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당해야 할지”…대전 교사 생전 기록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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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생전 특정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교권 침해를 당했던 기록이 공개됐다.
A씨는 교권 상담 신청 내용에 '언제까지 이렇게 당해야 할지 몰라서 메일 드렸습니다'라고 적는 등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심한 정신적 고통을 토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9일 대전교사노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월 실시한 초등교사노조의 교권 침해 사례 모집에 자신의 사례를 직접 작성해서 제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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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치료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다시 좋은 선생님 될 수 없을 것 같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생전 특정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교권 침해를 당했던 기록이 공개됐다. A씨는 교권 상담 신청 내용에 ‘언제까지 이렇게 당해야 할지 몰라서 메일 드렸습니다’라고 적는 등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심한 정신적 고통을 토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9일 대전교사노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월 실시한 초등교사노조의 교권 침해 사례 모집에 자신의 사례를 직접 작성해서 제보했다. 해당 글에는 고인이 2019년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당시 겪었던 상황이 담겨 있다. A씨의 반 학생 중 4명의 학생이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고 같은 반 학생을 지속해서 괴롭힌 정황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특히 A씨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B학생은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교실에서 잡기 놀이를 하거나 다른 친구의 목을 팔로 졸라서 생활 지도를 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B학생이 수업 중 갑자기 소리를 쳐서 이유를 물었지만, 대답을 안 하고 버티거나 친구를 발로 차거나 꼬집기도 했다.
이후로도 B학생은 친구들을 괴롭히는 행동을 반복했다. A씨는 B학생이 급식을 먹지 않겠다며 급식실에 누워서 버티자 학생을 일으켜 세웠는데, 이후 B학생 어머니는 ‘아이 몸에 손을 댔고 전교생 앞에서 아이를 지도해 불쾌하다’고 항의 전화를 했다. 이후로도 B학생은 수업 시간에 지우개나 종이 씹는 행동, 친구를 꼬집는 행동, 수업 중 계속해서 색종이 접는 행동, A씨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버티는 행동 등을 반복했다.
2학기부터는 친구 배를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는 행동이 이어지자 A씨는 B학생을 교장 선생님에게 지도를 부탁했다. 다음날 B학생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사과를 요구했지만, 당시 교장과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도 적혀 있다.
A씨는 학부모에게 학생에게 잘못된 행동을 지도하려 했을 뿐 마음의 상처를 주려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으나, 해당 학부모는 12월 2일 국민신문고와 경찰서에 아동학대로 신고를 넣었다. 교육청 장학사의 조사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폭위에서는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 및 조언 처분을 받으라는 1호 처분이 내려졌다.
A씨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그 뒤로도 10개월간 A씨는 혼자서 기나긴 싸움을 해야 했다. 아동학대 조사 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 결과 ‘정서학대’로 판단돼 사건이 경찰서로 넘어가고,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뒤이어 검찰 조사를 받은 뒤에야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아동학대 조사 기관은 교육 현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며 조사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A씨는 교권 상담 신청도 했는데 신청 내용에는 ‘언제까지 이렇게 당해야 할지 몰라서 메일 드렸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A씨는 제출한 글에서 “3년이란 시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다시금 서이초 선생님의 사건을 보고 공포가 떠올라 계속 울기만 했다”고 밝혔다. 또한 “저는 다시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어떠한 노력도 내게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털어놨다.
A씨는 글 말미에 “서이초 사건 등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어 교사들에게 희망적인 교단을 다시 안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해당 글을 작성한 지 약 한 달 반 뒤인 지난 7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세상을 떠났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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