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혼령’ 천지혜 작가 “창작자에게 현재가 가장 좋은 환경” [웹소설 전성시대③]
천지혜 작가는 웹소설 하나로 다양한 IP로 뻗어나가며 지망생들에게 롤모델로 뽑히는 인물이다. 2013년 네이버 챌린지 리그로 웹소설을 쓰기 시작한 후, '블러셔와 컨실러', 금혼령, 조선혼인금지령, '밀당의 요정', '거울 살인' 등을 발표했다.
특히 '조선혼인금지령'은 종이책, 드라마, 게임으로 만들어진 대표작이다. 2019년부터 매주 금요일 네이버웹툰에 연재돼 인기를 끈 '조선혼인금지령'은 과거 조선에서 왕비나 세자빈을 간택할 때 백성들의 혼인을 금하는 금혼령을 내린 설정으로, 7년 전 세자빈을 잃고 폭군이 되어버린 왕 이헌에게 죽은 세자빈으로 빙의할 수 있다는 예소랑이 나타나 펼쳐지는 스토리로, 지난해 박주현, 김영대 주연의 MBC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졌다. 천지혜 작가가 직접 대본도 썼다.
2021년에는 '스토리플레이'의 채팅형 책임으로 출시됐으며 2020년에는 RH 코리아 종이책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현재 천 작가는 웹소설 및 드라마 작가이며 웹소설, 웹툰, OST 다양한 IP 사업을 진행하는 CP사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세종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과 외래 교수, 클래스101 '절대 막히지 않는 웹소설 & 플롯 설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며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웹소설을 쓰기 전에는 마케팅, 홍보, 기획자, 드라마 PD 등 기획 업무로 커리어를 쌓아왔다. 문예 창작과를 나오지 않았지만, 기획하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기준을 일관성 있게 이어 나가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2013년 처음 웹소설 시장에 발을 담은 후, 10년이 지났다. 과거와 현재 웹소설을 향하는 시선과 대우가 달라진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
"2013년에는 웹소설이란 단어도 사람들이 잘 몰랐습니다. 웹소설을 잘 이해 못 하셔서 부모님의 반대도 컸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웹소설 작가라고 바로 설명하지 못하고 '혹시 웹툰 보니?'라면서 본다고 웹소설을 설명해가며 제 직업을 말해야 했어요. 이때 웹툰을 안 보고 관심도 없다고 하면 설명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웹소설 영상화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며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죠. 한국의 콘텐츠들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IP를 원하는 제작자들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정말 제작사들이 과장하는 게 아니라 드라마 영상화를 위해 다들 불을 켜고 원작을 찾아요. 인기 작품들은 제작사들의 경쟁 피티가 붙죠. 인기 IP는 어느 플랫폼에서 영상화할지 고르는 단계죠."
웹소설 영상화가 빈번해진 만큼 기획할 때부터 확장될 수 있는 IP를 기획하는 것을 권한다.
"창작자들은 단순히 웹소설로 그치고 마는 글을 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해요. 목표를 크게 가져가야 하죠. 그렇기에 웹소설을 쓸 때도 기획이 중요해요. 저는 소설 쓰기 전에 기획서만 300장씩 만들어서 눈길 끄는 포인트를 다 기획해 두고 있어요."
최근 웹소설 작가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지만 이를 꾸준히 끌고 가 완결 내는 작가는 많지 않다. 모든 창작의 영역처럼 웹소설 작가도 빠르게 바뀌는 시장의 트렌드와 지구력을 요하는 직업이다.
"처음 5화 정도는 쉽게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이후에 인기와 흥행으로 살아남아 영상화가 되는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웹소설은 다음 화 결제 안 하고는 못 베길 정도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도록 설정하는 게 중요해요. 일반 책은 중간에 재미가 없더라도 끝까지 읽는 사람이 많은데 웹소설은 중간에 얼마든지 하차할 수 있거든요. 웹소설을 쓸 때도 한편 당 체류 시간이 2~3분밖에 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한 편 안에 기승전결은 물론, 탄탄한 전개를 담아야만 다음 화로 독자를 유도할 수 있어요. 지금은 웹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재미있는 서사들이 많아졌고 그들끼리 경쟁하는 구조가 돼 퀄리티가 더 높아졌어요."
웹소설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독자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다. 일반 소설과 달리 웹소설은 실시간으로 독자의 반응을 살필 수 있다. 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창작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순간의 인기에 취하는 것도, 독자들의 반응에 휩쓸리는 건 지양해야 해요. 아예 독자들의 반응을 무시하고 소통 창구를 닫을 순 없겠지만, 그 흐름을 모두 수용하려고 하면 페이스를 잃어버릴 수 있어요. 남이 원하는 글을 쓰면 내가 하는 이야기와는 자연적으로 멀어지겠죠. 그러면 독자들은 또 귀신같이 알아차려요. 분위기는 반영하되, 자기 호흡을 잃지 않고 치고 나가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천지혜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웹소설 작가에 도전하는 걸 추천한다. 이에 대학에서, 클래스101에서 강의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웹소설이란 단어가 생긴 후, 현재 웹소설 작가가 창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이 됐다. 다만 생계를 지탱해 주는 직업과 병행할 것을 조언했다.
"K 콘텐츠가 글로벌 OTT를 통해 주목받고 있고, K 콘텐츠는 웹소설을 주목하고 있어요. 내가 쓰는 IP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거죠. 잘 써서 영상화만 된다면 엄청난 인기를 얻을 수 있죠. 다만 이 과정까지가 쉽지는 않아요. 어느 정도 각오가 돼 있어야 하죠. 특히 웹소설 작가로 언제 데뷔할지, 어떻게 대박이 날지 모르는 상태인데, 무작정 본업을 그만두고 뛰어드는 건 위험해요. 생계를 위한 일을 하면서 당장 먹고 살길이 끊길 위험이 없고, 웹소설에 쏟아부을 여력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도전하라고 해요. 글 쓰는 게 재미있고 나의 서사로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면 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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