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하이엔드] "아트 페어의 뜨거운 인기는 자연스러운 것"...프리즈 서울 2년차 패트릭 리 디렉터의 속얘기

윤경희 2023. 9. 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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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서울의 패트릭 리 디렉터를 만나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열린 ‘프리즈 서울’이 오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지난해 9월 처음 서울에 소개돼 4일간 7만명이 다녀갔다. 프리즈가 해외 컬렉터와 유명 해외 갤러리를 끌고 온 덕분에, 4000억 원대에 머물던 한국 미술시장 규모는 1조원대를 넘어섰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 전민규 기자


프리즈 서울의 디렉터는 한국계 미국인인 패트릭 리다. 17년 차 갤러리스트로, 한국에서 일한 지는 20년이 됐다. 2002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땐 금융업계에서 일했지만, 예술에 관심이 커 작가와 작품 구매자를 이어주는 갤러리스트로 전업했다. 그동안 ‘원 앤 제이’ ‘갤러리 현대’ 갤러리를 거쳤고, 지난해 프리즈 서울의 디렉터가 됐다. 페어가 한창인 지난 9월 7일 오후 패트릭 리 디렉터를 만났다. 프리즈, 넌 대체 뭐니.


‘쉬운 예술잡지’에서 세계 2대 아트페어로


프리즈는 대학생이 만든 잡지에서 시작한 아트 페어다. 1991년 영국 옥스퍼드대 학생이었던 매튜 슬로토버, 아만다 샤프, 톰 기들리가 ‘지금 가장 떠오르는 신진 작가와 작품’을 실기 위해 창간한 잡지다. 이름 프리즈(Frieze)는 데미안 허스트가 기획한 전시 ‘프리즈(Freeze)’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시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은 두 사람은 3년 뒤 의기투합해 같은 발음이 나는 이름의 미술잡지를 만든다. 2003년엔 런던 리젠트 파크에서 페어를 열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제1회 프리즈 런던'이다. 이후 프리즈는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와 서울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지금은 ‘아트 바젤’과 함께 세계 2대 아트 페어로 불린다.

프리즈 서울은 2022년부터 시작해 2026년까지 5년간 키아프와 협업해 페어를 개최한다. 올해는 그 두 번째로 지난해 110여 개 갤러리에서 120여 개로 참여 갤러리 수도 늘었다.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페이스, 데이비드 즈위너, 페로탕 등 글로벌 메이저 갤러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을 찾는다. 국내 갤러리는 국제갤러리, 갤러리 바톤, PKM갤러리, 리안갤러리 등 18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갤러리현대와 학고재, 가나아트, 우손갤러리는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 자리를 마련했다.

패트릭 리 디렉터는 지난 8월 22일 중앙일보와 만나 서울 강남 sll사옥에서 '아트 테크' 투자자들을 위한 실전 가이드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전민규 기자

Q : 프리즈는 무서운 기세로 세계를 확장 중이다. 이런 확장 속도, 어떻게 가능했나.
“1991년 잡지가 세상에 나온 뒤부터, 모든 프로젝트는 매우 장기적이고도 유기적으로 만들어졌다. 처음엔 잡지, 그다음은 커뮤니티가 생겼다. 프리즈 잡지를 좋아하는 큐레이터, 아티스트들이 모인 커뮤니티였다. 자기 일을 진지한 태도로 대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점점 커졌고, 실제로 작품을 보여주는 페어가 열리게 됐다.”

Q : 다른 아트 페어 대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무엇이라 판단하나.
“우선 프리즈 서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에 기쁘게 생각한다. 프리즈가 지금의 아트씬을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일 거라고 보고 있다. 프리즈에 오면 지금의 트렌드도 알 수 있고, 또 뜨는 아티스트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과 갤러리가 한곳에 모인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유명 작품부터 ‘포커스 아시아’에서 보여주는 신진작가의 작품, 고대 유물까지 모아 놓은, 품질과 다양성의 힘으로 보고 있다. 사실 프리즈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유명한 작품들을 볼 수 있겠나.”

