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투쟁 무게중심 옮기나…'채상병 특검법'에 국방장관 해임요구

김은지 2023. 9. 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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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처리수 단식에도 여론이 뜻대로 안되자
민주당, 의총 열고 "수사 외압 실체 가리겠다
해임요구 안 받아들이면 탄핵 절차 밟겠다"
국민의힘 "지지율 답보, 막가자는 심산이냐"
단식 9일차를 맞이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당 지도부 및 의원들이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고(故) 채 상병 사망 사건 진상규명 특검(특별검사)법을 당론으로 채택한 데 이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기로 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저지를 내세운 정부 규탄이 좀처럼 외연 확장을 하지 못하고,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9일차를 맞았음에도 정부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투쟁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8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순직 해병 수사방해 및 은폐 진상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당론 채택했다. 민주당 의원 168명 중 140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원 전원이 특검법 당론 채택에 동의했다.

이재명 대표는 의원총회에 자리는 했지만, 단식에 따른 체력 부담으로 공개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다. 사회를 맡은 고영인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인사를 해야하는데 알다시피 몸 상태가 그렇다"라면서 "열심히 투쟁하고 계신 이재명 대표에게 박수를 (보내달라)"라고 요청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어진 모두발언에서 "채 상병이 순직한지 50일이 지났다"라며 "그동안 진실 규명을 응원했던 국민들에게 대통령실과 국방부·군검찰의 행태는 오히려 의혹을 더 키웠고, 국민의 분노를 더욱더 키웠다"라고 했다.

이어 "국방부 장관과 차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2차장과 국방비서관을 교체한다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꼬리자르기식 사건 종결과 증거 인멸, 그리고 진실 은폐 시도"라며 "특검을 통해서 채 상병 순직의 진실을 규명하고 수사 외압의 실체가 어디인지, 그리고 누구인지 반드시 가려내야겠다"라고 말했다.

특검은 대한변호사협회가 후보 4명을 제시하면 민주당이 이를 2명으로 추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1명을 선택하는 구조로 했다. 민주당은 특검법의 당론 채택과 더불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해임요구와 해임이 관철되지 않을 시 탄핵소추 절차에 들어가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와 내각 쇄신을 촉구하는 의원 전원 명의 결의문을 통해선 "무능하고 무책임한 윤석열 정부는 총체적 국정 난맥으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경제 침체의 덫, 안보불안의 늪, 검찰권위주의 장으로 회귀, 역주행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 대응을 두고는 "정부 대응은 지난 1년 5개월 동안 국정 운영 기조를 그대로 보여주는 축소판"이라며 "국민의 의견을 묵살하고 국민을 분열시켜 갈라치기를 하고 그래도 안되면 검찰을 동원해 힘으로 진압하는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채 상병 사건을 은폐하려는 국방부 장관, 양평 처가 땅을 지키기 위해 국민을 속이고 자신마저 속이는 국토부 장관, 극우 유튜브를 의심하게 하는 통일부 장관, 잼버리 책임을 피하고자 숨어버린 여가부 장관, 독립운동 역사를 지우고 친일파 영웅을 미화하는 보훈부 장관 등 이제 윤석열 정부 내각은 국민에게 그 어떤 신뢰도 못줄 지경"이라고 국무위원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결의안에 요청한 대로 국방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도록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구를 하고 대통령실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탄핵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라면서 "나머지 장관에 대해서는 개별 상임위원회나, 아니면 의원들이 그 문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추후에 다시 한번 당내 의견을 모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대여 투쟁 중심축 이동은 이재명 지도부의 투쟁 방식이 민심 속으로 파고들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대체 언제까지 국가와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만 가져오는 '탄핵' 이야기를 들어야 하나"라면서 "지긋지긋한 탄핵병"이라고 꼬집었다.

유 수석대변인은 "게다가 이미 민주당은 지난 2월 오로지 자신들의 과오를 덮기 위해, 되지도 않는 이유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탄핵을 추진했다가 헌법재판소에서 전원 기각 판결을 받은 바 있다"라면서 "덕분에 5개월 넘게 행정수장의 자리는 공석이 되었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었다. 당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끝없이 커지고, 총선이 다가와도 지지율은 답보 상태니 이제는 막가자는 심산이냐"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투쟁의 중심이 왔다갔다 한다는 것은 어느 투쟁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의 단식도 그렇게 뜻대로 안 되고 있지 않느냐.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 구도도 그렇고, 민심을 이끌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민심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민주당이 모든 부분에서 민심을 이끌려고 자꾸 하니 (투쟁의 중심 정립이) 잘 안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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