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제됐는데…세금 안 돌려준다고? [생활 속 법률 이야기 70]
#A씨는 2017년에 땅을 팔고 매매 대금을 받아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까지 해줬다. A씨는 땅을 팔고 돈을 받았으므로,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했다. 다만 그 토지에는 분묘 4개가 있었고, A씨는 3년 내에 분묘를 모두 이장해주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A씨는 분묘를 이장하지 못했다. 매수인은 분묘가 이장되지 않아 땅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약속 위반을 이유로 매매 계약을 해제하고 매매 대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매매 계약이 해제됐으니 A씨는 지급받은 매매 대금을 모두 반환하고, 매수인은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라’고 결정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A씨는 종전에 받았던 돈 즉, 매매 대금을 모두 매수인에게 반환했다. A씨는 ‘매매 계약이 해제돼 받았던 돈을 모두 돌려줬으므로, 양도소득세를 환급받아야 한다’고 국세청에 경정청구를 신청했다. 국세청은 A씨의 경정청구를 거부했다. A씨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고, 조세심판원은 ‘A씨에게 양도소득세를 환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양도소득세는 부동산과 같은 자산 양도로 발생한 소득에 대해 매기는 세금이다. A씨는 2017년에 땅을 팔고 돈을 받았으므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즉, 2017년에 양도소득세 납세 의무가 성립한 것이다. 그런데 A씨는 매매 계약 당시 약속했던 분묘 이장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 이후 매수인은 매매 계약을 없었던 것으로 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은 조정 절차를 진행했고, 조정 절차에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정이란 법원이 당사자에게 서로 양보하게 합의하도록 권유하고 주선함으로써 화해에 이르게 하는 제도다. 조정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 법원은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한다. 조정이 성립되거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당사자들이 이의하지 않으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생긴다. 종전의 다툼 있는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 의무 관계는 소멸하고, 조정 내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의 내용에 따른 새로운 권리 의무 관계가 성립한다.
법원 결정에 따라 종전 매매 계약이 ‘해제’돼 A씨는 땅을 돌려받고 매매 대금을 돌려줬다. ‘해제’는 매매 계약 효력을 소급해 상실시키는 것이다. 소급 없이 장래에 대한 법률관계만 변동케 하는 ‘해지’와 구별된다. 결국 매매 계약이 해제됨에 따라 매매 계약은 처음으로 돌아가 효력을 상실했다. A씨는 그에 따라 받은 매매 대금을 모두 돌려줬다. 때문에 A씨에게 생긴 양도소득이라는 것도 소급해 애당초 없던 것이 됐다. 그렇다면 국세청도 A씨에게 양도소득세를 환급해주는 것이 맞다.
그런데 국세청은 왜 세금을 환급해주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을까? 국세청은 A씨와 매수인 분쟁이 법원 판결에 따라 해결된 것이 아니라고 봤다. 양 당사자 합의에 따라 해제된 것일 뿐이므로, 매매 계약 이행은 A씨가 매매 대금을 지급받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준 시점에 이미 끝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세청은 법원 주선에 따라 매매 계약이 없었던 것으로 합의한 것은 사실상 새로운 계약을 체결한 것일 뿐이므로, 이미 2017년에 성립했던 양도소득세 납세 의무는 여전히 존속한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상 화해는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이런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 조정 내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따라 법률관계가 확정된 이상, 그에 정해진 내용대로 매매 계약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확정됐다고 봐야 한다. 이런 법률관계는 세금 측면에서도 그대로 존중돼야 한다. 만일 A씨와 매수인 사이에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합의가 성립됐다거나 그 과정에 반사회적인 불공정한 의도가 있었다면 다시 살펴봐야 한다. 이 사건에서 국세청은 당사자들의 세금 회피 목적이나 의도를 증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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