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기본 설정값'을 바꾸려는 낯선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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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부랑자이자 히치하이커, 사회 부적응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맨발의 히피' 이하루가 책 <사회적응 거부선언> 을 펴냈다. 사회적응>
낯선 존재인 글쓴이는 '육식'이 '기본값'인 우리 사회에 '왜?'라고 묻는다.
책을 읽는 동안 줄곧 '과연 나는 동물을 나와 같은 존재로 인정할 수 있을까?' 되물었다.
결국 <사회적응 거부선언> 을 쓴 이하루는 우리에게 '기본 값'을 바꾸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사회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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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규 기자]
▲ <사회적응 거부선언> 책 표지 ‘전문 부랑자이자 히치하이커, 사회 부적응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맨발의 히피’ 이하루가 책 <사회적응 거부선언>을 펴냈다. |
ⓒ 파도문고 |
"이 책은 하루가 6년간 60여 개국을 히치하이킹으로 여행하며 이동한 기록이다. 하루는 인간이 만든 경계와 규범 위를 초연하게 넘나드는 한 마리의 동물 같아서, 그가 통과하는 곳마다 당연했던 경계들이 낯설게 보인다. ... 적응 말고 저항을 선택한 한 인간의 동물적 여행기이자 덜 소비할수록 더 생생히 연결됨을 보여주는 마법의 지도 같은 책." (11쪽)
작가 홍은전의 추천사 일부다. 책 내용과 글쓴이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단어와 문장이 너무 정확하면서도 유려해 오히려 현실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수십 개 나라를 넘나들고 동물과 교감하는 글쓴이야 말로 들뢰즈와 가타리가 말한 '탈영토화'와 '되기'를 삶으로 증명해 낸 진정한 유목민이다.
홍은전은 이하루를 "두려움도 눈물도 감추지 못하는 (...) 낯선 존재"라고 말했다(10쪽).
발음도 어려운 여러 나라 지역 이름, '크런치타운'(히피 집단 거주지), '덤스터 다이빙'(먹을 수 있지만 '상품성'을 이유로 버려지는 대형 마트 음식물 쓰레기통 뒤지기), '스쾃'(무단거주), '생추어리'(도살장에 가기 전 구조된 동물 쉼터) 등 처음 만나는 단어들이 책 곳곳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내게 가장 '낯선' 말은 '명'이었다.
'낯선'의 상대어는 '익숙한'이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살아오던 방식과 다른 삶을 아예 느끼지 못할 수도 있고, 불편함이나 거부감 때문에 무시할 수도 있다.
"현장과는 너무나 멀찍이 떨어진 깔끔하고 거대한 도시는, 껍질을 벗기고 토막 낸 누군가의 살점을 포장하여 진열하고 광고하는 이 사회는, 대체 어떻게 이 모든 현실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는 걸까?" (219쪽)
책을 읽는 동안 줄곧 '과연 나는 동물을 나와 같은 존재로 인정할 수 있을까?' 되물었다. 조선시대 양반에게 노비를 자신과 똑같은 '사람'으로 대하라는 요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내가 조선시대 양반으로 태어났다면, 이런 생각을 만났을 때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현재 우리가 가담하고 있는 대학살을 돌아보며 후회하고 부끄러워할 날은, 반드시 온다"(272~273쪽).
책 마지막 두 쪽에 걸쳐 적어 놓은 위 문장은 내 심장을 정확하게 겨누는 듯하다. 침묵하는, 아니 적극적으로 '학살'에 참여하는 내게, 글쓴이는 "후회하고 부끄러워할 날은, 반드시 온다"라고 강하고 날카롭게 칼날을 겨누었다.
"육식이 기본값이고 '정상적'인 사회에서 개인이 이를 거부하는 데서 오는 모든 불편을 감수하는 것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무척 부당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개인을 탓하기보다 사회구조적인 변화를 계속해서 요구해야 할 것이다." (238쪽)
오래 전 내게 처음 '비건'이라는 단어를 들려준 사람을 몇 주 전에 만났다. 그는 자신이 '비건'이라서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 괜히 그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비건'의 삶을 엄격하게 지키지 않는 쪽으로 선택했다고 했다.
이하루를 만난 적은 없지만, 몇 주 전 만났던 그 사람만큼이나 모든 '생명'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몸에 익어 있지 않을까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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