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식하자 곧장 "尹 탄핵" 외친 野…7년 전에 안 그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 투쟁 기간 야권에서 ‘대통령 탄핵’ 언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제5차 윤석열 정권 폭정 저지 민주주의 회복 촛불문화제’에서 연설자로 나선 여현정 전 양평군의원(1일 제명 징계)은 “1년 4개월 집권 동안 국민들을 탄압하고 아프게 하고 잡아가고 죽어 나가게 만들었던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이제 당신이 물러날 차례다”라고 외쳤다. 계단에 앉은 참가자들은 촛불을 앞뒤로 흔들며 “탄핵 탄핵”을 연호했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을 응원하는 촛불문화제에서 탄핵이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일 열린 2차 촛불문화제에서 서영교 최고위원이 “1년 4개월이 되고 이제 서서히 윤석열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보이나. 윤석열은 우리가 확실하게 심판하자”고 외쳤을 때도 참석자들은 “탄핵 탄핵”을 연호했다. 그러자 서 최고위원은 “저는 윤석열을 ‘규탄한다’고 했는데 여러분은 다른 용어를 쓰고 있는 거 같다”며 재차 “윤석열을!”이라고 외쳤고, 참석자들은 “탄핵하라!”고 화답했다. 이날 문화제에선 “윤석열을 몰아내라” “윤석열을 탄핵하라” 구호가 내내 울려 퍼졌다.
촛불문화제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는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국리민복(國利民福)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하는 것”이라며 “그게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진성준 의원은 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헌법에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을 때에는 탄핵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윤 대통령이 헌법의 기본정신과 가치를 부정한 듯한 언행을 지속해 왔던 것은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친(親)이재명계 김두관 의원은 아예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도한 폭정을 계속한다면 기다리는 것은 탄핵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잇달아 탄핵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자 국민의힘은 격하게 반발했다. 김기현 대표는 "민주당은 당내 위기를 돌파하고자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내란 선동을 하는 작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계속해서 탄핵을 언급하는 야당의 행태는 헌법 위에 국민의 선택으로 탄생한 선출 정부에 대한 내란선동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신주호 부대변인은 “연달아 터져 나오는 민주당의 탄핵 주장이, 사실은 대선 불복을 외치고 싶은 이 대표의 속마음을 대변한 것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사실 민주당은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통해 정권 교체에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 민주당과 지금의 모습은 정반대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민주당은 장외 촛불집회에서 분출하는 탄핵 요구에 거리를 두며 국정조사 등 명분을 쌓는 데 한참을 집중했다. 이후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인 검찰이 11월 20일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직권남용·강요·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한 다음날에야 민주당은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마저도 국민의당 연석회의 결정보다 반나절 늦을 만큼 신중히 결정했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중진 의원들은 여전히 탄핵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건 신중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5선 이상민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탄핵에 의해 고위공직자를 퇴출시킬 경우엔 그에 합당한 중대한 위법 사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3선 이원욱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탄핵을 갑자기 던지니까 뜬금없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탄핵이 타당한지) 의원총회에서 한번 의견을 제대로 모아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탄핵을 이야기해 정권심판론을 이끌어내려고 할 순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 국민은 탄핵에 얼마나 큰 비용과 혼란이 뒤따르는지 이미 알고 있다. 성급한 탄핵 주장은 중도층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보수층의 결집만 불러와 역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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