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 때때로 '전화위복 선물'...사지마비 될뻔한 50대 행운 ['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진료실 담소)
칼럼 23) 허리 통증이 오히려 ‘전화위복(?)’
인간의 삶에는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슬프고 괴로운 일이 있다면, 기쁘고 즐거운 일도 생긴다. 또한 좋지 않은 상황이 오히려 복(福)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진료실에서 씨름하는 근골격계 통증도 예외는 아니다.
대수롭지 않은 통증으로 여기고 왔다가 예기치 못한 중증 질환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인간의 신체 구조는 정교하다.
우리 몸은 뼈 206개와 650개의 근육, 100여개의 관절과 400여개의 인대로 이어져 있다. 유기적인 연결 고리에서 한 곳의 균형이 무너지면 다른 조직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파급력이 가장 높은 부위는 몸의 센터이자 기둥인 ‘허리’다. 허리 통증은 10명 가운데 8명이 한번 이상 경험할 만큼 국민 질환으로 꼽힌다.
아픈 원인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몸에 숨어 있는 무서운 ‘복병’을 발견하기도 한다. 허리를 괴롭히던 ‘궂은 일’이 몸을 지켜주는 파수꾼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50대 후반의 직장인 김모씨는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등으로 내원했다. 검사를 해보니 척추관 협착증 때문이었다.
그와 문진을 하며 척추 X레이 사진을 보는데, 목 디스크 상태도 좋지 않았고, 목뼈에서 또 다른 뼈가 자라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에게 “혹시 목에도 통증과 함께 손이 저리지 않느냐”고 묻자 “자고 나면 목과 어깨부위가 뻐근하고 팔까지 저려온다. 또한 손에서 물건을 자주 떨어뜨린다”고 답했다.
목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를 해보니 ‘후종인대골화증’이었다.
후종인대는 척추체 뒤쪽에서 척추체를 서로 연결해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후종인대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석회화되면서 뼈처럼 변한 것이 후종인대골화증인데, 척추관을 지나는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한다.
김씨의 경우 신경 압박의 정도가 심해 팔과 다리는 물론 사지마비 위험이 있어 보였다.
김씨가 “다리에 힘이 빠져 걷기가 힘들다”고 말한 이유에는 협착증도 있지만 후종인대골화증과도 연관돼 있다.
협착증 치료보다 후종인대골화증에 대한 수술적 치료가 시급해 김씨를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했다. 이후 김씨는 수술을 잘 받은 뒤 허리 재활치료도 마치고 나서 일상으로 복귀했다.
40대 중반의 조모씨도 운이 좋은 케이스다.
그는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당기면서 떨리는 증상으로 집 근처 병원에서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5개월 넘게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아 내원했다.
그는 “허리쪽 통증은 여전하고 누워서 다리드는 것도 힘들고, 걷는 것도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정밀검사 결과, 허리디스크가 아닌 흉추 12번 척수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종양이 신경을 눌러 디스크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 것이었다.
원기둥 형태인 척수는 뇌와 연결돼 척추를 지나는 중추신경계에 속한다. 척수에 종양이 생기면 다리의 근력 약화와 감각 이상, 심한 경우에는 척수 손상과 마비를 유발할 수 있다.
조씨의 경우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해 소견서와 함께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냈다.
앞선 두분 모두 처음엔 허리질환의 양대산맥인 디스크와 협착증으로 알았지만 정밀검사로 새로운 질환을 발견,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마비로도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을 피했다.
좋게 해석하면 허리 통증이라는 ‘화(禍)’속에 건강을 지키는 ‘복(福)’이 들었던 것이다. 우리의 삶에 투영한다면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희망의 꽃은 자라나기에 결코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인생에서 큰 복 가운데 하나는 인연의 복이라는 말이 있다. 환자의 통증을 치료하는 의사에게 으뜸은 바로 ‘전화위복’이다. 〈나영무 솔병원 원장〉
-24편에 계속-
〈나영무 원장은…〉
-現 솔병원 원장
-現 대한산악연맹 부회장, 前 대한빙상경기연맹 의무분과위원장
-現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주치의
-前 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1996년~2018년)
-前 대한스포츠의학회 회장
-前 김연아, 박세리, 윤성빈, 차준환 등 국가대표 선수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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