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연이은 비극... '국가 교육예산'을 주목해야 할 이유
[하성환 기자]
▲ <안전하고 존중받는 교육환경>을 촉구하는 전광판 9월 4일 서이초 교사 49재를 맞아 국회 앞에서 열린 추모집회에서 교사들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교육환경>을 촉구하며 <진상 규명이 추모다> 손팻말을 높이 치켜든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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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언론[창]의 8일 보도에 따르면 30대와 40대 초등학교 교사가 청주와 대전에서 스스로 생을 달리했습니다. 지난 7월 18일 서이초 교사 비극이 발생한 뒤 비극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비극의 배경엔 학부모 악성 민원과 과도한 업무 등의 스트레스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서이초 교사 비극이 사회적 죽음이듯 교사들의 죽음은 우리 사회 병든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합니다. 당장 계속되는 교사들 비극을 멈추기 위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17개 시·도교육감은 즉시 관내 고통받는 교사들을 전수조사해서 상처받고 고통에 처한 교사들 마음을 치유하고 보호해야 합니다.
사회부총리이자 교육부장관은 교사들이 겪는 고통이 교사 개인 잘못이 아님을 선언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선생님의 고통은 사회적 고통'임을 말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 사회가 나서서 교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 합니다. 오늘의 시대, 교사들이 겪는 고통을 사회의 고통으로 공감하며 치유하는 태도를 보여줘야 합니다.
국가 사회가 앞장서서 교사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을 사회 질병으로 보듬고 치유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앞서 스러져간 분들을 전수조사해 산재를 신청해야 한다고 봅니다. 눈앞에 닥친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서이초 비극 이후 잇따른 교사들 죽음은 사회가 방치한 비극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7일 국회 교육위 소위에선 여야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일부 법안에 대해 진척이 없었습니다. 학폭 사안의 경우, 여당의 주장과 달리 현장 교사 목소리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입력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입시 경쟁이 극심한 사회에서 또 다른 소송으로 비화해 교사들을 끊임없이 고통의 나락으로 내몰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덴마크, 핀란드처럼 GDP 대비 공교육예산을 6% 이상으로 끌어 올려 교육 환경을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것이 근원적으로 교사들 죽음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학급 당 학생 수를 15명으로 제한하면 교사와 학생 간 인격적인 관계 맺기가 가능합니다. 나아가 학생과 학생 간 인격적인 관계 맺기 또한 가능한 환경이 조성됩니다. 그런 교육 환경 속에선 학교폭력이나 학생 사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질 것입니다.
제가 신설한 지 2년째 되는 학교에 부임했을 때 경험한 일입니다. 신설 1차 연도 당시, 전교생이 300명 남짓인데 교사들 모두 전교생 이름을 알 정도로 인격적 관계 맺기가 가능했습니다. 따라서 따돌림 등 학교폭력 사안이 없었다며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 <학생에게는 학습권을, 교사에게는 교육권을> 펼침막 서이초 교사 비극을 맞아 서울 어느 중학교 담벼락에 내걸린 <학생에게는 학습권을, 교사에게는 교육권을> 펼침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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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보호 관련 법안 개정을 통해 교사에게 가르칠 권리를 보장하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활동도 중요합니다. 그와 더불어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은 근원적인 처방으로 더욱 중요합니다. 교사가 학생들 이름을 모두 알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학교를 지향할 때 학교폭력도, 학부모 악성 민원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교육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교육예산을 보면 올해보다 6조 3000억 원이나 줄어듭니다. 이는 고스란히 공립교원(유초중고) 감원으로 이어집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감안한다고 하는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해보다 1500명가량 적게 선발한다고 합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예산을 심의, 확정할 때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대목입니다.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정책은 눈가림용일 뿐, 고통에 빠진 교사들을 또다시 절망케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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