Q : 프리즈 서울만이 가진 차별점은.
“아무래도 아시아 지역이라는 지리적 조건이겠다. 아시아 작가의 작품을 궁금해하는 많은 컬렉터를 연결하는 것, 여기에 프리즈 서울의 정체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아시아의 유명 갤러리, 큐레이터, 기관의 참여와 지원을 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프리즈가 개최 도시마다 성공했던 비결 중 하나가 바로 해당 도시와의 탄탄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Q : 프리즈 기간, 서울 전체가 아트로 들썩인다.
“그래서 우린 ‘프리즈 아트 페어’와 함께 ‘프리즈 위크’란 용어를 쓴다. 한국은 많은 갤러리, 박물관이 이 기간에 반짝반짝 빛을 내길 바라고, 이를 프리즈에 오는 해외 컬렉터와 일반 관람객들이 경험할 수 있게 연결한다. 우리는 플랫폼이다. 이 시대의 예술을 담는 ‘스냅샷’이 되려 한다. 지금 존재하는 최고의 예술을 누구나 볼 수 있는 한장의 사진, 하나의 장면으로 만들어 내길 바란다.”

Q : 지금 한국인들이 왜 이렇게 아트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나요.
“한국인은 영화, 음악, 패션을 좋아한다. 창의적인 문화 자체를 좋아하고, 이를 즐기는 것 또한 좋아한다. 다음 스텝으로 아트를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한국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의 수준은 예나 지금이나 뛰어나다. 지금 해외 갤러리나 큐레이터들이 한국 미술이 ‘핫해졌다’고 많이 말하는데, 그건 한국 미술을 이제 보기 시작했을 뿐이다.”

Q : 아트,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보는 ‘눈’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우선은 많이 봐야 한다. 많이 보면 취향이 생기고, 점점 더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찾다 보면 안목이 생긴다. 한국엔 정말 좋은 예술 공간들이 많다. 미술관, 갤러리, 비영리 독립공간 등을 찾아다니면 된다. 작품을 보다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면, 그 작가의 작품을 추적하면서 전시를 이어 보면 더 도움이 된다. 책과 잡지 등 자기 자신을 교육할 수 있는 자료도 많이 보길 바란다. 실제로 나도 그렇게 시작했다.”

■ [프리즈 서울 2023] 놓치면 아쉬워... 눈여겨볼 갤러리들

프리즈 서울 2023에 참가한 갤러리 '에바 프레센후버'의 작품들. [사진 갤러리 에바 프레센후버]



테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
1983년 설립된 테데우스 로팍은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걸쳐 갤러리를 가지고 있다. 현대미술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60명 이상의 아티스트가 소속돼 있다. 주요 국제 아트페어에서 주요 아티스트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번 프리즈 서울엔 코리 아카젤, 알바로 바링턴, 게오르크 바젤리츠, 로버트 라우센버그, 다니엘 리히터, 알렉스 카츠 등 걸출한 작가들의 작품을 가져왔다.


로빌런트+보에나(Robilant+Voena)
올드 마스터 그림의 선도적인 갤러리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로빌런트 보에나(R+V)는 미국 메트로폴리탄 뮤지엄·브루클린 미술관, 루브르 아부다비, 베니스 갤러리에 델 마칸데미아 등 많은 왕실 수집가와 박품관에 작품을 판매한다. 이번 프리즈 서울엔 카날레토, 르누아르, 피카소, 폰타나, 샤갈, 톰블리와 현대작품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배리 액스 볼, 하루미 클로소프스카 데 롤라 등의 작품을 보여줬다.


실린더(Cylinder)
2020년 서울에 설립된 실린더는 기관에 들어가는 미술과 현장에 살아있는 미술 사이의 연결하는 중계자를 자처하는 갤러리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는 유신애 작가의 솔로 부스 ‘포스트 트루스(Post Truth)’로 참여한다. 유 작가는 2015년 스위스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후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다 2020년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열린 전시 '페트리코어'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갤러리 에바 프레센후버(Galerie Eva Presenhuber)
스위스 취리히와 오스트리아 빈에 기반을 둔 갤러리로, 두 도시 출신 아티스트들의 현대미술 작품을 소개한다. 수 윌리엄스 카렌 킬림닉, 더글라스 고든, 칸디다 회퍼 및 안젤라 불로치와 같은 글로벌 아티스트의 스위스 첫 전시를 개최했다. 피터 피슐리 데이비드 바이스, 우고 론디논, 우르스 피셔 및 장 프레데릭 슈나이더를 포함한 스위스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들고 왔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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