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보고관 "끌려간 이들 잊지 말아야…尹 정부 노력 믿어"
방한 중인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의 가족들은 사회로부터 잊혀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며 "강제실종방지협약 등 국제법적 틀 안에서 납북·억류 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살몬 보고관은 지난 4일 입국해 오는 12일까지 한국에 머무른다. 지난해 8월 임기를 시작한 후 이번이 두 번째 공식 방한이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유엔인권사무소에서 진행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신뢰한다"고도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방한 기간 중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가족과 여러 차례 만났다. 해결책이 있나.
A : 되도록 희생자 가족이나 시민 단체와의 만남으로 방한 일정의 첫발을 떼고자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전하는 그들의 용기를 존경한다. 일부 가족들은 내게 "우리가 잊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듯해서 슬펐다. 나는 유엔 인권이사회, 안전보장이사회 등 어디서든 이 이슈를 꺼내려고 한다. 국제법에 따라 강제실종은 명백한 범죄다.
Q : 통일부가 최근 '납북자대책팀'을 신설했는데
A : 한국 정부의 노력을 환영한다. 이런 조치에 더해 희생자의 고통을 사회에 널리 알리는 일도 중요하다. 가족들이 잊힌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Q : 북한이 조만간 국경을 개방하면 중국에서 탈북민이 대거 강제송환될 거란 우려가 있다.
A : 국경 개방 자체는 긍정적 신호다. 우리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인력이 북한에 복귀하고 인도적 지원을 재개할 수 있도록 북한에 거듭 국경 개방을 요청해왔다. 다만 동시에 강제 송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도 당사국인 고문방지협약(CAT)에는 '고문을 당할 위험이 있다고 믿을 상당한 근거가 있는 사람을 송환해서는 안된다'고 돼 있다. 이를 중국이 준수하길 바란다.
Q : 북한인권보고관으로서 방북을 추진하고 있나
A : 내년이면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제도가 마련된 지 20년째다. 내가 부임하기 전 세 명의 전임자가 있었지만 북한은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다. 나는 언제나 방북할 준비가 돼있다. 다만 설령 북한에 가지 못하더라도 정보를 얻을 경로는 충분하다.
살몬 보고관은 "북한은 2017년 장애인 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북만 한 차례 허용했다"고 설명하며 "내년에 방북할 수 있다면 타이밍이 좋을 것"이라고 웃었다.
Q : 북한 당국은 외부 정보를 통제하면서 주민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정부는 대북 전단·방송 등 심리전 재개를 검토하고 있는데.
A : 정보에 대한 접근권은 인권의 핵심이다. 정보가 제한되면 인권 존중을 완전히 실현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동시에 접근권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 또한 피해야 한다.
Q : 북한 내 식량난은 어느 정도인가
A : 고위층이 식량을 독식하고 일반 주민은 식량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한다. 북한 주민의 식량 부족분을 메우는 데 장마당 등 비공식 시장은 굉장히 중요한데, 당국이 통제하고 있다. 장마당은 많은 북한 여성들의 일터이기도 하다. 북한에선 식량의 절대적 부족 뿐 아니라 (계층이나 주거지역에 따라)식량에 대한 접근권이 제한된다는 게 문제다.
Q : 유엔 안보리가 최근 6년 만에 북한 인권 관련 공식·공개 회의를 열었는데 어떤 의미인가
A : 북한 인권 관련 본격적인 논의가 부활했다고 국제 사회에 알리는 강력한 신호탄이었다.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상황을 브리핑하도록 초청받은 것도 처음이었다. 중ㆍ러가 반대하지 않아 회의 여부를 표결에 부칠 필요가 없었다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다만 일부 국가는 여전히 "인권 문제는 스위스 제네바의 인권이사회에서 다룰 일"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Q : 한국 국내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가 정치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북한인권법에 명시된 북한인권재단도 야당의 비협조로 아직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A : 사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한국 내에) 극단의 의견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현재 한국 정부는 사회의 각 부문을 잇는 다리를 놓으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영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모든 이를 프로세스에 관여시켜야 한다. 인권의 정치화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지만, 한국 정부의 노력을 믿는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일부 이견이 있을지 몰라도 북한 주민의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만은 같다. 소통을 강화하면 필수적인 원칙에 대한 합의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Q : 다음 달에 유엔에 제출할 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나.
A : 아직 초안 단계지만 인권·평화·안보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서술하고 있고, 북한의 일반 주민, 특히 여성과 아동 문제를 부각하고자 한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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