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9절 맞아 또 야간 열병식…이번엔 오토바이·트랙터 앞세우나?
북한이 정권 수립 75주년을 기념해 9일 예고한 대로 기해 야간 열병식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당국은 열병식에 동원된 북한의 예비전력 등에 대한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북한은 전날 밤 늦게 식전행사를 시작한데 이어 9일 0시부터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간 전례에 따른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을 비롯해 중·러 대표단의 참관 여부 등은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관련 소식을 보도한 이후에나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열병식 실황 영상은 10일 오후께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 105주년이던 2017년 4월 15일에 진행한 열병식 당시 주력 전차 1대가 흰 연기를 내뿜으며 대열을 이탈하는 장면이 생중계로 송출된 이후 줄곧 녹화중계를 고집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열병식은 김정은 집권 이후 15번째다. 특히 북한이 한 해에 세 차례나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앞서 지난 2월과 7월 열병식 당시 정규군이 주를 이뤄 각종 신형 무기를 선보인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의 예비군 격인 노동적위군(노동자·농민으로 구성)과 경찰 격인 사회안전무력 등이 열병 대오를 채웠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앞서 북한은 8월 9일에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7차 확대회의에서 이번 열병식을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북한은 2020년 10월 10일(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이후 이번까지 7번 연속으로 야간에 열병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야간에 진행하는 열병식은 집중도가 높고 각종 조명을 통한 특수효과를 사용할 수 있어서 선전·선동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일부 신형 무기의 완성도나 민감한 군사적 기술의 식별을 차단하기 위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이번 열병식에 참석했을 가능성은 크다. 중국이 류궈중(劉國中) 국무원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한다고 발표했고 러시아 측도 고위급 대표단의 방북을 사전에 밝혔다는 점에서다.
이는 한·미·일 3국이 지난달 18일 북핵은 물론 역내 위협에 함께 대응하기로 합의한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북·중·러가 공식 석상에서 처음 만난 자리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6·25전쟁 정전 협정 체결 70주년 기념 열병식 당시와 같이 김정은이 중·러 대표단 단장과 함께 주석단에서 열병부대의 사열을 받으며 한·미·일에 대응한 북·중·러의 밀착을 과시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이 연설했는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다만 그는 집권 이후 정권 수립 기념 열병식에서는 연설자로 나서지 않았다. 집권 초기인 2013년 6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박봉주 당시 내각 총리가, 2018년 70주년 때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각각 연설자로 나섰다. 또 정주년(5·10년 단위 꺾이는 해) 기념일이 아니었던 2021년 73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이일환 선전비서가 연설을 했다.
전례로 미뤄 경제 문제로 김정은에게 공개 질책을 받은 김덕훈 내각 총리 보다는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연설자로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정은이 지난 2월과 7월에 열린 건군절·열병식 열병식 때도 각각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내기만 했을 뿐 연설을 하지 않은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만약 김정은이 연설에 나섰다면 지난달 27일 해군사령부 방문 당시 "얼마 전에는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의 깡패 우두머리들이 모여앉아 3자 사이의 각종 합동군사연습을 정기화한다는 것을 공표하고 그 실행에 착수했다"고 밝힌 것처럼 한·미·일 3국의 군사적 밀착에 반발하는 동시에 중·러와의 우호·친선 관계 강화에 집중하는 기조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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