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만남이용권' 백화점 사용될까요?"…출산 바우처, 명품에 사용하는 부부들

황서율 2023. 9. 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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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정책의 일환으로 나온 '첫만남이용권'을 이용해 평소 사기 어려운 명품이나 전자기기를 사거나 사려는 부부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지원금을 제공하는 정부에서 유흥·사행업종 등 특정업종을 제외한 전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일각에서 육아용품 이외에 목돈이 필요한 구매에 바우처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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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전자기기에 바우처 이용하는 부부
사용처 1위, 육아용품 포함 유통판매점

"'첫만남이용권'으로 명품가방 샀어요. 혹시나 해서 결제를 해봤는데 진짜 결제가 됐어요."(네이버 블로그 게시글) "'첫만남이용권' 백화점에서 사용 가능하다던데 명품 구매도 가능할까요? 저를 위해서 쓰고 싶어요(인터넷 카페 게시글)

저출산 정책의 일환으로 나온 '첫만남이용권'을 이용해 평소 사기 어려운 명품이나 전자기기를 사거나 사려는 부부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지원금을 제공하는 정부에서 유흥·사행업종 등 특정업종을 제외한 전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일각에서 육아용품 이외에 목돈이 필요한 구매에 바우처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첫만남이용권은 보건복지부가 2020년 12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핵심 사업인 영아기 집중투자 사업의 일환으로 도입한 바우처다. 지난해 출생 아동부터 지급됐고, 출생신고 후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은 아동은 출생순위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200만원 바우처를 국민행복카드를 통해 지급받는다. 쌍둥이면 400만원, 세쌍둥이면 600만원인 식이다. 첫만남이용권은 아동 출생일로부터 1년간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둘째아이를 출산하는 경우 기존 지원 비용에서 100만원 늘어난 3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예산도 올해 3193억원에서 내년 3803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책이 시행된 작년부터 지난 5월까지 누적 신청자 수는 34만명이다. 바우처 사용처 1위는 유통판매점이 39.1%, 2위는 산후조리원 16.6%, 3위는 병원 및 약국 14.2% 순이었다. 유통판매점 구매 목록의 경우 육아용품뿐만 아니라 다른 상품들도 포함된다. 정부는 첫만남이용권을 지급목적에 맞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유흥·사행업종, 레저업종, 상품권 구매, 면세점 등 일부 업종에서는 사용을 금지했지만, 출생 초기 양육부담을 줄인다는 목적에 따라 사용 편의성을 고려해 이 외 업종에서는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평소 사기 힘든 명품이나 전자기기 구매에 보태기도 한다. 한 30대 여성은 “출산용품을 사고 남은 바우처로 명품가방을 샀다”며 “명품 매장에도 사용이 가능한지 몰랐는데 결제가 됐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 블로그에는 바우처를 이용해 아이패드를 산 후기가 올라왔다. 한 육아 정보공유 카페에서는 ‘첫만남이용권으로 명품을 살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애매하다’, ‘잘 모르겠다’라고 달린 댓글들 사이로 ‘직접 구매해봐서 아는데 가능하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 카페에는 비슷한 문의글이 30여개 올라와 있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부가 바우처 사용의 자유를 허용한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육아 정보 인터넷 카페에는 “백화점에서 바우처 사용이 가능하니 사용하고 다른 돈으로 유모차나 기저귀 같은 유아용품을 사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김모씨(34·여) 역시 “바우처를 어디서 쓰든지는 자유라고 생각한다"며 "SNS에서 굳이 공개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라고 말했다.

유해미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바우처는 항목을 지정하고 목적에 따라 쓸 수 있게 하는 것이지만 너무 많은 제약을 둔다면 부모 만족도 등을 고려했을 때 국가 입장에서도 고민이 들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출산 이후 돈이 더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기도 하고 유흥 등 몇 가지 제외 항목 이외에는 부모의 여건에 따라서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만약 데이터를 모아 봤을 때 정말 취지에 맞지 않게 지출되는 부분이 지나치게 크면 그땐 대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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