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다"며 사형당한 실미도 공작원, 51년만에 대법원으로

최승우 2023. 9. 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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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부대' 사건과 관련해 상고를 포기했다가 사형당한 부대원이 51년 만에 대법원의 판결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8부(김재호 김경애 서전교 부장판사)는 사망한 실미도 부대원 고(故) 임성빈(당시 24세)씨의 여동생 충빈씨가 대리 청구한 상소권 회복 신청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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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사건'서 붙잡혀 사형
진실위 "군당국 회유로 상고 포기"

‘실미도 부대’ 사건과 관련해 상고를 포기했다가 사형당한 부대원이 51년 만에 대법원의 판결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8부(김재호 김경애 서전교 부장판사)는 사망한 실미도 부대원 고(故) 임성빈(당시 24세)씨의 여동생 충빈씨가 대리 청구한 상소권 회복 신청을 받아들였다.

임씨는 1968년 4월 북파 특수임무를 목적으로 창설된 공군 제2325부대 209파견대 부대원 31명 중 한 명으로 선발됐다. 209파견대는 이른바 ‘실미도 부대’의 또 다른 이름이다.

북한 침투 및 김일성 암살을 목표로 가혹한 훈련이 3년간 이어지는 과정에서 부대원 7명이 사망했다. 남은 부대원은 1971년 8월 공군 기간요원들을 살해한 뒤 탈출, 열악한 처우에 항의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하는 이른바 ‘’실미도 사건’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20명이 군과 교전으로 사살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임씨를 비롯한 4명은 체포됐다.

영화 ‘실미도’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네이버 영화]

체포된 이들은 초병살해 혐의로 군사법원에 넘겨져 1·2심 모두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에 이들은 상고하지 않아 이듬해인 1972년 3월 서울 오류동의 한 공군부대에서 형이 집행됐다. 이들은 사형 뒤 암매장돼 현재까지 유해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은 2003년 영화 ‘실미도’로 인해 대중에 알려졌다. 당시 사형된 4명의 신원(임성빈·이서천·김창구·김병염)도 공개되면서 충빈씨는 35년 전 사라진 오빠의 정체를 알게 됐다.

이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1월 당시 군 당국이 생존한 공작원들을 회유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게 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가림비 설치 등 실미도 공작원의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당시 군당국은 군사법원이 아닌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면 실미도 부대의 진상이 외부로 드러날 것을 우려, “상고를 포기하면 전과를 말소해주고 월남전에 참전한 뒤 이후 생계도 책임져주겠다”고 회유했다.

2017년 거행된 실미도 부대원 합동봉안식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임씨 등은 이 약속을 믿고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고, 국회 진상조사단 조사에서도 함구했다. 그러나 상고 포기로 공군본부 보통군법회의에서 사형이 확정되면서 신속하게 처형됐다. 임씨는 형 집행 당시 “나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싸웠는데 너무 억울하다”며 “김일성의 목을 베지 못하고 죽는 것이 유감”이라고 유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충빈씨는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법원에 임씨의 상소권을 회복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조사 결과 공군 관계자들이 임씨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하지 못하도록 회유한 것이 인정된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이 항고하지 않을 경우 이 결정은 확정돼 임씨는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된다.

제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성호 실미도 유족회 자문위원장은 “실미도에서 살해당할 상황에서 정당방위로 부대를 이탈했고, 초병도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살해했다고 봐야 한다”며 “역사적 재판이 재개되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충빈씨도 “상소권 회복은 당연하고, 이후 과정도 잘 진행돼 억울한 오빠의 한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임씨와 함께 사형된 고(故) 김창구씨의 사촌도 상소권 회복 신청을 했다. 그러나 법적으로 상고를 대리할 수 있는 직계친족에 해당하지 않아 기각됐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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