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에 물 주기·폰 안 보기…돈이 쌓이네
대한민국에 ‘앱테크 열풍’이 분다. 앱테크는 ‘앱(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앱에서 요구하는 간단한 미션을 수행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로 보상받는 재테크를 말한다. 걷기나 광고 시청, 앱 설치 같은 간단한 행동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덕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보통은 기존 플랫폼 앱에서 부가 서비스로 앱테크 기능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용률 증대나 고객 이탈을 막는 ‘록인 효과’를 위한 노림수다. ‘토스 만보기’나 ‘신한 SOL 출석체크’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순전히 돈 먹는 서비스지만 고객을 붙잡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앱테크 기능 자체가 메인이 되는 앱도 많다. 바로 ‘리워드 앱’ 카테고리에 속하는 앱들이다. 앱테크만을 위한 ‘특화 앱’이라고 보면 쉽다. 리워드를 지급하는 대신 이용자 광고 노출로 수익을 꾀하는 방식이다. 리워드 앱 사용자 수는 최근 더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앱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리워드 앱 카테고리 월간 순 사용자 수(MAU)는 올해 1월 423만명에서 7월 471만명까지 늘었다.
요즘 한국에서 인기 있는 리워드 앱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모바일인덱스와 함께 올해 7월 기준 MAU가 가장 많은 앱 10개를 추려봤다. 상위 리워드 앱을 살펴본 결과 유형이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다. ‘챌린지형’ ‘방치형’ 그리고 ‘미션형’이다.
걷고 물 마시고 양치하면 돈 준다
순위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챌린지형 리워드 앱’이었다. 사용자가 특정 도전 과제를 달성하면 보상을 주는 앱이다. 가장 대표적인 과제가 ‘걸음 수’다. 예를 들어 하루 1만걸음 이상 걸으면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방식이다. 따로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는 데다 생활 습관까지 개선할 수 있는 덕분인지 사용자가 가장 많았다. 상위 10개 리워드 앱 중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챌린지형 앱이 차지했다.
1위는 ‘발로소득’이다. 올 1월 서비스를 시작한 ‘신생 앱’인데도 7월 기준 월 사용자 수가 61만5000명에 달한다. 단순 만보기 앱과 차별화되는 점이 분명 있다. 걸음 수 달성 시 포인트 지급 외에도 도전 과제가 다양하다. 예를 들어 물 한 잔 마시기, 양치하기, 비타민 섭취하기, 음악 한 곡 듣기, 화분에 물 주기 등 과제를 수행하면 포인트를 준다. 자동 계산되는 걸음 수와 달리 매일 사진을 찍어 올리는 방식으로 인증이 필요하다. ‘팀별 걸음 수 대결’ ‘친구랑 함께 걷기’ 등 경쟁과 협력이 필요한 도전 과제도 있다. 약 20개 도전 과제가 마련돼 있는데 그중 일주일에 참여할 수 있는 과제가 3개로 제한된다는 점 역시 독특하다.
발로소득 등장 전까지 오랜 기간 1위를 지켜온 ‘오락’ 역시 대표적인 챌린지형 리워드 앱이다. 오락은 SK플래닛에서 운영하는 리워드 앱으로, SK플래닛 마일리지 시스템 ‘OK캐쉬백’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국내에서 가장 활용 범위가 넓은 마일리지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범용성이 크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만 서비스 중임에도 불구하고 60만명에 가까운 MAU를 보유 중이다.
오락에서는 만보기 외에도 뉴스 읽기와 유튜브 보기를 통해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오늘, 뉴스’에서 기사를 읽으면 최대 30포인트, ‘오늘, 플레이’를 통해 유튜브를 보면 최대 10포인트가 적립된다. 올해 8월 앱 업데이트로 포인트 적립률을 높이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3위는 ‘워크온’이다. 만보기 서비스가 주력이라는 점은 다른 리워드 앱과 비슷하지만,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사용자가 직접 커뮤니티를 만들고 과제를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보통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홍보·마케팅 용도로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최근 진행 중인 챌린지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예를 들어 농심은 커뮤니티 가입 후 10만걸음 달성 시 기능성 음료 신제품 ‘데이플러스’ 6병을 주는 챌린지를 진행 중이다. 대전 대덕구에선 ‘모바일 스탬프 투어’를 운영한다. 멤버가 정해진 투어 코스에서 모바일 스탬프 4개를 획득하면 휴대용 돗자리를 선물로 주는 식이다.
스마트폰 안 쓰면 돈 주는 앱도
아무 일도 안 하고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돈을 주는 앱도 있다. 이른바 ‘방치형 리워드 앱’이라고 불리는 앱이다. MAU 4위부터 6위는 모두 방치형 앱이다. ‘캐시아워’ ‘타임스프레드’ ‘캐시슬라이드’다.
‘캐시아워’는 스마트폰을 많이 쓰면 쓸수록 포인트를 주는 앱이다.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그 어떤 앱이어도 상관없다. 앱 사용 시간 1분마다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방식이다.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유튜브처럼 이용 시간이 많은 국민 앱도 물론 가능하다.
‘타임스프레드’는 전통의 방치형 앱 강자다. 올해 6월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가 800만회, 누적 상품권 발급액이 110억원이 넘는다. 캐시아워 방식과는 정반대 보상 구조를 지녔다. 타임스프레드는 오히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돈을 준다. 비활성화 시간 10분마다 1캐시를 적립해주는 방식이다.
