌가요.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이바지하고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게 보도의 목적 아니었나요.”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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