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선생님이셨다”…대전교사, 신체조직 기증하고 떠나

8일 오전 악성민원 등으로 괴로워하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대전 한 초등학교 교사의 빈소가 대전 서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의 신체조직(피부)을 화상 환자들을 위해 기증하고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대전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40대 교사 A씨의 유가족은 7일 오후 6시쯤 A씨가 사망선고를 받은 뒤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A씨의 신체 조직(피부) 기증을 결정했다.

이는 평소 A씨의 신념을 지키고자 내려진 결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증된 신체조직은 향후 긴급 피부 이식 수술이 필요한 환자 등 100여명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대전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날 오후 4시 “마지막까지 선생님이셨습니다. 어려운 결정을 해주신 유가족분들게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글을 쓴다는 글쓴이는 “선생님께서는 영면 직후 화상환자분께 피부 기증을 하시고 가셨다”며 “유가족께서 장기 기증도 검토하셨지만 장기는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아 진행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이어 “마침 긴급 이식이 필요한 환자분이 있으셔서 진행됐다”며 “마지막까지 감사합니다. 어려운 결정 해주신 유가족분들께도 감사 인사 드립니다”면서 글을 마쳤다.

소식을 접한 대전 지역 주민들은 “감히 헤아릴 수도 없는 선생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너무 선한 일을 하고 가신다.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쉬시길 바랍니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A씨를 알고 지냈다는 한 교사는 “몇 년 동안 아침마다 만나면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같은 엄마이기에, 같은 교사이기에 공감하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적었다.

앞서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지난 5일 자신의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7일 숨졌다. 올해로 교사 24년차인 A씨는 2019년 다른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며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고, 이듬해에 무고성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아동학대 고소는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A씨는 근무지를 옮긴 뒤에도 트라우마를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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