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24 선택의 시간…"될 때까지 재도전" 엑시노스 사활건 삼성

이희권 2023. 9.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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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2023' 행사에서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발표를 마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 공개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양산 일정을 고려하면 자사 설계 칩인 엑시노스와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놓고 올해도 선택의 시간이 찾아온 셈이다.

10일 정보기술(IT) 업계와 외신 등에 등에 따르면 미국 퀄컴은 다음 달 차기 플래그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8 3세대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모바일 AP는 자동차로 비유하면 엔진처럼 기기 성능을 좌우하는 칩이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한다. 폴더블폰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스마트폰 디자인이 비슷해지면서 많은 소비자가 고가 스마트폰을 살 때 모바일 AP의 성능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신형 폴더블폰 '갤럭시 Z 플립5' 옥외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실패 거듭해도…엑시노스 못 놓는 이유


애플은 자사 칩을 설계해 대만 TSMC에 생산을 맡긴 뒤 이를 아이폰에 탑재하고 있다. 퀄컴이나 미디어텍은 오로지 칩 설계만 전문으로 맡는다. 스마트폰 칩 설계부터 생산, 판매까지 모두 내재화한 곳은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성공하면 비용 절감과 이익 극대화가 가능하지만 어느 한 곳에서 문제가 터지면 다른 사업부에까지 부정적 영향이 미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다.

실제로 전작 모바일 AP인 엑시노스2300은 칩 설계와 생산 등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올해 출시된 갤럭시 S23·Z5에 탑재되지 않았다. 전량 퀄컴 칩을 사용한 삼성전자는 모바일 AP 구매비용이 70% 이상 폭등하며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엑시노스를 되도록 빨리 부활시키겠다는 삼성의 의지는 여전히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엑시노스가 당장 시장 선두권으로 올라서지 못하더라도 자체적으로 칩 설계 및 생산 능력을 보유한 스마트폰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경쟁력 차이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성능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공개석상에서 “엑시노스냐, 퀄컴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칩셋이 소비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지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삼성 스스로 공언했던 만큼 다른 칩이 아닌, 자체적으로 설계한 엑시노스 제품만이 보여줄 수 있는 차별화한 갤럭시를 시장에 선보여야 한다.

갤럭시 S23 시리즈와 갤럭시 북3 시리즈 등 삼성전자 모바일 제품의 대형 옥외 광고. 사진 삼성전자

승부수는 갤럭시 S25에서?


삼성이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활용해 4분기부터 최신 칩셋을 양산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서 설계상으로만 남고 끝내 양산, 탑재되지 못했던 전작 엑시노스2300와는 달리 엑시노스2400이 갤럭시S 시리즈에 어떤 식으로든 쓰일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갤럭시 S22에 탑재했던 자체개발 모바일 AP 엑시노스2200. 발열과 성능저하 등 논란 이후 갤럭시 S23 시리즈에는 퀄컴의 모바일 AP만 탑재됐다. 사진 삼성전자


하지만 엑시노스2400을 자칫 무리하게 투입했다가 이번에도 성능 및 발열 이슈가 발생했을 경우 스마트폰은 물론 삼성의 칩 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략 전체가 타격을 받게 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2025년 공개할 갤럭시S25 시리즈에 탑재될 엑시노스2500(가칭)에서 개발 방향과 생산 공정 등을 완전히 뒤바꿔 ‘한방’을 노린다. 뼈대가 되는 기본 설계 이외 상당 부분을 삼성만의 독자적인 최적화 작업을 적용해 개발할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차원까지 최적화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 내부에서도 “굳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승부수를 급하게 걸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에 삼성이 최고가 모델인 울트라를 제외한 기본형 모델과 플러스 모델에만 엑시노스2400을 일부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이번에도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 사이 성능 차이가 벌어진다면 소비자들이 얼마나 납득할지 의문”이라면서 “세트(완제품) 기업이면서 동시에 종합 반도체 기업인 삼성이 풀어야 할 딜레마”라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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