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점 찍어둔 에어비앤비가 사라졌다?

뉴욕=조슬기나 2023. 9. 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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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최근 미국 뉴욕 여행을 위해 숙박을 검색했다면 두 가지 사실을 알아챘을 것이다. 뉴욕시, 특히 맨해튼 내 호텔 가격이 예상보다 더 많이 올랐다는 점.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었던 에어비앤비 매물이 눈에 띄게 적어졌다는 사실이다. 일찌감치 점 찍어뒀던 에어비앤비 매물이 갑자기 리스트에서 사라졌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뉴욕시는 이달 6일(현지시간)부터 사실상 에어비앤비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개인이 30일 미만 단기로 에어비앤비 숙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호텔처럼 정식 등록을 하고 임대인의 개인정보, 임대수익, 계좌정보 등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만 한다. 이를 토대로 추가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145달러(2년 기준)의 등록비를 내고, 까다로운 등록 절차를 거친다고 하더라도 모든 '호스트'들이 단기 에어비앤비를 운영할 자격을 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AFP에 따르면 에어비앤비 관련 새로운 법이 시행된 6일 이전까지 제출된 3800개 이상의 신청서 중 뉴욕시의 승인을 받은 것은 300건에도 못 미친다. 고담미스트는 "에어비앤비 사이트에서 주말용 단기 예약이 가능한 뉴욕시 아파트가 전월보다 약 9000채 줄어들었다"고 법 시행 직후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세금 부담까지 생긴 만큼 향후 뉴욕시의 에어비앤비 매물은 점점 더 적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비싼 물가로 악명높은 뉴욕 여행에서 소액이나마 숙박비 절감을 기대했던 관광객들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뉴요커들은 뉴욕시의 이번 결정을 다수 반기고 있다. 이번 규제의 배경에 호텔 업계의 로비뿐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들과 좁은 숙소 건물을 공유해야만 했던 뉴요커들의 오랜 불만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뉴욕시는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일 년 365일 붐비는 대표적 관광도시다. 하지만 에어비앤비 급증으로 길거리뿐 아니라, 일반 주택, 아파트 내에도 관광객이 밀려들며 뉴요커들로선 음주, 소음 등 주거환경 침해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퀸스에 거주하는 대니 로씨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사는 건물에 낯선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에어비앤비의) 이웃들에게도 권리가 있다. 아파트는 거주하기 위한 곳이지 며칠씩 임대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에어비앤비로 뉴욕시의 렌트비가 치솟고 있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맨해튼 평균 렌트는 지난 7월 5500달러를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는데, 이러한 상승세 뒤에는 에어비앤비 여파도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초 기준으로 에어비앤비에 약 4만개 매물이 나왔음을 고려할 때, 뉴요커들이 거주할 곳도 그만큼 줄어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뉴욕시는 만성적인 주택 부족으로 늘 몸살을 앓는 지역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과거 보고서 등을 인용해 뉴욕시 에어비앤비 단기 매물이 1% 증가할 때마다 인근 임대료는 1.6% 상승했다면서 "집 주인의 생활비는 여유로워지지만, 지역 주민들의 생활비는 커진 셈"이라고 전했다.

물론 비싼 렌트비,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감당하기 어려워 집 한쪽 에어비앤비를 내놓는 이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또한 제대로 된 세금을 내지 않은 돈벌이 장사임은 분명하다. 에어비앤비 규제에 찬성한다고 밝힌 한 뉴요커는 "결국 세금 회피 아니냐"고 지적했다. 프레드 맥널티씨는 "에어비앤비는 호텔과 모텔이 따라야 하는 법과 규제를 피해 돈을 버는 '업체'"라며 "여행자들에게 더 싸고 더 유연한 선택지이지만, 문제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유경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기업들이 기존 산업의 영역을 차지하면서 창의적으로 규제를 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가져올 역풍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소규모 임대주들로 구성된 RHOAR는 "모기지 상환 능력에 여파를 미치면서 추가적인 주택 위기로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어비앤비측 역시 이번 조치가 뉴욕 관광 경제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텔 가격의 상승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맨해튼에서 근무 중인 에밀리 데코트씨는 "에어비앤비는 규제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가족을 위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여분의 공간을 활용 중인 이들에게는 악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관광업에도 좋지는 않을 것"이고 내다봤다.

관광객으로선 아쉽지만, 비록 단기간이나마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입장에선 이번 규제를 환영하는 다수 뉴요커들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공유경제가 투기놀이로 변하고 거주민들마저 밀어내고 있다면 규제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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