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음은 티빙 아닌 쿠팡플레이? 유통 넘어 어느새 미디어까지…
최근 가장 돋보이는 토종 OTT를 꼽으라면 단연 ‘쿠팡플레이’다. 사용자 수부터 인터넷 화제성 등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7월 1~23일 쿠팡플레이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519만8554명이었다. 전체 OTT 중 넷플릭스(1174만5325명), 티빙(522만1802명)에 이은 3위였다. 국내 사업자로만 범위를 좁히면 티빙에 이어 2위다. 특히 티빙과의 MAU 차이를 올해 1월 75만명에서 7월 2만명으로 대폭 줄였다.
스포츠 화제성, 저렴한 가격
쿠팡플레이가 고성장을 뒷받침하는 동력은 2가지다. 스포츠 콘텐츠 그리고 저렴한 가격이다.
쿠팡플레이는 드라마와 예능에 집중하는 타 OTT와 달리 스포츠 콘텐츠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2021년부터 축구·테니스 국가대항전, 코파 아메리카, 라리가 등 주요 경기의 스포츠 독점 중계권을 따내며 스포츠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OTT 최초로 K리그 중계권을 사들였다. 기존 스포츠 채널 대비 뒤처지지 않는 중계 실력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유럽 유명 축구 구단을 초청해 경기를 치른 ‘쿠팡플레이 시리즈’로도 시선을 끌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 등 그동안 한국에서 보기 힘들었던 인기 구단을 한국으로 불러모았다. 단순 초청에 끝나지 않고 SNL 등 오리지널 콘텐츠에 해당 구단 소속 축구 스타들을 출연시켜 화제를 모았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벨기에 축구 스타 케빈 더 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를 비롯해 엘링 홀란드(맨체스터 시티),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선수들이 쿠팡 자체 콘텐츠에 출연했다. 기존 미디어 업계에서는 제작 엄두도 내지 못할 콘텐츠였다. 명문 구단은 초청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쿠팡플레이는 이커머스 1위 사업자인 쿠팡의 막대한 자금력을 활용해 비용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보적인 스포츠 콘텐츠 활약에 힘입어 쿠팡플레이를 찾는 이용자가 급증했다. 실제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 경기가 열릴 때마다 쿠팡플레이 MAU는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7월 30일 쿠팡플레이가 맨시티와 AT 마드리드 경기를 단독 중계했을 때 쿠팡플레이 일간 활성 사용자 수(DAU)는 115만명4827명을 기록했다. 7월 1일부터 29일까지의 평균 DAU 65만1656명보다 77.2% 높은 수준이다.
쿠팡플레이의 또 다른 강점은 가격과 ‘록인(Lock-in) 효과’다. 쿠팡플레이는 월 4990원을 내는 ‘쿠팡와우’ 회원이면 바로 볼 수 있다. 평균 1만원대에 달하는 다른 OTT에 비하면 가격이 월등히 저렴하다. 별다른 가입 절차 없이 쿠팡와우 회원인 것만 인증하면 바로 가입이 가능한 덕분에 심리적 저항선이 낮다. 지난해 말 기준 쿠팡와우 회원 수는 1100만명에 달한다.
한번 들어온 사용자 탈퇴율도 낮다. 다른 OTT들은 콘텐츠에 싫증이 난 고객을 잡을 요인이 없다. 반면 쿠팡플레이는 굳이 탈퇴할 이유가 없다. 사용자 대부분이 ‘쿠팡와우’를 쓰면 따라오는 공짜 서비스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쿠팡플레이는 지금 당장 보지 않더라도 쿠팡은 매일매일 사용한다. 부가 서비스에 불과한 쿠팡플레이를 굳이 탈퇴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콘텐츠와 이커머스를 결합한 ‘록인 효과’는 이미 아마존 모델에서 검증된 바 있다. 2020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트가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을 구독하는 이유를 설문조사한 결과(중복 응답), 응답자 89%가 ‘하루 배송’을, 57%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택했다. 두 혜택의 결합으로 사용자 감소를 방지한 것이다.
게임 체인저는 어렵다
승승장구하는 쿠팡플레이지만 한계점도 명확히 존재한다. 우선 콘텐츠 편중 현상이 심하다. 스포츠 중계와 SNL 시리즈 외에는 눈에 띄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다. 대다수가 판권을 사들여온 외부 콘텐츠다.
스포츠 콘텐츠는 남성 이용자층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강력하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무엇보다 시청자의 지속적인 유입이 힘들다. 축구단 방한 같은 ‘빅 이벤트’ 때야 사용자가 급격히 유입되지만 경기가 끝나면 관심이 줄어든다. 또 쿠팡의 주력 콘텐츠인 축구 리그의 경우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이 떨어진다. 유럽 리그는 시차 영향으로 새벽에 경기를 중계한다. 손흥민, 조규성 등 한국인 선수가 속한 팀의 경기는 비교적 관심도가 높지만 그 외의 경기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또 다른 생중계 콘텐츠인 K리그도 시청자 관심을 ‘확’ 끌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쿠팡플레이가 스포츠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인기가 많고 매일 경기가 있는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권 정도는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KBO 중계권 인기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통신사, 포털, 방송사 등 경쟁자들도 많아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은 SNL 시리즈가 있지만, SNL만으로는 드라마·예능 등 기타 콘텐츠가 풍부한 다른 OTT를 제치기는 쉽지 않다. 쿠팡이 벤치마킹한 아마존 프라임의 경우 미국 내에서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애플TV 등 다른 경쟁자에 밀리지 않을 정도의 콘텐츠 경쟁력을 자랑한다.
쿠팡플레이도 현재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활을 걸었다. ‘사내연애’ ‘안나’ ‘미끼’ ‘유니콘’ 등 자체 제작한 예능, 드라마를 계속 선보이는 식이다. 쿠팡은 올해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의 신성장 사업에 약 4억달러(약 53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넷플릭스 출신 기술자를 데려오며 서비스 고도화에도 나섰다. 8월 30일 로힛 푸리 엔지니어링 총괄 전무와 최세권 스트리밍 테크놀로지 상무를 영입했다. 로힛 푸리 전무는 넷플릭스 내 기술 조직을 이끌며 넷플릭스가 글로벌 서비스로 거듭나는 데 공헌한 인물이다. 최세권 상무는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 초창기부터 동영상 플레이어와 디바이스 플랫폼의 개발을 주도하는 등 OTT 카테고리와 스마트 TV 업계의 표준을 만들어온 미디어테크 전문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5호 (2023.09.06~2023.09.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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