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씨" 호칭 발끈했던 야권 "씨 높임말 아니냐, 윤석열씨"

김준영 2023. 9.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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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고작 5년짜리 정권이 겁도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윤석열씨”라고 불렀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의 질의응답 중 “답변하는 것을 보니 이동관씨를 도저히 (방통위원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우상조 기자


호칭을 생략하는 민주당발(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 이런 일은 윤 대통령 취임 전부터 있었다. 지난해 3·9 대선 직후인 3월 22일 최강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점을, 윤석열씨의 몸과 마음에 확실히 새겨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망나니들의 장난질에 무릎 꿇지 않겠다. 진정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썼다.

최 의원 예고대로 지난해 5월 10일, 윤 대통령 공식 취임 후 민주당은 의도적으로 대통령 내외의 호칭을 생략하곤 했다. 야권 스피커인 김어준씨는 지난해 6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건희 여사를 김건희씨라고 칭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에겐 늘 여사 호칭을 붙이던 그였지만, 정권이 바뀐 뒤엔 “씨가 높이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씨를 ‘대체로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쓴다’고 규정했음에도 "높임말"이란 취지의 주장을 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2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중요한 건 호칭”이라며 “(김 여사를) 누나라고 부릅니까? 형수라고 부릅니까? 아니면 사모님, 김건희씨라고 부릅니까?”라고 말했다. 그 다음 달엔 민주당 청년위원회가 국회에서 “윤석열씨는 대한민국 대통령인가, 조선의 총독인가”라는 기자회견을 했다.

김은경 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김현동 기자


지난달엔 “민주당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쇄신하겠다”며 들어선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저는 문재인 대통령 때 금융감독원 부원장으로 임명받았는데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치욕스러웠다”고 말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이른바 ‘여명 비례 투표’ 발언으로 사과하고 사퇴했지만, 호칭 논란에 대한 사과는 끝내 없었다.

이 같은 호칭 생략에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의 주권 행사로 선출된 대통령께, 그리고 국민께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발언”(박대출 정책위의장)이라고 비판했다. “비상식적임을 넘어 몰상식한 인식”(박정하 의원)이라는 격앙된 반응도 있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호칭 생략은 윤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 아니냐”고 말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시절엔 반대였다. 2020년 12월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당 회의에서 “문재인과 민주당 정권의 대한민국 헌정 파괴와 전체주의 독재 국가 전환 시도가 점점 더 극성을 더해가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호칭을 생략하고 문재인이라고 한 부분은 정치인 품격의 문제”라고 날을 세웠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연합뉴스

2017년엔 국민의힘 출신의 조원진 대한애국당(현 우리공화당) 대표가 여러 자리에서 “문재인씨”라고 말하자 민주당에선 “정치의 언어에도 금도가 있는 법이다. 동료 의원이란 사실이 부끄럽다”(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보여달라”(홍익표 정책위수석부의장)는 말이 잇따랐다.

김정숙 여사 호칭 문제도 예민했다. 한겨레신문은 1988년 창간 이래 김옥숙씨·손명순씨·이희호씨·권양숙씨·김윤옥씨 등 모든 대통령 부인의 호칭을 씨로 써왔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김정숙씨라고 썼는데, 민주당은 “원칙을 지킨다는 한겨레의 태도가 고루하다”(최민희 전 의원)며 압박했다. 결국 한겨레는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사고(社告)와 함께 호칭을 여사로 변경했다.

2017년 8월 25일자 한겨레 신문 2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건 누워서 침 뱉는 행위”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최소한의 품격도 없이 정치의 저질화를 이끄는 언행은 국민이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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