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풍찬노숙 단식 황교안, 의식잃고 구급차에
청와대 앞 노숙 단식, 한밤 병원 이송
與 대표, 靑 정무수석 등 찾아와 단식 만류
편집자주 -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서둘러 의사가 들어가 봤더니 의식이 없었다. 바로 119를 불러 병원으로 갔다.”
2019년 11월27일 오후 11시께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구급차에 실려간 상황과 관련해 현장에 있던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한 내용이다. 황교안 대표는 청와대 앞에서 ‘풍찬노숙’ 단식을 이어가던 상황이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저지, 연동형 비레대표제 도입 저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저지 등을 내걸고 당시 제1야당 대표인 정치인 황교안은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진행했다. 황교안 대표의 건강은 날이 지날수록 급격하게 악화했다.
단백뇨와 탈수 증세를 보였고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급기야 의식을 잃고 한밤중에 구급차로 이송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황교안 대표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이어갔다.
현장 상황을 지켜보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호흡곤란과 의식 불명 상태가 와서 급하게 병원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급박했다. 황교안 대표의 건강 상태는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입장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안이었다.
젊은 사람도 쉽지 않은 단식을 만 60세가 넘은 정치인이 이어가는 것은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일이었다. 황교안 대표는 주변 정치인들의 만류에도 단식을 이어갈 뜻을 전했지만, 급격하게 악화한 상황 때문에 단식 8일째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정치인의 단식은 결기를 드러내는 최후의 수단이다. 특히 야당 대표의 단식은 한국 정치사에 각인돼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야당 정치인 시절 단식은 시대 흐름을 바꿔놓은 전환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단식은 의회주의자들의 관점에서 볼 때 비판의 대상이기도 하다. 국회에서 정치로 풀어야 하는데 단식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쓰는 게 적절한가에 관한 의문이다. 황교안 대표 단식 때도 다양한 견해가 이어졌다.
야당 대표 단식은 꽉 막힌 정치 상황을 드러내는 장면이지만, 역으로 정치 언로를 여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한국 정치에서 주요 정치인이 단식할 때 여야 할 것 없이 현장을 찾아 건강을 걱정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야당 수장이 단식하게 될 경우 여권 쪽에서 현장을 찾아 단식을 만류하는 게 일반적이다. 황교안 대표가 단식할 때도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국무총리실에서 움직였다.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2019년 11월21일 단식 중이던 황교안 대표를 찾아 지소미아 협상 과정을 설명하면서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는 2019년 11월24일 단식 중이던 황교안 대표를 찾아 “어려운 고행의 충정을 잘 안다는 말씀을 드렸다”면서 단식 중단 요청 사실을 전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019년 11월25일 청와대 앞에서 단식 중이던 황교안 대표를 만나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대화를 하자. 협상을 하자”고 제안했다.
2019년 11월, 황교안 대표의 단식 시점은 2020년 4월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여러 정치 현안이 맞물려 돌아가던 시기다.
정치의 엉킨 실타래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황교안 대표가 병원에 이송된 이후에도 ‘단식의 정치 후폭풍’이 이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정미경, 신보라 최고위원은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면서 동조 단식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황교안 대표의 단식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부터(11월28일) 자유한국당이 단식을 이어나간다”고 밝혔다. 황교안 대표는 단식을 통해 건강을 잃었지만, 지도력을 공고히 하면서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결속은 강화됐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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