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이렇게 당해야…" 극단 선택한 대전 교사의 호소기록 공개

김은하 2023. 9. 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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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교권침해 사례, 직접 작성해 보내
경찰 아동학대 신고당해 홀로 10개월 긴 싸움

"언제까지 이렇게 당해야 할지 몰라서 메일 드렸습니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가 생전 특정 학부모에게 교권 침해를 당한 기록이 9일 공개됐다.

이 기록에는 고인이 교사로서 무기력함을 느낀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생전에 우울증 약을 먹는가 하면 교사에 대한 자긍심을 잃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오후 숨진 교사가 근무했던 학교 앞에 놓인 추모 화환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고인이 된 교사 A씨는 자신의 사례를 직접 제보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실시한 초등교사노조의 교권 침해 사례 모집에 2019년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반 학생 중 4명의 학생이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고 같은 반 학생을 지속해서 괴롭힌 정황 등이다. 교사 A씨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B학생과 관련한 언급도 있다.

기록에 따르면, B학생은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교실에서 잡기 놀이를 하거나 다른 친구의 목을 팔로 졸라서 생활 지도를 했다.

해당 학생은 수업 중 갑자기 소리치기도 했는데, A씨가 이유를 묻자 대답을 안 하고 버틴 것으로 드러났다. B학생은 또 친구를 발로 차거나 꼬집기도 했다.

결국 A씨는 지난 4월 B학생의 부모와 상담했다. 당시 학부모는 "학급 아이들과 정한 규칙이 과한 것일 뿐 누구를 괴롭히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선생님이 1학년을 맡은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조용히 혼을 내든지 문자로 알려달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B학생의 행동은 변하지 않았고, 친구를 꼬집거나 배를 때리는 등 괴롭히는 행동은 반복됐다.

A씨는 B학생의 부모에게 항의 전화도 받았다. B학생이 급식을 먹지 않겠다며 급식실에 누워서 버텨 일으켜 세웠는데 해당 학생 부모는 '아이 몸에 손을 댔고 전교생 앞에서 아이를 지도해 불쾌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로도 수업 시간에 지우개나 종이 씹는 행동, 친구를 꼬집는 행동, 수업 중 계속해서 색종이 접는 행동, A씨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버티는 행동 등이 이어졌다.

B학생은 2학기부터 친구 배를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기도 했다. 결국 A씨는 B 학생을 교장 선생님에게 지도를 부탁했다.

A씨는 당시 교장과 교감 선생님에게 별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다음날 B 학생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사과를 요구했지만, 교장 선생님 등이 나서지 않았다는 것으로 전해진다.

10개월간 홀로 기나긴 싸움한 A교사

A씨는 학부모에게 학생에게 잘못된 행동을 지도하려 했을 뿐 마음의 상처를 주려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으나, 해당 학부모는 12월 2일 국민신문고와 경찰서에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도 억울함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A씨는 10개월간 혼자서 기나긴 싸움을 해야 했다.

아동학대 조사 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 결과 '정서학대'로 판단해 사건이 경찰서로 넘어가고,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 조사를 받은 뒤에야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아동학대 조사 기관은 교육 현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며 조사 기관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A씨가 신청한 교권 상담 내용에는 "3년이란 시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다시금 서이초 선생님의 사건을 보고 공포가 떠올라 계속 울기만 했다"면서 "저는 다시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어떠한 노력도 내게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가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당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는 A씨는 당시 남편이 '회사 일을 하는데, 왜 회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냐'는 물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기록했다.

글 말미에 그는 "서이초 사건 등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어 교사들에게 희망적인 교단을 다시 안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 글을 쓴지 약 한 달 반 뒤인 지난 7일 세상을 떠났다.

한편 지역주민들이 A씨의 가해 학부모로 지목된 이들이 운영하는 사업장에 소위 '별점 테러'를 하고 불매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가해 학부모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업장 두 곳에 대한 정보가 전날 공유됐는데, 여기에는 "준 만큼 돌려받는다. 꼭 다시 되돌려받길", "해명 부탁드려요" 등의 글이 달렸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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