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檢조서 서명 거부…檢 "李, 진술 누락됐다고 억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나와 “예상했던 대로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검찰은 “이 대표가 조사에 협조적이지 않았다”며 오는 12일 추가 소환 조사를 예고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9시 44분 조사를 마치고 청사 밖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저 전해 들었다는 김성태의 말이나 아무런 근거가 되지 않는 정황들, 아무 관계없는 도청에 관한 이야기, 이런 걸로 이 긴 시간을 보냈다”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런 내용으로 범죄를 조작해보겠다는 정치 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력을 사유화해서 정적을 제거하고 범죄를 조작하는 이런 행태야말로 반드시 청산돼야 될 악습”이라며 “그럴 힘으로 경제에 관심을 더 가지고, 국민들의 민생 문제에 더 나은 대안도 만들어내고, 한반도가 전쟁 위기로 치닫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정부가 또 대통령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12일 추가 소환 “무도해” VS “李 먼저 요구한 것”
검찰의 추가 소환조사 통보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단식 열흘째를 맞은 이 대표는 검찰의 다섯 번째 소환 조사에 응해 이날 오전 수원지검에 출석했으나 조사 8시간 만인 오후 6시 40분 ‘건강상 이유’로 더 이상 조사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나머지 조사를 위해 오는 12일 오전 10시 30분 출석을 통보했다.
이 대표는 “제가 무슨 힘이 있겠냐”며 “무소불위 검찰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할 수밖에 없는 패자 아니겠냐. 날짜를 협의해 다섯 번째든 여섯 번째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이날 추가 소환에 대해 “무도한 행태”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는 오늘 검찰 조사에 앞서 심야조사가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고, 신문을 집중적으로 실시해 오후 6시에 조사를 마친 후 오후 9시 이전에 조서열람 등 절차를 마칠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은 이 대표가 12일에 출석하는 방안을 사전에 수용했음에도 입장을 번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관게자는 “이 대표는 이날 출석 전 오후 9시 이후 심야조사 포함 종일 조사를 사전에 약속한 바 있다”며 “그런데도 이날 오후 6시까지만 조사를 받게 해주면 12일 다시 출석하겠다고 먼저 요구해 검찰에서 수용했다”고 밝혔다.
━
“검찰 시간끌기 질문만” VS “李 말꼬리 잡기 답변”
조사과정에서 검찰의 질문방식과 이 대표의 진술 태도를 놓고도 민주당과 검찰의 주장이 엇갈렸다. 권 수석대변인은 “검찰은 시종일관 시간끌기 식의 질문이나, 이미 답한 질문을 다시 하거나, 기록을 남기기 위한 질문 등으로 시간을 지연했다”며 “충분히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지만 추가소환까지 요구하는 검찰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대표가 조사 내내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 채 진술서로 갈음한다거나,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해 조사에 차질을 빚었다”며 “조서 열람 중엔 자신의 진술이 누락되었다고 억지를 부리고,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도 않은 채 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퇴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측에서 사실과 달리 검찰에 조사지연의 책임을 떠넘기며 추가 출석 요구를 왜곡해 비난하는 점에 유감을 표한다”며 오는 12일 이 대표에 대한 나머지 조사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이수민·최모란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평생 날 못 잊게 하겠다” 전 남친의 충격적인 유서 | 중앙일보
- 25만원 여관방, 생선 날랐다…‘조폭 에이스’ 마흔에 닥친 일 | 중앙일보
- "독감 걸리면 이 병 가능성 100배" 독감접종 꼭 해야할 이유 [건강한 가족] | 중앙일보
- "문재인씨" 호칭 발끈했던 野 "씨 높임말 아니냐, 윤석열씨" | 중앙일보
- "유독 나만 괴롭혔어"…김히어라, 학폭 부인했지만 새 녹취록 | 중앙일보
- '깁스'한 환자처럼…태풍에 꺾인 400살 소나무는 다시 일어섰다 | 중앙일보
- "성공 확률 5000대1" 허 찌른 美상륙작전…필연이었던 인천 [Focus 인사이드] | 중앙일보
- "날 살린 복덩이" 뱃속 아이와 수술대…간암 이긴 기적의 산모 | 중앙일보
- 모로코 강진에…랜드마크 ‘마라케시의 지붕’도 훼손 | 중앙일보
- "스토킹 시달리다 죽었다" 유족이 피해자 이은총 씨 사진을 공개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