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녹색기금에 3억 달러 내겠다”…선진국과 개도국 간 사다리 역할 천명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9일(이하 현지시간) 녹색기후기금(GCFㆍGreen Climate Fund)에 대한민국이 3억 달러를 추가로 공여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박진 외교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하나의 지구, 하나의 가족, 하나의 미래’(One Earth, One Family, One Future)라는 슬로건으로 진행 중인 G20 정상회의 제1세션 ‘하나의 지구’에서 “대한민국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 사다리’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녹색기후기금(GCF)에 3억 불을 추가로 공여해서 개도국들의 기후변화 적응과 온실가스 감축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GCF에 대한 G20 차원의 적극적인 기여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3억 달러는 한국의 역대 최대 규모 공여이자, 공여 의무가 없는 국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2010년 출범키로 결정한 GCF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규제와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설립한 기금으로, 2013년 인천 송도에 사무국을 설치하며 공식 출발했다. 한국은 첫해인 2013년에 1억 달러를 기여한 데 이어 2020년에서 2023년까지 이어진 1차 재원 보충 때 2억 달러를 추가로 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밝힌 3억 달러는 2024년부터 2027년까지 2차 재원 보충 기간에 공여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나란히 앉아 정상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녹색 기술과 경험을 확산하는 데 있어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특히, 지난해 한국에 개소한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CTCN) 사무소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녹색기후기금(GCF)과 함께 녹색 기술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GCF가 송도에 있고, GGGI 본부도 서울에 있는 데다, CTCN 해외 사무소도 지난해 송도에 개설됐다”며 “2010년 시작된 녹색 성장과 세계 기후 변화의 주도권을 한국이 차지하면서 글로벌 차원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앞선 원전 및 수소 관련 기술을 언급하며 글로벌 협력에 앞장서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은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면서도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자 하는 국가들과 적극적인 원전 협력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많은 수소차를 운행하는 대한민국은 수소 경제 선도를 위해 생산과 활용 및 전 주기에 걸쳐 기술 협력과 국제 표준 수립을 위한 글로벌 협업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환영행사에서 주최국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50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제 해운의 탈 탄소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윤 대통령은 녹색 해운 항로 구축의 비전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바다 위의 탄소 중립, 즉 국제 해운의 탈 탄소화로 가는 열쇠는 녹색 해운 항로의 구축”이라며 “대한민국은 저탄소, 무탄소 선박 개발과 친환경 항만 인프라 구축까지 아우르는 친환경 해운 솔루션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최상목 경제 수석은 “선진국은 2050 글로벌 탄소 중립 목표 등 높은 수준의 기후 목표 설정과 이행 추진을, 신흥국은 산업 발전 과정에서의 책임을 지적하며 선진국의 기후 재원 기여를 강도 높게 주장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기후 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의 대응 노력 돕는 녹색 사다리 역할 수행 천명하며 주요국의 지지를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뉴델리=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