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잃은 슬픔, '사별 경험' 만큼 크다는데…

신은진 기자 2023. 9. 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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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마찬가지인 반려동물을 잃으면 보호자는 큰 상심에 빠진다.

즉, 반려동물 상실은 배우자 사별 수준의 병리적 슬픔을 유발함을 알 수 있다.

미국수의사협회는 반려동물을 상실한 이들에게 ▲반려동물이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슬픈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떠올리고 ▲반려동물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되새기고 ▲다른 사람과 감정을 공유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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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상실은 사별만큼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가족과 마찬가지인 반려동물을 잃으면 보호자는 큰 상심에 빠진다.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을 겪는 사람이 드물지 않다. 상실감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사라진다지만, 그 정도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최신 연구결과가 나왔다.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운선 교수 연구팀은 반려동물 상실 경험이 있는 137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행한 결과, 절반 이상이 반려동물 상실 후 심각한 수준의 상실감과 불안장애, 심각한 불면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ICG(병리적 반응 수준), 우울증 지수(PHQ-9), 범불안장애(GAD-7) 및 불면증 심각도 지수(ISI) 조사에서 중등도 이상의 상태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137명 중 55%(76명)가 ICG 검사에서 25점을 초과했다. ICG는 정상적이고 문화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별의 수준을 넘어 지속적인 심리적 부적응을 초래하는 병리적 슬픔 반응 수준을 측정하는 척도다.  25점을 초과하면 중등도 이상의 심리적 문제를 겪고 있다고 판단한다.

우울증 지수를 나타내는 PHQ-9 검사에서는 52%(72명)가 주요 우울증 판단 기준인 10점을 초과했다. 공황 장애, 사회 불안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기타 불안 장애를 판별하는 범불안장애(GAD-7) 검사에선 40%(55명)가 10점 이상을 받아, 반려동물 상실 후 중등도 불안을 느끼고 있음이 나타났다. GAD-7 점수는 5점 이상일 때 경도 불안, 10점 이상이면 중등도 불안, 15점 이상은 심한 불안으로 분류한다.

이들은 불면증 정도도 심했다. 불면증 증상의 심각도를 평가하는 ISI는 15점 이상일 때 임상적으로 유의한 불면증이라고 판단하는데, 반려동물을 잃은 이들의 32%(44명)는 ISI 점수가 16점 이상이었다.

반려동물 상실 기간이 1년이 되지 않은 경우, 그 정도는 더 심했다. 1년 이내에 애완동물을 잃은 77명의 대상 조사에서 ICG 기준점(25점)을 초과한 사람은 79%(61명), PHQ-9 기준점(10점) 초과자도 62%(48명)에 달했다. GAD-7 기준점(10점)을 넘은 사람도 48%(37명), ISI 16점 이상자도 36%(28명)이었다.

이전 연구들을 보면, 배우자 사별을 경험한 사람의 20%가 ICG 기준을 초과한다. 즉, 반려동물 상실은 배우자 사별 수준의 병리적 슬픔을 유발함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그러나 반려동물의 상실로 인한 심각한 심리적 스트레스는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되거나 공감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상별휴가나 조문금 등 사회적 지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팀은 "연구 결과는 많은 개인이 반려동물을 잃은 후 심리적 고통을 경험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특히 반려동물을 잃은 후 첫 1년 동안 심리적, 사회적 지원이 매우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상실로 인한 우울, 불안 등을 극복하기 위해선 미국수의사협회가 추천하는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법을 참고하는 게 도움된다. 미국수의사협회는 반려동물을 상실한 이들에게 ▲반려동물이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슬픈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떠올리고 ▲반려동물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되새기고 ▲다른 사람과 감정을 공유하길 권한다.

또한 반려동물이 있다면, 반려동물이 살아있을 때부터 이들이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전한다. 평소 에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반려동물의 사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심리적 부정단계가 짧아진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이달 18일 대한의학회지(JKMS)에 게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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