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가 진짜 이랬다고?" 18억 손해 본 점주의 기막힌 사연

권성훈 2023. 9. 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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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자영업] "본사, 우월적 지위 이용해 '갑질'"... 부모님과 사촌까지, 가족 모두 파산 상태

[권성훈 기자]

가게 창업 전 필자는 회사원이었다. 회사원 시절 당연히(?) 불편·부당한 일들을 목격했고 가끔은 내 일이 되기도 했다. 사회 초년생 시절 문화 충격처럼 다가왔던 그것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해져 갔다. 선배들의 조언처럼 '그게 세상이잖아'라는 핑계로 말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된 뒤에는 열심히 장사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내가 사장이니 누가 부당한 지시를 하지도, 동조할 이유도 없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건 착각이었다.

난 그 불편·부당한 일의 피해자가 돼 있었다. 더욱이 본사가 점주들에게 행한 '갑질'로 불리는 그 모든 행위는 흡사 법 위에 존재하는 듯 도대체 숨김이 없었다. 이에 항의라도 하면 그들은 언제나 이렇게 이야기했다.

"부당하다고요? 그럼 폐점하고 나가시면 돼요."

가끔은 정말 그러고 싶었다. 그런데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회사원은 나갈 때 퇴직금이라도 건져 나가지만, 점주는 들어올 때 가지고 왔던 재산은커녕 자칫 빚만 짊어지고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관련 업계 분쟁에 익숙한 필자에게도 리복·아디다스 점주 A씨의 사연은 충격이었다. 그의 기막힌 사연은 먼저 <한겨레> 보도(적자 매장 떠넘기고 사이즈 밀어내기…'갑질 종합판' 아디다스)를 통해 알려졌다. 지난 8월 30일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최고 브랜드의 최악의 갑질

A씨는 2001년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 '리복' 판매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순항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06년 아디다스 글로벌 본사가 리복을 인수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했다.

"네. 저도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조건이었고요. (기자 : 재계약이 안 될 수도 있냐) 재계약이 안 되면…. 저희는 (투자금이 있어) 헤어나올 수 없습니다."
 
 아디다스코리아 전 직원이 확인한 피해사실확인서
ⓒ 피해 점주(파주 리복아디다스)
         
기자는 '언제부터 가게 경영에 문제가 생겼는지' 물었다.

"리복이 아디다스에 인수되기 전까지는 수익이 나쁘지 않았어요. 2006년 리복이 아디다스에 인수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이미 <한겨레>에 보도된 것처럼 신발 경우 주문 시 사이즈가 공개되지 않아 사이즈 별로 주문할 수 없었습니다. 통상 여성은 240, 남성은 265, 270이 잘 팔리는 사이즈라서 그걸 많이 주문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가령 점주가 신발 1000개를 주문하면 아디다스는 본사가 일방적으로 사이즈 별 수량을 정해요. 그러니 악성(안 팔리는) 사이즈 신발이 많이 들어옵니다. 문제는 이게 반품이 안 된다는 거죠.

뿐만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전 B라는 물건을 주문했는데 본사는 C라는 물건을 보내요. 5000만 원어치 물건을 주문하면 그 5000만 원어치 수량에 더해 1억 원어치 물건이 와요. 이게 다 '밀어내기' 거든요. 문제는 반품도 안 되고 주문 수량 수정 기회도 안 준다는 거죠. 리복코리아 때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 한 일입니다. 이 때문에 수익이 급격히 나빠져 가지고 있던 매장 대부분이 적자로 돌아섰죠."

다른 가맹점들도 똑같은 상황이었을까. 

"제가 두 군데 가맹점에 물어봤어요. 그쪽은 저와는 달랐어요. 그쪽은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었고 주문 수량을 수정할 기회도 줬더라고요. 그런데 제게는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어요(동료 점주들에게 이 부분에 대한 사실 확인서를 증거로 받아 두었다고 한다 - 기자 말)." 

다른 가맹점과의 형평성 문제에 항의했을 것 같다. 본사의 반응은 뭐였을까.

"본사에 항의요? 했죠. 본사 담당자는 그냥 우리 매장이 커서 반품이나 수정이 불가하다, 또는 정책이 그렇다, 다음번에 좋은 물건 주겠다, 이렇게 뭉개고 넘어가요. 그냥 구두로요. 법적 대응이요? 영업 중에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점주는 본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요. 이미 투자비는 물론 빚도 많이 졌는데 다음번에 물건 안 주면 정말 큰일 나거든요. 결국, 가게 폐점 후에 변호사 수임 계약을 했어요. 지금 제 진술서와 관련 증빙 자료만 천 페이지가 넘습니다. 제 진술을 듣던 변호사가 제게 이렇게 묻더라고요. '지금 말씀하신 거 진짜예요?' 

