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웅 연출, ‘카르멘’으로 보여준 연극의 맛 [D:현장]

박정선 2023. 9. 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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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를 거치는 과정에서 공연계가 위축되었을 때 연극 본연의 맛, 예스러운 고전극의 묘미를 살리면서 연극적인 표현을 더해 정통 연극이 가진 그 맛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8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연극 '카르멘'은 집시 여인 카르멘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 결국 파멸에 이르고 마는 돈 호세의 사랑을 그린 비극적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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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를 거치는 과정에서 공연계가 위축되었을 때 연극 본연의 맛, 예스러운 고전극의 묘미를 살리면서 연극적인 표현을 더해 정통 연극이 가진 그 맛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뉴시스

8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연극 ‘카르멘’은 집시 여인 카르멘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 결국 파멸에 이르고 마는 돈 호세의 사랑을 그린 비극적인 이야기다.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원작 소설과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로 잘 알려진 ‘카르멘’은 고선웅 연출의 손을 거쳐 시극으로 탄생했다.

고선웅 연출은 이날 오후 열린 간담회에서 “대사를 시처럼 낭송을 하면 더 연극의 맛이 날 것 같았다”면서 “대사를 자연스럽게 하지 않으면 마치 그것이 연극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제가 배운 연극은 허구이고, 자연스러움만 가지고는 절대 채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더 연극적으로, 연극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고 싶어서 시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각색은 흥미롭다.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1845년 원작 소설, 그로부터 30년 뒤에 발표된 비제의 오페라 각색 대본이 섞여 있다. 원작엔 등장하지만 오페라 대본에는 없는 카르멘의 전 남편 가르시아와 카르멘의 새로운 사랑의 상대인 투우사 에스까미오(원작속에선 루카스라는 이름의 인물)의 역할의 비중을 키웠다.

고 연출은 “카르멘을 둘러싼 여러 유형의 남자들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를 통해 돈 호세의 비틀린 집착을 더 선명하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결국 에스까미오나 가르시아는 돈 호세를 위해 세팅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카르멘은 지나지게 남성편력에 집중하면서 ‘바람둥이 여자’로 폄훼되는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자유의지를 가진 주체적 인간으로 그린다. 또 그런 그녀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새장 속에 가두려는 돈 호세가 보여주는 광기와 집착, 그리고 그 두 사람의 충돌을 통해 현 시대의 사랑과 삶을 되짚는다.

고 연출은 ‘카르멘’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로 “카르멘이 명예를 회복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돈 호세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카르멘은 잘못이 없다”면서 “카르멘이 스스로를 ‘자유로운 새’라고 말하는데 돈 호세는 카르멘을 향한 집착과 광기로 그녀를 가둬두려 한다. 돈 호세의 편을 들고 싶지 않았다. 집착은 쌍방에게 해롭다”고 말했다.

무대 연출을 단순하지만, 그 안에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무대의 중앙에 비스듬히 놓인 큰 원형 단이 무대 연출의 전부다. 고 연출은 “투우장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작품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투우를 하기도 하고, 구심력이 작용하는 것처럼 중심에 배우 한 명을 중심에 두고 다른 배우들이 원형 무대의 주변을 돈다. 그것으로 사람의 관계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자유를 노래하는 카르멘은 서지우가, 돈 호세 역에는 김병희가 캐스팅됐다. 김병희는 “상대를 아프게 하는 사랑을 진정한 사랑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돈 호세가 이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상황을 생각하면 연민이 들긴 하지만 그의 선택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지우는 “자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깨닫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이 잘표현되길 바랐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서울시극단의 단원 강신구가 에스까미오 역을, 최나라가 미카엘라 역을, 장재호가 가르시아 역을, 김신기가 딩카이레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10월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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