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스타트업 성공 방정식···‘수익 확보 = 성장 포기’ 공식 틀렸다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3. 9. 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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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비용 줄여야 진정한 ‘혁신’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 30일 열린 스타트업코리아전략회의에서 우리 스타트업들이 현재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세계를 향해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투자가 얼어붙은 혹한기에 스타트업계는 현재 ‘옥석 가리기’가 한창이다. 스타트업 현장 관계자들은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을 기업으로 3가지 유형을 꼽는다.

첫째, 수익성과 매출 성장을 동시에 확보한 기업이다. 일반적으로 긴축 경영을 하면 매출 규모가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성장성에 목매던 스타트업들이 무리하게 사람을 고용하고 덩치를 키운 이유도 이와 관련이 깊다. 수익 확보를 위해 투자 비용을 줄이면 성장이 멈춘다는 두려움이 강했다. 이는 곧 과잉 고용, 과잉 투자 등 막대한 비효율을 가져왔다. 현재는 ‘수익 확보 = 성장 포기’라는 인식이 깨지고 있다. 살기 위해 비용을 줄였는데, 매출이 오히려 늘거나 그대로인 기업이 대거 등장하면서다.

윤건수 벤처캐피탈협회장은 “마케팅비, 인건비 등 투자를 줄였는데 매출은 줄어들지 않는 기업들이 꽤 많다. 그동안 안 해도 될 마케팅을 했고, 필요 없는 사람을 많이 뽑았다는 뜻이다. 그대로 두면 독(毒)이 됐을 위험을 제거한 것이다. 현재 수익 확보와 매출 성장을 동시에 이뤄내는 스타트업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시장이 좋아지면 급격히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둘째, 확고한 성장 가능성·기술력 등 내실을 갖춘 곳이다. 시장을 선점해 경쟁자가 없다시피 하거나, 경쟁사 대비 기술력이 압도적인 기업은 현재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다. 경쟁력이 확실한 곳은 수익과는 별개로 여전히 막대한 투자 금액이 쏟아진다. 올해 7월 전체 스타트업 투자액이 18% 감소하는 와중에도 튼실한 스타트업들은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2400억원), 전기차 충전 플랫폼 에버온(500억원), 4050 여성 패션 플랫폼 라포랩스(340억원) 등은 ‘혹한기’에도 대형 투자를 이끌어냈다.

최희민 라포랩스 대표는 “지금도 투자자 중에는 계획된 적자를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투자자도 충분히 존재한다. 결국 창업자가 시장에 대해서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고, 적확한 전략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용운 공부선배 대표는 “투자 타이밍이 안 맞아 쇠퇴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계획된 적자’가 무조건 틀리고 수익성만 증명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볼 수는 없다. 쿠팡 사례처럼 경쟁력을 잃지 않으면 추후에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말했다.

셋째, 혁신을 유지하는 기업이다. 비용 절약과 수익 확보에만 몰두한 나머지 초기의 창업 목적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적잖다. 수익 확보만큼 과거의 성장동력을 온전히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다. 독창성과 혁신을 잃어버린 기업은 후일을 도모하기 힘들다. 경쟁력 자체가 사라지는 탓이다.

‘2022년 창업 기업 실태 조사’를 살펴보면 국내 창업 기업 중 산업재산권을 보유한 비율은 1.8%에 불과하고 투입 비용 중 연구개발(R&D) 비중은 0.9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기술, 경쟁력 혁신보다는 국내 시장을 겨냥한 단순 소매 시장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스타트업들은 ‘기존 서비스와 차이가 뭐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김정수 스위트스팟 대표는 “회사가 사업 모델을 증명하고 손익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혁신에 대한 고민을 완전히 보류하는 것 역시 좋지 않다. 회사의 수익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혁신 사업 모델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옥석 가리기’ 들어간다

경쟁력 있는 기업만 키운다

정부 지원 역시 옥석 가리기에서 살아남아야만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정부 재정 지원에 의존해 창업 기업 수와 고용 인원 등 양적 지표에 집중하는 방식으로는 우리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윤 대통령은 8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스타트업코리아전략회의’에서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시야를 세계로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스타트업들이 국내 시장만 쳐다본다면 세계 시장에 접근하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 혁신을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표면적 실적을 키우던 과거 지원 정책은 사라질 확률이 높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체질 개선을 주문한 만큼 세계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기업을 가려내 키우는 방식으로 재정 지원 등을 효율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
성장성만큼 수익이 중요한 시대, 맞춤형 전략 짜라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
스타트업 대부분이 ‘투자 빙하기’에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도 현장에서 절감하는 내용이다. 성 회장은 인공위성 안테나 전문 기업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를 이끌고 있다. 성 회장은 “스타트업이 성장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수익이 일어날 수 있도록 민관이 협력해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Q. 스타트업이 성장성만 주목받던 시대는 끝난 것 같다.

A. 3고(고금리, 고물가, 고환율)로 인해 더 이상 성장성만 보고 투자하기에는 리스크가 커졌다. 실제 국내 벤처 투자가 4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감소했다. 이제는 스타트업이 성장성뿐 아니라 수익성도 챙겨야 하는 시대다. 빠르게 성장해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민관이 협력해야 한다.

Q. 업종 특성상 빠르게 흑자 내기 어려운 곳은 어떻게 생존해야 할까.

A. 빠르게 흑자 내기 어려운 업종은 잠재적 성장 가능성과 핵심 기술을 강조해서 투자받는 것이 중요하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을 활용해 인재를 확보해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좋은 방안으로 꼽힌다. 이를 비상장 벤처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하는 의견을 현재 건의하는 중이다.

Q. 스타트업이 투자를 잘 유치하려면 어떤 전략을 써야 하나.

A. 투자 시장에서는 매출이 중요하다. 매출이 높다면 매출을, 아직은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면 매출 발생 가능성과 근거를 대야 한다. 더 이상 근거 없이 성장성만 강조해선 투자받기 어렵다. 또한 투자자를 잘 설득하려면 소통이 중요하다. 투자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신뢰를 쌓는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Q. 빙하가 녹는 시대가 올까.

A. 온다. 아직도 어려움은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벤처기업협회에서 주요 정책 과제 의견을 제출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이를 반영한 스타트업코리아 대책 등을 내놓고 있다. 또한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파월 미 연준 의장 발언과 상관없이 미국 금리 인상은 끝났다고 보고 있어 투자가 다소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봄이 오는 시기가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스타트업에 조언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A. 많은 벤처 스타트업이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다. 하지만 위기와 어려움에도 굴복하지 않고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 제도적인 문제와 금융, 인력 부족 문제 등의 걸림돌은 벤처기업협회가 도와서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5호 (2023.09.06~2023.09.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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