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글돈글]"배달하면 음식값 40%추가"…美 배달앱, 점주 폭리에 골머리
매장가보다 40% 넘게 폭리 취해
플랫폼, 서비스 노출 제한 등 패널티
가격경쟁 유도 실패 결과란 분석도
편집자주 - 전 세계 곳곳에서 돈이 도는 모든 이야기를 재밌게 소개해드립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부터 먼 나라 유럽까지, 각 나라의 시장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어떻게 돈이 흐르고 있는지 친절한 경제 기사로 접해보세요.
코로나19를 계기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은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습니다. 배달 플랫폼의 등장으로 우리는 더 음식점 책자를 뒤지지 않고도 수백가지가 넘는 가게들의 메뉴를 손쉽게 비교하며 주문할 수 있게 됐죠. 다만 아직도 배달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비싼 배달비에 몇번씩 고민을 하게 되는 게 사실입니다.
미국인들 역시 비싼 비용에 배달 주문을 주저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한국과 다른 점은 비싼 배달 요금이 아닌 가게들의 지나친 폭리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에는 가게들이 배달 시 음식값을 부풀리는 관행이 확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배달 플랫폼측에도 가게들의 이같은 행위를 제재하기 위한 대책을 고안 중인데요. 오늘은 미국 배달 업계에서 가게들의 폭리로 인해 어떤 논란이 확산 중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배달중개업체, 폭리 취할 시 플랫폼 내 노출 페널티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배달 플랫폼 1위 사업자인 '도어대시'가 배달 시 매장가보다 최소 20% 이상 음식 가격을 비싸게 받은 가게들을 대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 교외의 한 술집은 배달 주문 시 매장가보다 40% 높은 수준으로 음식값을 받았다가 도어대시로부터 경고를 받았습니다. 도어대시는 만약 점주가 가격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배달 플랫폼 입점을 취소시키겠다고 통보했습니다. 다른 점주는 가격 시정 명령을 거부할 경우 플랫폼 내에서 해당 가게가 고객들의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란 경고성 메일을 받기도 했습니다.
도어대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배달 시 폭리를 취한 레스토랑들을 대상으로 플랫폼 상에서 가게가 눈에 띄지 않도록 페널티를 부과하는 기능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3월에는 매장가와 배달가가 동일한 가게들은 특별한 라벨이 부착되도록 하는 테스트를 시작했죠.
또한 입점 가게들을 대상으로 배달 주문시 지나치게 폭리를 취하는 것이 오히려 가게 매출에 타격을 준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도 함께 배포했습니다. 사실상 음식값을 높여봤자 가게에 타격만 주는 꼴이니 폭리를 취하지 말라고 무언의 압박을 한 셈입니다.
경쟁사인 우버이츠도 가게들의 꼼수를 제재하고 나섰습니다. 우버이츠는 일부 도시를 대상으로 주문란 하단에 해당 레스토랑의 음식 가격이 매장가보다 높을 수 있다는 표기를 도입했습니다. 소비자들이 매장가와 배달가의 차이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고지한 것입니다.
그러나 레스토랑들은 배달앱의 이같은 조치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미 레스토랑 협회는 배달앱들의 조치에 불만을 제기한 후 5월 도어대시에 공식적으로 항의 의사를 표했습니다.
가게들도 가격을 낮추라는 배달앱의 요청을 수락하기보다 오히려 서비스 이용을 중단하는 식으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입니다. WSJ은 도어대시로부터 경고 메일을 받은 일부 가게들이 가게 위치가 플랫폼에 뜨지 않도록 위치 설정을 비활성화 한 뒤 고객들에게 가게 웹사이트를 통해 주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외식업계 "수수료에 남는 것 없어" 주장…배달앱의 가격 통제 실패 지적도그렇다면 미국의 가게들은 왜 배달 주문 시 음식 가격을 대폭 부풀리는 것일까요? 이들은 물가가 치솟은 상황에서 배달 플랫폼 수수료까지 감당할 경우 이익을 남기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도어대시를 이용하는 가게들은 주문 한건당 최소 15%에서 마케팅 혜택에 따라 25%, 최대 30%까지 서비스 수수료를 지불합니다. 배달비는 고객이 지불하는 구조입니다.
한국의 배달플랫폼들은 각각 최소 6.8%에서 최대 12.5%까지 수수료를 부과합니다. 수수료만 놓고 보면 미국의 배달앱 중개수수료율이 더 높습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가게들도 배달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일부 배달비를 지불하는 경우가 있어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같은 수수료율을 고려했을 때 미국의 레스토랑들은 배달 시 음식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항변합니다. 리서치회사 고든하스켓에 따르면 맥도날드의 경우 배달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보다 매장에서 주문하는 것이 45% 더 싼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45%의 가격 차이에서 배달 플랫폼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수료가 배달 음식 가격을 끌어올리는 원인이 된다는 외식업계의 주장도 마냥 틀린 것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반면 일각에선 배달플랫폼들의 무능함을 문제의 원인으로 꼽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들이 외식업계의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은 제품가격의 15%를 수수료로 부과하는 데도 배달앱과 달리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셀러들의 경쟁을 부추기고 자체브랜드를 도입하는 등 가격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배달 플랫폼들은 이같은 노력에 소홀해 가게들을 폭리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배달업계는 플랫폼 노출 페널티 등의 자구책 마련과 함께 외식업계 설득에 나섰습니다. 도어대시의 경우 수수료 인하를 위해 수익의 일부를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배달 시 음식 가격을 인상한 식당의 경우 매출이 최대 37% 감소하고 재주문율이 최대 78%까지 낮아진다는 결과들을 소개하며 가격 인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한국에서도 배달앱을 둘러싼 비용 문제는 늘 화두에 오르내립니다. 미국처럼 배달 중개수수료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음식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가게들이 손해를 감수하는 구조가 굳어진 듯합니다. 자영업자들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것을 합리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배달 음식 가격을 40% 넘게 올리며 소비자에게 폭리를 취하는 미국의 상황도 옳다고는 볼 수 없죠. 배달 중개 서비스 시장의 성장이 전망되는 만큼, 자영업자와 중개플랫폼 간에 적정한 서비스 수수료 구간을 찾아내는 것이 업계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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