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의 헌책방] 책 도둑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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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에서 전에 한번 책 도둑에 관해서 썼지만 오늘은 조금 더 자세하게 책 훔치는 이야기를 해본다.
이렇게 작은 책방에도 도둑이 있는데 시내의 대형서점은 어떨까? 요즘은 중고책을 거래하는 온라인 장터가 활성화되다 보니 책을 훔쳐 인터넷에 올려 파는 사람도 꽤 있는 것 같다.
새 책을 파는 서점이야 당연히 도둑질에 속앓이하겠지만, 나처럼 헌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도 책 도둑은 골치 아픈 존재다.
더스트커버를 벗겨가는 대담한 도둑 역시 헌책방에선 골칫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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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에서 전에 한번 책 도둑에 관해서 썼지만 오늘은 조금 더 자세하게 책 훔치는 이야기를 해본다. 세상이 많이 변했는데 요새도 책을 훔치는 사람 있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오산이다. 아직도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어 찾아보면 뭐든지 다 있는 게 요즘 세상이다.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답니다, 라고 노래하던 시절은 그야말로 추억이다.
나 역시 책 도둑은 당연히 있겠지, 라며 막연하게 짐작만 했는데 실제로 책방에서 일하고 보니 책을 훔치는 사람이 상상 이상으로 많아 놀랐다. 이렇게 작은 책방에도 도둑이 있는데 시내의 대형서점은 어떨까? 요즘은 중고책을 거래하는 온라인 장터가 활성화되다 보니 책을 훔쳐 인터넷에 올려 파는 사람도 꽤 있는 것 같다.
새 책을 파는 서점이야 당연히 도둑질에 속앓이하겠지만, 나처럼 헌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도 책 도둑은 골치 아픈 존재다. 절판된 책 같은 경우 인터넷에서 정가의 몇 배나 되는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도 왕왕 있으니 어떤 헌책방은 절판본만 따로 서가를 마련해 관리할 정도로 나름의 도난 방지 대책을 세워 놓고 있다.
예를 들어 열음사에서 1988년에 펴낸 장정일 작가의 소설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초판의 경우 당시 정가는 5000원도 안 되지만 온라인에선 10만원을 훌쩍 넘기는 가격에 팔린다. 게다가 이 책은 문고본 정도 크기로 여름용 재킷 안주머니에도 가볍게 들어간다. 책 도둑의 표적이 되기 딱 좋은 책이다.
그러나 책을 훔치는 도둑은 하수다. 진짜 도둑은 상상하지도 못한 걸 훔친다. 이를테면 서지면에 붙은 ‘인지’. 지금은 인지를 거의 쓰지 않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책 판매량을 작가가 알 수 있도록 작가의 도장이 찍힌 종잇조각인 인지를 붙였다. 그 인지는 당연히 작가 고유의 디자인이 새겨진 것이라 이걸 따로 모으는 사람도 꽤 있었다. 절판본에 인지가 붙어 있고 없고에 따라서 책의 가치가 달라지는 건 물론이다. 인지의 디자인이 멋진 작가의 책이라면 늘 인지 도난에 대비해야 한다.
띠지를 훔치는 도둑도 있다. 띠지는 책이 처음 나왔을 때 흔히 홍보용 문구를 새겨 넣는 용도로 쓰이고 보통은 구매자가 벗겨서 버리기 때문에 헌책방에선 상당히 귀한 대접을 받는다. 절판본에 띠지까지 그대로 갖춘 책이라면 역시나 가치가 높다.
더스트커버를 벗겨가는 대담한 도둑 역시 헌책방에선 골칫거리다. 책이 더러워지는 걸 방지할 목적으로 겉을 싸는 종이인 더스트커버는 지금은 대부분 코팅지라서 내구성이 높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아 금방 찢어지곤 했다. 그래서 이 더스트커버를 따로 훔쳐서 자기 책에 씌우는 도둑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절도는 책 자체를 훔치는 것도 아니라서 잡아내기가 무척 어렵다.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고는 해도, 그건 다 옛날얘기니까 책을 훔치면 안 된다. 책뿐만 아니라 인지나 띠지, 더스트커버 역시 안 된다. 책도 물론이거니와 뭐든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걸 명심하자.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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