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박민중 2023. 9. 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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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윤 대통령 발언과 미국의 CSIS 주장, 그리고 한국이 처한 상황

[박민중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담 중 악수를 나누고 있다.
ⓒ AP=연합뉴스
 
지난 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가 한창이던 중, 미국 발 북러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 정상회담 이후 4년 여만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만난다는 것 자체로도 뉴스지만, 회담의 핵심 주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의 무기지원 여부라는 점은 국내·외 언론들의 관심을 끌기게 충분했다.

그리고 이튿날 6일, 미국의 국무장관인 앤서니 블링컨(A. Blinken)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예고 없이 전격 방문했다.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우크라이나의 쿨레바 외교장관과 젤렌스키 대통령을 차례로 만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를 위한 미국 정부의 새로운 지원책을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그 지원책은 약 9천억 원(6억 6500만 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포함해 총 약 1조 3000억 원(1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를 위한 무기지원 여부를 다루는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보도에 한국 정부는 물론 다양한 전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정부와 미국 싱크탱크의 반응

이런 가운데 외교의 관점에서 한국 정부와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CSIS(전략문제연구소)의 반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국제사회 평화를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협력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의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진행 중인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규정한 대북 제재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이며, 동시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한반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대통령실의 발표는 현재 보도되고 있는 북러 정상회담이 실질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며, 또한 한국 정부는 북러 정상회담을 유엔이 정한 불법 무기거래 금지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7일(미국 현지시간) 미국의 싱크탱크인 CSIS는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화상세미나를 진행했다. 이 화상세미나에는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를 포함해 4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여러 논의 가운데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주장이 제기됐다.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소장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한다면 한국은 우크라이나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한국 외교의 관점에서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기거래를 한다고 해서 무슨 근거로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한다는 것인가? 북한의 무기거래와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어떠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인지 되물어야 한다.

특히 북한의 경우 러시아와의 무기거래를 할 경우 북한은 분명한 국가이익이 있지만,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한다고 하면 한국 정부는 어떠한 외교적 실익이 있는 것인가? 물론 수미 테리 소장의 개인적인 주장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미국 학계와 정치권의 주류가 이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한국 정부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 싱크탱크에서 제기된 주장을 보며, '과연 외교적으로 한국은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북러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는 무기거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히 상대를 악마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실제 이 회담에서 무기거래에 대한 논의가 된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국제사회를 해치는 행위'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외교라는 것은 상대가 있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서는 지난 8월에 있었던 한미일 정상회담이 '지역 안보를 해치는 행위'라고 인식할 수도 있다. 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실제 3국은 군사협력을 제도화했고, 그 군사협력의 이유가 북한임을 명시하고 있다. 북한은 이 한미일 정상회담을 보며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보인 반응과 동일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의 외교 행위는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하는 것이고, 타인의 외교 행위는 국제사회의 평화를 해치는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접근으로는 상대와 외교를 할 수가 없다. 외교는 나의 외교행위를 상대가 어떻게 인식할지에 대한 고려를 전제하고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나는 옳고 상대는 틀리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국가이익도 이끌어내기 힘들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외교 인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한 경우라면, 미국 싱크탱크인 CSIS에서 수미 테리 소장이 제기한 주장은 외교 실익의 관점에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외교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결국 이익, 국가이익이다. 이런 관점에서 외교는 하나의 거래다.

수미 테리 소장의 주장, 즉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한다면 한국은 우크라이나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미국의 외교 관점에서는 매우 타당한 주장이다. 미국은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편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미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속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지원안을 포함시키며 국방비 지출을 늘렸다. 그리고 6일에는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1조 3000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그만큼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미국에게는 중요한 국가이익이다. 이 과정에서 만약 한국이 미국의 재정적 부담을 함께 짊어진다면, 이것 자체가 미국의 국가 이익에 매우 부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에게는 어떠한 국가이익이 있는가? 결국, 수미 테리 소장의 주장은 미국의 국가이익에는 매우 부합하지만, 한국의 국가이익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아니면 부합하게끔 만드는 것이 외교인 것이다.

결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적으로 그리고 연쇄적으로 복잡한 외교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북러 정상회담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단순히 언론을 향해 '블러핑'을 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국가이익을 고려해 물밑에서 중국, 러시아, 미국 등과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무엇인지 살피고 그에 대응한 전략을 구사해야 하며, 미국 학계와 정계가 얼마나 수미 테리와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지 살피고 그들의 주장을 상쇄하는 외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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