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시달리다 동생 죽었다" 유족, 사진·이름 분노의 공개
인천에서 전 연인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흉기에 찔려 숨진 여성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며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족은 피해자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자의 유족 A씨가 ‘스토킹에 시달리다 제 동생이 죽었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피해자 이은총씨는 7월 17일 오전 6시쯤 거주하고 있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아파트에서 전 남자친구 B씨가 휘두른 칼에 찔려 숨졌다.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던 차였다.
이씨의 “살려달라”는 비명을 들은 이씨 어머니는 곧장 뛰쳐나와 B씨를 말렸으나 칼에 찔려 다쳤고, B씨는 끝내 이씨를 찌른 뒤 본인도 자해하고 옆에 나란히 누웠다.
A씨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소름 끼친다”며 “(가해자가 스토킹을 일삼는 동안) 접근금지명령도 형식에 불과하고 스마트워치는 사고가 일어나야만 쓸모가 있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A씨에 따르면 B씨의 스토킹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우연히 테니스 동호회에서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했던 둘은 B씨가 이씨의 직장으로 이직하면서 더 가까워졌다. 그러나 과거 한차례 이혼한 경험이 있는 이씨는 B씨의 지속적인 ‘결혼 강요’에 거부감을 느꼈고 수차례 다툼 끝에 헤어지자고 했다.
이후 B씨는 이씨에게 지속해서 메시지를 보내 괴롭히거나 차를 타고 이씨의 뒤를 밟았다. 이씨의 팔에 새까만 멍이 들 때까지 폭행한 사실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참다못한 이씨는 5월 18일 B씨를 스토킹 혐의로 신고했다.
이후 보름 만인 6월 1일 여전히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던 B씨는 과거 이씨와 찍었던 사진을 다른 직장 동료들이 볼 수 있도록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놓았다. 직장에서 갑자기 둘의 관계가 알려지며 곤란해진 이씨는 다음 날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내 “사진을 내리고 부서를 옮기면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조건을 걸었고 가해자에게 각서를 받아 고소를 취하해 줬다.
며칠 지나지 않은 6월 9일 B씨는 또다시 이씨를 찾아왔다. 이씨는 B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B씨는 접근금지명령을 받고 4시간 만에 풀려났다. 그러던 중 이씨는 6월 29일 차고 있던 스마트워치를 경찰에 반납하게 된다. “가해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면 스마트워치를 반납해달라”는 경찰의 안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보름 만인 7월 17일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B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을 거뒀다.
A씨는 “B씨가 7월 13~17일 접근금지명령을 어긴 채 집 앞에서 은총이를 보고 있었는데 (어떤 조치도 없었다)”며 “제발 은총이의 딸이라도 안전할 수 있게 도와달라.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피해자들이 안전해질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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