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완화에”...더 비싸진 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가봤더니]

김한나 2023. 9. 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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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본판매 ‘총력전’
특수 기대하지만…소비자 반응은 ‘글쎄’
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은 고객들이 추석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한나 기자

“추석 선물로 어떤 것을 살지 고민 중인데, 가격이 다 비싸서 고르기가 만만치가 않네요.”

8일 오후 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품관에서 만난 40대 주부 이 모씨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추석 연휴를 20여일 앞두고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가운데 가장 빠른 8일부터 추석 선물세트 본 판매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찾은 롯데백화점 본점은 추석 선물세트를 구경하는 고객들이 간간히 보였다. 첫날이라 그런지 선물세트 코너는 찾는 손님이 뜸해 한산한 모습이었다. 단체로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많이 들어왔다. 

추석 선물세트는 한우를 비롯해 과일 등이 종류별로 다양하게 진열돼 있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높은 가격대에 지갑 열기가 꺼려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과 코너에 진열돼 있는 과일 선물세트.   사진=김한나 기자

축산 코너에서 만난 50대 주부 박 모씨는 “다른 물건을 사러 왔다가 오늘부터 선물세트 파는 걸 알게 됐다”며 “추석 선물도 준비해야 하는데 가격대를 보니 많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축산·청과 등 각 식품코너 내부에는 안내 카달로그가 구비돼 있었고 판매 직원들도 첫날부터 분주해 보였다.

축산 코너에 진열돼 있는 한우세트.   사진=김한나 기자 

축산 코너에서 건네 받은 안내 책자에는 20만~30만원대 상품이 절반 가량으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바로 옆 코너의 과일 상품은 10만원대부터 3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라인까지 높은 가격대로 형성돼 있었다. 주로 사과와 배, 샤인머스캣 등으로 구성됐다.

과일 코너에서 만난 매장 직원은 “장마, 태풍 등 날씨 영향으로 작황이 좋지 못해 과일 재배와 수확에 제동이 걸려 물량이 많이 안 들어온다”며 “상품성이 높은 사과 등은 수량이 줄어들면서 판매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추석선물 세트로 단연 주류도 빼놓을 수 없다. 식품관 한 켠에 마련된 와인 매장에는 낮 시간임에도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롯데백화점 주류 코너에 추석 선물세트를 사러 온 젊은이들.   사진=김한나 기자

주류 코너의 한 직원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와인이나 위스키 수요가 높아져 찾는 고객들이 많다”며 “최근 독특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을 갖춘 와인들이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발사믹 소스 코너에서 만난 직원은 “발사믹 소스도 명절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은 편”이라며 “지난해 추석 선물세트의 경우 할인율이 10~15%였다면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할인률 폭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업계는 올해 추석 연휴 특수를 어느 정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개정에 따라 예년보다 선물세트 예약 판매 매출이 뛰면서 본판매까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롯데백화점의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6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 대비 60% 가량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전통적인 선물세트 강자인 축산이 40% 정도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이 전년 대비 103.5%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사전 예약 판매 기간 매출이 전년 대비 56% 늘었다.

추석 선물세트를 구경하고 있는 고객들의 모습.   사진=김한나 기자

특히 엔데믹 전환 이후 처음 맞는 연휴인만큼 소비 활성화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고물가와 경기 불황으로 이미 위축된 소비 심리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변수로 꼽힌다.

추석 대목을 겨냥한 백화점 업계 본 판매 경쟁은 다음주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백화점들은 일제히 20~30만원대 선물세트 물량 확보에 나섰으며, 본 판매에서 해당 가격대 상품들을 집중적으로 진열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한우와 과일 선물 세트를 중심으로 20~30만원대 선물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제 해당 가격대의 상품 물량을 지난해보다 20% 가량 늘려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미엄 선물세트와 더불어 고객 취향을 고려한 차별화 상품을 더욱 확대했다”며 “10만원대의 가성비 상품을 비롯해 20~30만원 대의 품목도 다양화해 선택의 폭이 넓어져 고객 반응도 좋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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