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수제맥주 죄다 적자인데...매출 25배 늘고 흑자전환 ‘부루구루’ 비결은 [내일은 유니콘]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이유리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economy06@mk.co.kr) 2023. 9. 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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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시장 분위기가 심상찮다. 상장 1호 제주맥주가 2분기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한때 ‘곰표맥주’로 유명했던 비상장사 세븐브로이 역시 대한제분과 소송 여파 등으로 매출, 순익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후발 주자 중 돋보이는 업체도 있다. 지난해 기준, 1년 새 매출이 25배 뛰어오른 ‘부루구루(BREWGURU)’다. 이 회사의 2021년 매출은 11억원 남짓. 그런데 이듬해 17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억원 적자에서 39억원 흑자전환, 말 그대로 환골탈태 스토리를 작성했다.

부루구루가 출시한 ‘어프어프 하이볼’ 시리즈. (CU 제공)
올해 분위기는 더 좋다. 연초부터 8월까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0억원, 20억원으로 순항 중이다. 새로 선보인 ‘캔 하이볼’이 또 한 번 히트치면서 벌어진 일이다. 여세를 몰아 오는 2026년까지 연매출 1000억원 달성 후 상장까지 노릴 정도가 됐다.

창업자는 박상재 대표. 원래는 ‘맥주 덕후’였다.

부루구루 박상재 대표.
취미로 수제맥주를 만들 정도였다. 좋아하는 일에 좀 더 집중한 끝에 맥주 양조 대회인 NHC(National Homebrew Competition)에서 2017년 우승했을 정도로 양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던 그가 돌연 콤부차에 꽂혀 음료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본인 표현대로 2021년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수중에 100만원도 없던 시점, ‘다시 잘하는 걸 더 잘하자’는 심정으로 수제맥주 시장에 도전했던 것이 소위 ‘대박’을 냈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사업 얘기, 그에게서 안 들어볼 수 없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수중에 100만원도 없었다는데 어떻게 매출 급상승, 흑자전환을 할 수 있었나.

제조업의 본질인 ‘맥주 만들기’에 집중했다. 일반적으로 주류 판매 사업은 현금 회수 기간이 길고 대손 비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하지만 우리는 기존 구조를 아예 깨버렸다. 자금이 부족한 사업 초기에는 선금을 받으면서 OEM, ODM 제품을 만드는 방식을 진행했다.

부루구루 입장에서는 마케팅이나 디자인 등의 비용 부담을 하지 않아도 돼 부담이 없다. 주류 제조에만 집중하니 모든 거래처마다 약 40여개 종류의 특색 있는 제품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Q. 주류 중 ‘맥주’로 사업을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분야가 ‘맥주 만들기’다. 평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취미 생활은 술을 만드는 것이었다. 2017년에 미국 홈브루어협회(AHA)가 주최한 NHC라는 세계맥주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기도 했다. 부루구루 이전에 잠깐 했던 콤부차 사업을 접었을 당시 남은 건 그나마 쓸 만한 기계설비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이 설비로 만든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와 공동 창업자로서 창업한 경험도 있었기에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Q. 흑자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우선 고부가가치 사업인 병맥주와 생맥주 사업, 그리고 하이볼류와 사와·소다의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할 예정이다. 위스키 사업은 당분간 사업부가 돈을 많이 투자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부가가치는 높다. 주류 전반에 대한 포트폴리오로 현재 확보한 국내외 유통망으로 좋은 제품을 만든다면 주류 제조업은 시너지와 규모의 경제가 매우 크기 때문에 흑자폭이 늘어날 것이다.

Q. 회사의 현금흐름은 원활한 편인가.

과거보단 나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 현금흐름이 좋지는 않다. 지속적으로 시설 투자를 해야 하고 인력과 조직 세팅,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서도 돈이 많이 들어간다. 특히 주세 부담이 크다. 최근 1년간 납부한 주세가 100억원이 넘는다. 앞으로는 분기당 최소 30억원대 세금을 납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Q. 자금흐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한 기업 성장 전략은 무엇인가.

우선 주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주세법의 불합리한 규제들 때문에 자금 상황이 어려웠다. 한국은 장기적으로 종량세 구조의 주세로 개편해야 한다.

