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확률 5000대1" 허 찌른 美상륙작전…필연이었던 인천 [Focus 인사이드]
1950년 6월 29일, 한강 남단까지 찾아가 전선을 직접 살펴본 더글라스 맥아더 미 극동군사령관은 적의 배후를 강타해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작전을 구상했다. 그리고 석 달 후인 50년 9월 15일, 인천에 상륙한 미 제10군단이 서울을 수복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했다. 대한민국이 극적으로 살아난 인천상륙작전의 결과였다. 그런데 거대했던 작전이었던 만큼 성공 이면에는 당연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인천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고 갯벌이 거대한 지역이어서 상륙지로 부적합하다며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미 극동군 해군사령관 찰스 T. 조이 제독 같은 경우는 성공 확률이 5000대 1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을 정도였다. 반면 맥아더는 적도 상륙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정도이니 허를 찔러 반드시 인천에 상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안으로 군산ㆍ평택ㆍ주문진을 언급하는 참모도 있었으나, 맥아더는 의지를 관철했다.
때문에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인물로 맥아더가 거론된다. 작전을 구상하고 수많은 반대 의견을 물리치고 감행시킨 그의 뚝심을 고려한다면 인천상륙작전을 결코 그를 떼어놓고 얘기하기 힘들다. 그런데 처음부터 맥아더가 인천을 지목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강에서 상륙 작전을 구상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구체적인 장소는 미정이었다.
전선을 시찰한 직후 맥아더는 자신의 구상을 미 극동군사령부에 알리고 세부안 작성을 지시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때 참조할 수 있던 좋은 자료가 있었다. 6ㆍ25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50년 6월 19일, 미 국방부 작전국의 도날드 커티스 대령은 북한의 남침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작성한 SL-17 계획이었다. 마치 미래를 내다본 것처럼, 예측한 전황과 대책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다.
미군의 참전을 전제로 한 SL-17에는 북한이 남침하면 한국이 초전에 막기 어려우므로 결국 부산을 정점으로 하는 낙동강 인근에 방어선을 구축해야 할 것으로 봤다. 이렇게 전선을 고착화한 뒤 배후에 상륙 작전을 펼칠 것을 제안했고, 예정지로 인천을 지목했다. 미 극동사령부는 이를 기반으로 7월 20일 해병연대전투단과 제1기병사단을 인천으로 상륙시킬 계획을 수립했고, 이를 블루하츠 작전으로 명명했다.
하지만 북한군의 진격이 예상보다 빠르고 미군의 준비가 미흡해서 작전은 폐기됐다. 이후 이를 좀 더 보강한 크로마이트 작전이 다시 수립돼 결국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SL-17부터 크로마이트 작전까지 인천이라는 장소가 바뀐 적은 없었다. 낙동강까지 내려온 북한군의 가장 중요한 보급 통로인 서울 점령하는 데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여타 후보로 거론된 군산ㆍ평택ㆍ주문진은 자연스럽게 배제되었다.
더불어 인천은 당시에도 제2의 항구여서 추후 전쟁 수행을 위한 물류 거점 때문이라도 먼저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일거에 전세를 뒤집을 장소로 인천보다 나은 곳은 없었다. 그런데 다음에 언급할 내용은 의외로 거론되지 않는 사실인데, 인천이 선택된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미군이 5년 전에 이미 상륙해 보았던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인천이 낯선 곳이 아니었다.
45년 9월 8일, 38선 이남의 일본군 무장 해제와 군정을 위해 미 제24군단 본부와 예하 제7사단이 인천으로 상륙했었다. 비록 행정 상륙이었지만, 총 3만이 넘는 대군이 인천항을 통해 진입한 엄연한 군사 작전이었다. 포격 같은 사전 정지와 상륙 이후의 전투가 없어도 인천 앞바다는 수심이 낮고 수로가 좁은 데다 갯벌 때문에 엄청난 규모의 부대를 상륙시키려면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게 45년에 터득한 경험 때문에 인천이 최우선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여담으로 군정을 끝내고 49년 철군했을 때도 미군은 인천항을 통해 나갔다. 그 정도로 인천은 익숙한 장소였다. 6ㆍ25 전쟁 중 미군에게 한반도의 대다수 지역은 낯선 장소였으므로 단지 군사적 우위만 믿고 무턱대고 생소한 곳으로 회심의 카드를 들이밀 수는 없었다. 인천이 선택되었던 것은 이처럼 필연이었다.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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