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도 ‘갑론을박’…정확한 살림 예측 해법은 [세수 재추계⑤]
전통 모형으로 안 돼…예측 시기 조정
전문가 “독립적 세수 예측 기구 필요”
기획재정부가 최근 몇 년간 큰 폭의 세수 추계 오차를 반복함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 추계 방식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용해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이하 예정처)로부터 받은 최근 10년(2013~2022년) 국세 수입 추계 안을 정부 결산서·본예산안과 비교 분석한 결과 기재부 세수 추계는 평균 플러스마이너스(±) 7.3% 오차율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과 2022년 기재부 세수 오차율은 10%를 웃돌았다. 2021년에는 282조7400억원의 수입을 예상했다. 실제로는 344조800억원이 걷혔다. 세수 오차율은 17.8%(61조3400억)다.
2022년에는 343억3800만원을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395조9400억원이 들어왔다. 13.3%(52조5600억원)의 세수 오차다. 2021년과 2022년 두 해 동안 예측에 실패한 세수만 114조원에 달한다.
지난 두 해와 반대로 올해는 세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7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세수입은 217조6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4000억원(16.6%) 덜 걷혔다.
기재부가 연이어 세수 예측에 실패하자 전문가들은 전면적인 제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정처는 지난달 ‘세수 오차의 원인과 개선과제’를 통해 “기본적으로 전망은 발생하지 않은 미래 상황을 예측하는 작업으로서 예측과 결과 간에는 어느 정도의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최근처럼 지나치게 세수 오차가 커지고 반복할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세수 오차를 처리하는 재정 운용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재정운용 여건이 급속하게 변화함에 따라 기존의 접근방법은 정확한 세입 전망을 하는 데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며 “전통적인 모형으로는 세입기반의 변동성 확대 및 분포적 특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대응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예정처는 지난 7일 출범 20주년을 기념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수 오차 진단과 대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세수추계모형 공개는 불가피
이날 예정처는 세입전망 업무와 조직의 독립성 확보를 주문했다. 별도의 세수 추계 기구를 꾸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혜정 예정처 조세분석심의관은 “경기적 요인이나 모형 요인 외에도 정책적 의지나 정치적 영향력이 재정 전망에 개입될 경우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포용재정포럼과 민주연구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가 개최한 ‘윤석열 정부 세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안’ 정책토론회 자리에서도 독립된 세수추계위원회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날 강병구 인하대학교 교수는 세수 추계오차를 개선하기 위해 기재부가 세수추계모형을 공개해 모형의 예측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한 이후 11월 말에 변화한 경제 상황을 반영한 세수추계변경치를 국회 심의 과정에 반영하는 절차를 도입하고 기재부로부터 독립한 ‘세수추계위원회’ 구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재부가 사용 중인 세수 추계 모형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기재부는 세수 추계 모델을 업데이트하고 있다지만 어떻게 하는지는 한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며 “모델을 공개하면 이를 토대로 민간 경제전문가들이 활발히 연구해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수 추계 시기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류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현재 세수 추계가 6~7월에 끝나는데 이후 예산을 심의하는 11월, 그리고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이듬해 1월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이 있다”며 세수전망 시기 조정을 제안했다.
예정처는 ‘세수 오차의 원인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한 가지 전망모형에 의존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모형을 활용해 시나리오별 전망을 하고 개별 모형의 장단점을 식별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예상치 못한 초과 세수 발생 때 기금을 적립해 경제침체기에 활용하거나 비관 시나리오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예비비로 편성하는 선진국 사례를 활용해 한국적 제도 특성에 맞는 재정 운용상 완충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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