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150여명 우르르 내려..."바닥이 안 보인다" 요즘 명동 풍경
“쓰하오츠~(4호차).”
지난 6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 12층 면세점. 가이드가 영문으로 ‘VIP(귀빈)’라고 적힌 할인 티켓을 나눠주려고 관광버스 4호차에 탄 사람들을 부르자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입구 주변 통행로를 가득 메웠다. 면세점 직원은 “과거 크루즈로 온 중국인 관광객 5000명이 한꺼번에 면세점에 들어와 ‘바닥이 안 보였다’는 표현을 썼는데 오랜만에 이런 풍경을 다시 보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전날 인천항으로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 150여 명은 이날 10~12층 면세점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쇼핑백에 한 아름 선물을 안고 돌아갔다. 이날 방문한 시아웨이(夏卫) 옌타이(烟台)시 여행사 협회장은 “3년 만에 한국 방문인데 신축 여객선 터미널이 깨끗한 점이 눈에 띄었다”며 “오랜 기간 이웃이었던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150억원들인 옥외 엘리베이터 실력 발휘
이날 롯데면세점 옥외 주차장에는 관광버스 4대가 주차됐다. 코로나19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보복 이전에는 100대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서울시에 교통유발부담금을 내기도 했다. 롯데가 150억원을 들여 지난해 완공한 옥외 엘리베이터 3대도 이날 빛을 발했다. 100명이 넘는 단체 관광객이 순식간에 면세점으로 이동했다. 산둥(山东)성 지역 여행사 대표인 중국 교포 김혁우씨는 “단체 비자 발급이 현재 5일이 걸리는데 과거처럼 2~3일로 줄이면 더 많은 관광객이 올 수 있다”고 전했다.
인근 신세계백화점 면세점에도 개별 중국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가이드 김제련(32)씨는 “오랫동안 일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바빠질 것 같다”면서도 “과거보다 화장실이나 비상구 안내문에 중국어가 많이 빠진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신세계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능숙한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사진 촬영 용도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작품 같은 미술품을 곳곳에 설치했다. 면세점 직원은 “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 더 많은 관광객이 올 수 있다”고 귀띔했다.
전날 오전엔 인천항 송도 신국제터미널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 150여명이 방문했다. ‘중국에서 온 고객을 맞아 영광이다’는 중국어 문구가 쓰인 현수막이 붙었다. 한중 여객선은 2020년 1월 코로나19 사태로 운항을 중단했다가 지난달 중국 정부가 3년 7개월 만에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승객 운송에 나섰다.
SNS 인증샷 즐기는 유커 위해 곳곳에 미술품
현재 운항 중인 칭다오 등 4개 항로에 추가로 롄윈강 등 중국 다른 도시를 잇는 4개 항로 여객선도 다음 달까지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터미널 주변 환경 정화와 질서 유지를 맡는 시니어 봉사단도 바빠졌다. 인천 주민인 강원수(82)씨는 스마트폰으로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말을 중국어로 번역했다. 강씨는 “지역 전통 시장 등에도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아 경기가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상반기의 3배 규모인 15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12월까지 1만8000원 상당인 중국 단체관광객 전자비자 발급 수수료도 면제하기로 했다. 위챗페이‧알리페이 등 모바일 페이 가맹점 25만 개소를 추가 확대하고, 다음 달부터 부가세 즉시 환급 서비스도 제공한다.
편의점 이마트2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인이 자주 쓰는 모바일 페이 이용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시내 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인들의 결제 수단이 현금에서 신용카드를 거치지 않고, 각종 페이로 바로 넘어갔다”며 “무거운 현금다발을 갖고 다니지 않는 점도 새로운 특징”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최근 공개한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에 따른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본격적인 관광 회복 효과는 중국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에 나타날 예정이다.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는 올해 한국 GDP 성장률을 0.06%포인트 끌어 올릴 전망이다. 하지만 한은은 “중국 내수 부진과 항공편 부족 등 회복을 더디게 할 요인도 있다”며 “중국인 해외여행 수요가 실제로 방문으로 이어지도록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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