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아닌 '비급여' 택한 1호 DTx…에임메드 "장점 더 많아"
DTx 건보 가이드라인
업체에 비급여·선별급여 선택권 부여
비급여는 의료기관 선호도 높을 전망
급여는 공신력 확보·환자 부담 ↓ 등 장단점
국내 첫 디지털 치료기기(DTX)의 처방이 국민건강보험 급여가 아닌 비급여 적용을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국산 1호 DTx'인 불면증 DTx '솜즈'를 개발한 에임메드의 임진환 대표는 "급여의 장점도 있지만 급여보다 비급여가 더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비급여 트랙으로 시작하려 한다"고 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대한수면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밝혔다.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정해 발표한 혁신의료기술 관련 DTx의 건강보험 등재 가이드라인은 DTx와 관련해 디지털 의료평가를 신청할 때 업체 측에 비급여 또는 선별급여(10%) 선택권을 부여키로 했다. 심평원은 업체가 비급여를 택하더라도 기관별 비급여 금액을 심평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처방내역 청구를 의무화하는 등 모니터링을 통해 오·남용 등의 부작용을 막는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선택권이 주어진 데 대해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깊은 고민을 이어왔다. 급여 진입은 공보험에 편입되는 만큼 국가기관이 인정했다는 공신력을 가질 수 있고, 환자 입장에서도 10%라도 비용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대신 비급여는 급여 대비 높은 수가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처방료를 받는 의료기관의 선호도가 더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임 대표도 비급여 결정의 이유에 대해 "의료진에게 장점이 있는 건 비급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인 상품 시장과 달리 의료 시장은 최종 소비자인 환자뿐 아니라 DTx를 처방하는 의료기관과 의료진 역시 중요한 소비자로 꼽힌다. 결국 의사가 처방하지 않는 한 DTx의 판매가 이뤄질 수 없는 만큼 우선은 여기에 중점을 두고 저변을 넓혀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에임메드는 조만간 근거창출전문위원회 심의를 마친 후 오는 11월부터 3차 의료기관 6곳에서 임상적 근거 창출을 위한 연구수행 단계에 돌입해 솜즈를 실제 환자에게 처방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1분기 안으로는 1차 의료기관까지 범위를 넓히는 '임상진료' 단계에 진입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한국에서 DTx의 미래 방향'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신재용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에버트라이 대표) 역시 "의사를 배제하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다"며 "의학적 결과가 의사에게 얼마나 신뢰도와 타당성이 있는지 진검승부를 해야 하는 만큼 성능, 효과성, 경제적 타당성, 사용자 관점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이어 "개인에게 맞는 DTx가 있고, 의사는 이에 맞춰 처방할 것"이라며 "급여와 비급여를 고민할 때는 내가 이걸 어떤 사람에게 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을 전했다.
마찬가지로 불면증 DTx인 '웰트-I'로 지난 4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웰트는 아직 급여·비급여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진 못한 상태다. 허가 직후 혁신의료기술 지정 고시를 받은 솜즈와 달리 웰트-I는 아직 고시를 받지 못한 상태다. 기존에는 '정신건강의학과'로 제한됐던 불면증 DTx를 처방할 수 있는 진료과의 제한을 없애기 위한 제도 개정이 이뤄지고 있어 해당 개정이 완료된 후에 고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만간 고시를 받아 실제 임상 현장 처방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이를 위해서는 급여·비급여 여부 결정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DTx가 수면제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강성지 웰트 대표가 이날 학회에 참석한 의사들을 대상으로 즉석에서 간단히 급여와 비급여에 대한 선호를 거수로 묻기도 했지만 거의 비슷한 숫자가 손을 드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편 임진환 대표와 강성지 대표 모두 1·2호 DTx가 모두 불면증 DTx가 되면서 양사가 서로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모두 '공생과 협업을 통해 생태계를 키워나가는 게 급선무'라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강성지 대표는 "1·2호 DTx가 서로 경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고, 임진환 대표 역시 "경쟁은 시장이 형성됐을 때나 가능한 일"이라며 "형성되지 않은 시장에서 경쟁자를 만드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단 산업을 만들고 DTx가 얼마나 유효한지 의사에게는 각인시키고, 환자에게는 이해받아야 한다"며 저변을 넓혀나가는 게 우선이라고 짚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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