마찬가지로 주변 지인에게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면 반응이 딱 두 가지입니다. '진짜야?' 그리고 '지금까지 뭐했어? 바보같이!'

전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아디다스라는 우월적 지위 본사가 나중에 잘해줄게 하면서 절 야금야금 갉아 먹었던 겁니다. 현재 빚만 18억 원입니다. 저와 형, 사촌 그리고 부모님까지 가게 때문에 가족 모두가 파산 상태입니다."

이번 사건은 아디다스코리아의 유일한 '갑질' 분쟁이 아니다. 이미 필자가 앞서 보도한 바와 같이 아디다스코리아는 점주가 소유한 고매출 지점은 직영점으로 돌리고 대신 저매출 지점 다수를 점주들에게 떠넘겼다. 심지어 이를 거부한 점주들에게는 구조조정을 이유로 점주들에게 2024년 시한으로 가게 정리를 지시했다(관련기사 : '대를 이어 하라'더니... 아디다스 가맹점 잔혹사 https://omn.kr/22e70).

볼모가 된 점주를 상대로 한 과잉착취
 
 아디다스 로고.
ⓒ unsplash
 
아디다스 점주와 같은 사업자를 일명 '종속적 사업자'라고 한다. 이들 사업자는 특정 기업과 계약하고 그들에게 의존(종속)해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이 종속적 사업이 가지는 단점은 명확하다. 거래 조건 때문에 '을'은 '갑'의 인질(볼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올리버 윌리엄슨(Oliver Williamson) 교수는 이 문제를 분석해 '홀드업 문제(hold-up problem)'라는 제목으로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홀드업 문제'의 개략적 이론은 '갑'과의 거래를 위한 투자 및 계약 조건으로 '을'은 다른 선택지를 가지지 못해 '갑'에게 인질(볼모)로 잡히는 상황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세밀한 계약서'를 제시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을'이 '갑'이 제안한 계약서를 바꾼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관련 시장을 감시·관리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행정기관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번 분쟁의 내용은 아디다스라는 일류 글로벌 브랜드의 행태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언듯 자연 생태계에서 가끔 목격된다는 포식자의 '과잉포식' 현상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이 현상은 포식자가 '양'처럼 울타리 속에 갇혀 저항하기 힘든 가축을 상대로 필요 이상의 포식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를 말한다고 한다. 

'과잉포식'을 연상케 하는 아디다스코리아의 '갑질'이 가능했던 이유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사업의 태생적 약점인 '홀드업 문제' 때문이 아닐까 여겨진다. 그러니까 종속적 사업이라는 울타리 속에 갇힌 점주들을 상대로 본사라는 포식자가 과잉착취를 저지른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행해진 '갑질'... 씁쓸하다

서두에 밝힌 바와 같이 필자는 과거 가맹 점주였다. 2015년, 필자와 동료 점주들은 본사의 부당 행위를 공정위에 고발했었다. 그런데 당시 공정위의 태도는 '사적 계약' 또는 '가맹사업의 특성'을 거론하면서 미온적이었다.

이런 경험으로 현재 아디다스 점주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의 원인은 종속적 사업이라는 특성과 자사의 이익만 추종한 기업의 일탈도 있겠지만, 공정거래위원회처럼 경제사회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의 느슨한 태도, 즉 우리 사회 시스템의 문제가 한 몫한 것으로 보였다. 

그렇기에 브랜드 이미지가 생명인 '아디다스'라는 일류 브랜드가 서구유럽에서 보이지 않던 이런 '갑질'을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너무도 쉽게 자행한 것이 아닌가 하여 이번 사건이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다.

현재 A씨 사건과 동료 가맹점주 계약갱신 거절 사건은 공정위에 신고 접수됐으며 그는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또한, <한겨레> 보도와 같이 아디다스코리아 본사는 A씨의 피해 금액에 턱없이 모자란 물류비 1억 면제와 3억 원의 피해보상을 제시했다고 한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아디다스 측은 "A씨는 시즌아웃 상품을 낮은 가격으로 공급받은 상설거래를 했던 점주로, 일반 거래와는 차이가 있다"며 "A씨가 주장하는 기간은 판매 부진으로 점주뿐 아니라 본사 역시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오랜 거래관계를 고려해 원만하게 사안을 해결하고자 노력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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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아디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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