단, 매일 자정마다 초기화가 되기 때문에 그 전에 꼬박꼬박 포인트를 수령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최근 업데이트로 알람 미션, 퀴즈 풀기 같은 챌린지형 시스템도 일부 도입됐다. 특히 알람 미션은 알람이 울린 뒤 5분 내에 스마트폰 화면을 일정 횟수 터치해야만 캐시를 주는 방식으로, 아침잠이 많은 젊은 세대에게서 반응이 좋다.
6위 ‘캐시슬라이드’는 잠금화면을 해제하면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앱이다. 앱 이름도 밀어서 잠금 해제를 뜻하는 ‘Slide to Unlock’에서 비롯했다. 이용자가 평소 설정한 잠금화면 대신 광고형 콘텐츠가 화면에 뜬다. 잠금 해제를 하면 회당 3원까지 받을 수 있다. 캐시슬라이드는 잠금 해제 외에도 만보기나 광고 시청 등 다른 유형 리워드 앱 기능도 함께 갖고 있어 종합 리워드 앱 성격이 강하다.
미션형: 숙제 풀어야 포인트 적립
설문조사 참여하거나 앱 설치 필요
‘미션형’은 챌린지형과 다르다. 챌린지형이 걷기나 물 마시기 같은, 일상 속 과제를 던져준다면 미션형은 앱 개발사가 지정한 특정 임무를 수행해야 포인트를 준다. 챌린지형이 ‘자기계발’에 가깝다면 미션형은 그야말로 ‘숙제’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걸리고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보상이 후한 경우가 많다.
‘설문조사 앱’이 미션형 리워드 앱 대표 주자라고 볼 수 있다. 인기도 많다. 10위권 내 2개나 포진했다. 7위 ‘패널파워’와 10위 ‘오베이’가 주인공이다. 각각 설문조사기관인 마크로밀엠브레인과 오픈서베이에서 운영하는 앱이다. 원하는 설문조사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도 있지만 사용자가 조사 대상에 적합한 경우에는 개별 설문 요청 알림이 오기도 한다. 두 설문조사 앱 모두 1만원부터 포인트를 현금화할 수 있다. 설문 참여 시 기본 100원에서 200원부터 시작하는 통 큰(?) 보상도 매력이다. 많게는 500원씩 주는 경우도 있다.
많이 깔면 배터리 ‘쭉쭉’…‘먹튀’ 의혹 앱도
동일한 보상 구조를 가진 만보기 기능을 갖춘 앱을 10개 깔면 하루 1만보를 걸을 때 1000원을 벌 수 있는 셈이다. 화면 잠금 해제 시 돈을 주는 앱도 중복 설치가 가능하다. 물론 앱 5개를 깔면 화면 잠금 해제를 5번 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다.하지만 무조건 앱을 많이 깐다고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배터리’와 ‘데이터’ 소모가 크다. 당장 앱을 화면에 띄워 사용하지 않더라도 백그라운드에서 앱이 계속 실행 중인 탓에 추가적으로 배터리가 소모된다. 또 만보기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선 현재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GPS가 계속 켜져 있어야 한다. 앱마다 알림도 지속적으로 온다. 앱을 많이 깔면 깔수록 배터리와 데이터 소모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스마트폰 발열도 당연히 더 심해진다.
‘먹튀’에도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 리워드 앱은 일정 포인트가 모인 이후에야 현금이나 쿠폰, 상품권 등으로 교환 가능하다. 그런데 몇몇 앱에서는 쿠폰 교환 과정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상황이 종종 일어난다. 쿠폰 교환을 요청하면 앱 접속을 차단하거나 교환을 요청할 때마다 ‘쿠폰 교환 가능한 시간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띄우는 식이다. ‘앱 규정을 어겼다’며 계정을 차단하는 일도 생긴다. 예를 들어 앞서 소개한 ‘캐시아워’는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와 앱 스토어를 중심으로 ‘쿠폰 전환이 안 된다’ ‘전환 속도가 느리다’는 불만 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미스트플레이’ 역시 ‘보상 교환 신청 후 계정을 차단당했다’ 같은 내용의 리뷰가 올라온다. 고객센터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거나 해외 기업이 운영하는 앱도 많기 때문에 피해를 당해도 대응이나 보상을 요구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개인정보 유출도 리스크다. 일부 앱에서는 회원가입 유도나 이벤트 신청을 하면서 각종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이를 다른 제휴사와 공유하기도 한다. 본인도 모르게 개인정보가 빠져나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몇몇 앱테크에서는 ‘폰지 사기’ 문제도 제기된다. 유료 멤버십을 구매하면 포인트를 더 많이 적립해주는 형태로 운영되거나 투자 금액이 커질수록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리워드 앱은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10만원을 내고 하루에 한 번씩 모바일 앱에서 광고 미션을 수행하면 건당 2000원씩 수당을 계속 돌려준다고 하는 식이다. 박지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블로그나 SNS 등을 통해 일정 금액을 넣어두면 매일 이자처럼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하는 사례가 많은데 대부분 다단계 방식의 폰지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사기 앱은 상당수 홍보글에서 본인 추천인 아이디를 기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자세히 살펴보고 가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5호 (2023.09.06~2023.09.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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