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명, 조사 내내 구체적 진술 거부… 말꼬리 잡기 답변 일관"
檢 "조서에 서명 날인 않고 일방적 퇴실… 12일 나머지 조사할 것"
쌍방울 그룹의 ‘불법 대북송금’ 의혹 관련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9일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조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조사 시작 8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조사에 차질을 빚었다고 밝혔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 입장을 내고 "이 대표 측은 이날 소환 조사 전 오후 9시 이후 심야조사 포함 종일 조사를 사전에 약속했고, 검찰은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감안해 필요 최소한도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조사 내내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 채 진술서로 갈음한다거나,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조사에 차질을 빚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대표 측은 조사 도중 이날 오후 6시까지만 조사를 받게 해주면 12일 다시 출석하겠다고 먼저 요구해 검찰에서 수용했고, 이 대표는 이전에도 계속 12일 출석하겠다고 했음에도 입장을 번복해 재출석 일자를 정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조서 열람 도중 자신의 진술이 누락됐다고 억지를 부리고,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됐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도 않은 채 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퇴실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 대표 측의 요구에 따라 12일 재조사를 하기로 했는데도, 오히려 검찰이 추가 조사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수원지검은 "민주당 측에서 사실과 달리 검찰에 조사 지연의 책임을 떠넘기며 검찰에서 먼저 한 차례 더 출석요구를 했다고 왜곡해 비난하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수원지검은 12일 이 대표에 대한 나머지 피의자 조사를 종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조사를 마친 직후 "검찰이 증거 단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정치검찰에 연민 느끼고, 다섯번째든 여섯번째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 대한 조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됐으나, 이 대표로부터 건강상 이유를 들어 더 이상 조사받지 않겠다는 요구를 받아 오후 6시40분에 중단됐다.
이 대표에 대한 조사는 2시간 조사마다 20분 휴식을 반복하며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조사 이후에는 40분 정도 휴식시간을 가진 뒤 다시 오후 1시께 조사가 시작됐다.
이 대표에 대한 조사에는 수원지검 형사6부 소속 송민경 부부장검사(43·사법연수원 37기)와 박상용 검사(42·38기)가 투입됐다. 광주고검장, 법무연수원장 출신의 박균택 변호사(21기)가 이 대표의 변호인으로 조사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15분쯤 수원지검에 도착해 조사실로 올라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곧 국가이고,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세력이야말로 반국가 세력"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주의 민생파괴, 평화파괴 행위에 대해서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국정 행위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 방향을 전면 전환하고 내각 총사퇴로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며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 권력이 강하고 영원할 것 같지만, 그것도 역시 잠시일 뿐이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은 반드시 심판받았다는 것이 역사고 진리다. 정치 검찰을 동원해 사실을 조작·왜곡하더라도 진실을 영원히 가둘 수 없다"고 말했다.
준비한 입장문을 낭독한 뒤 이 대표는 ‘대북송금과 관련해 보고받았느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조사실로 올라갔다.
이 대표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뒤 그의 SNS를 통해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 내용이 공개됐다.
진술서에서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당시 북측과 인도적 차원의 지원·교류 사업을 시도한 바는 있으나, 이와 관련해 어떠한 명목이든 간에 대한민국의 법률과 유엔제재에 어긋나는 금품을 북측에 제공하거나, 제공하도록 부탁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그는 "나아가 소위 쌍방울그룹 관계자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도 없을 뿐 아니라, 북측을 비롯한 누구에게도 금품이나 이익을 제공하도록 지시, 권유, 부탁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쌍방울 관련 수사가 이재명의 ‘변호사비 대납’ 사건에서 ‘방북비 대납’으로 바뀌었다"라며 "쌍방울에 스마트팜이든 방북이든 북측에 돈을 지급해달라고 어떠한 요청도 한 바 없을 뿐 아니라, 경기도나 이재명은 북측에 800만달러, 100억원이나 되는 돈을 줄 의무도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자신의 진술을 재번복한 사실을 언급하며 "궁박한 상태에서 한 김성태와 이화영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고 신빙성 또한 없다"라며 "이화영이 검찰에서 어떤 진술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방북비용 대납을 승인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만약 그에 부합하는 이화영의 진술이 있다면 그것은 허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화영의 허위 진술은 검찰과 김성태 일당의 부당한 압박과 회유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2019년 이 전 경기도 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북측이 요구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당시 쌍방울의 대납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최근 이 대표를 제3자뇌물 혐의로 입건했다.
김 전 회장으로부터 뇌물 및 정치자금 등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전면 부인해오다가 지난 6월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을 요청했다"고 일부 진술을 번복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신뢰를 표한 변호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교체되고 과거 이 대표 캠프에서 활동했던 민주당 측 변호사가 선임된 이후 최근 다시 진술을 뒤집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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