당장 시급한 것은 중소기업이 제조하는 주류다. 주세를 아껴 영업이익을 늘리려는 취지가 아니다. 국내 제조 주류의 경쟁력을 높이고 주류 다양성과 고품질 주류 소비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일본 주세는 종량세 구조다. 아무리 제품을 많이 만들어도 세금은 ℓ당 몇 원으로 책정돼 있다. 일본 위스키 가격이 저렴한 것도 종량세기 때문이다.

Q. ‘계획된 적자’보단 이제는 ‘수익성 증명의 시대’가 됐다고 한다. 사업 대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계획된 적자가 필요한 사업 영역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일부 플랫폼 비즈니스나 바이오와 같은 연구개발(R&D) 기반 사업 모델은 아직 유효하다. 현재 우리가 추진하는 위스키 사업도 최소 5년 이상은 초기 매출 발생이 불가능한 구조기에 계획된 적자가 틀린 이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기업의 본질은 ‘수익성 증명’이다. 계획된 적자가 있더라도 이후에는 엄청난 성장이 필요하다. 우리 회사도 사업 초기에는 매년 4억~6억원가량 손해를 보기는 했지만 돈을 벌기로 마음먹은 후 1년 만에 결손금 20억원대를 모두 해결했다.

부루구루가 선보인 주류 제품이 수납장에 나열돼 있다.
Q. 맥주 이외의 관심 있는 주류도 있나.

하이볼이다. 도수가 높은 술에 탄산수, 토닉워터 등을 타먹고는 하는데, 우리는 완성품으로 캔 하이볼 시장을 개척했다. 한국 시장은 일본과 굉장히 유사하다. 식료나 회식 문화도 비슷해 주류 사업하는 입장에서 많이 참고한다. 일본 편의점 주류 냉장고의 절반 이상은 하이볼로 채워져 있다. 직장 퇴근 후 회식 문화가 있고 저녁 늦게 가볍게 한 잔씩 마신다. 한국도 비슷하기에 캔 하이볼을 출시하면 잘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Q. 국내에 없던 ‘캔 하이볼’ 시장을 개척했다. 어떻게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나.

주요 3사 편의점의 PB 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기술력과 기획력을 갖추고 있다. 부루구루가 출시한 최초 하이볼은 지난해 11월 CU 편의점에 출시한 ‘어프어프 하이볼’이다. MZ세대에게 유명한 감성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어프어프’와 협업해 내놓은 상품이다. 얼그레이와 레몬토닉, 총 2가지다. 캔 타입의 RTD 시장의 경우 부루구루는 CU 편의점 점유율의 80%에 가깝다. CU에서 대박을 치자 GS25와 세븐일레븐, 대형마트 등에서도 발주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같은 하이볼이지만 다른 향과 맛의 제품을 개발해 출시했다.

부루구루가 출시한 맥주, 캔 하이볼. (부루구루 제공)
Q. 하이볼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는데 실제로 맛은 다른가.

그렇다. 제품 설명을 자세히 비교해보면 하이볼을 만든 기본 베이스가 모두 다르다. 이 어프 하이볼 라인은 모두 토닉 베이스에 레몬, 얼그레이 향을 첨가한 것이다. 홈플러스 하이볼 3종은 진저에일 베이스, 쿠시마사 원모어 하이볼은 오크 향을 쓴 상품이다. 기본 오크 향에 바닐라와 캐러멜 향을 첨가해 차별화를 줬다.

Q. 창업자로서 나만의 가치관이 있나.

‘돈이 된다’면 뭐든지 한다. 우리 회사의 본질이자 나의 가치관이다. 마치 ‘인디언 기우제’와 비슷하다. 인디언들은 비가 올 때까지 100번, 200번이고 기우제를 지낸다. 그렇기에 성공 확률이 100%다. 우리 사업도 마찬가지다. 기우제를 지내는 비용보다 비가 왔을 때 실익이 더 크다면 무조건 실행한다.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은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Q. 향후 어떤 회사로 기억되고 싶은가.

무엇보다 맛있고 행복한 술을 만드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 우리가 제조하는 맥주와 하이볼, 그리고 앞으로 나올 위스키들이 소비자들의 행복한 순간에 함께 하기를 소망한다. 힘든 분들에게는 위로가 되고 주류 한 잔에 모두 에너지가 남기를 바란다. 나 역시 최근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레몬사와와 꼬냑 하이볼을 마시면 정말 행복해진다. 그런 삶을 많은 분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박수호 기자, 이유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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