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체불임금만 한 해 1200억... 지도점검은 고작 이정도?

이건희 2023. 9. 8. 17: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노동자 인력 규모는 크게 늘어나는데... 관련 지원과 예산은 부족해

[이건희 기자]

지난 6일,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가 한 해에 떼인 임금이 1200억 원'에 달한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보도자료를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 임금체불 예방 등 기초 노동질서 확립과 체류지원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합동 지도·점검을 대폭강화'하여 '공정한 노동관행을 확립'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누리집 갈무리
ⓒ 고용노동부
 
'합동지도점검 대폭강화'로 임금체불 해소 가능?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에서, 우선 농축산어업 등 외국인취약사업장을 중심으로 임금체불 예방 등 기초 노동질서 준수 및 산업안전을 연계한 합동 지도점검을 대폭 강화했고, 9월부터 기초 노동질서 확립을 위한 "현장 예방점검의 날" 지도점검을 통해 법 위반 사업장에 대해서는 행정, 사법조치 및 고용허가 취소, 제한 등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임금체불피해증언대회 및 토론회에서 고용노동부 외국인력 수급 및 체류 대책 TF 팀장(아래 '외국인력팀장')이 강조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외국인력팀장은 토론자로 참여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가장 첫째로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가장 중요한 게 아무래도 현장 지도 감독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요. 작년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에서 발표했듯이 올해는 외국인 고용 사업장 합동지도점검 규모를 대폭 늘려가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체감하기까지는 좀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전국에서 고용허가제사업장이 대략 5~6만 개 되잖아요. 그중에서 3000개소 정도 지도점검했는데, 올해는 5500개소 정도로 물량을 늘렸고요."

현장지도점검 늘린다지만... '효과는 체감하기 어려워'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문제가 있을 때마다 한결같이 '합동지도점검'을 통해 행정조치하겠다고 발표해왔다. 외국인력팀장이 말한, '현장지도점검이 중요하고, 규모를 늘리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은 어려울 것이다'라는 발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최정규 변호사는 이에 대해 "이 말은 현장점검을 늘리고 있기는 하지만 크게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자백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주노동자는 임금체불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정부의 대책 수준은 고작 이정도"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고용사업장은 5~6만 개소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6만개 사업장으로 가정했을때, 연 3000개소씩 지도점검 한다고 하면 약 20년, 연 5500개소라 하더라도 10년이 걸리는 거죠. 단순히 계산해도 사업주는 20년 또는 10년 주기로 단 한번 지도점검을 받게 되는 겁니다.  20년 또는 10년에 한번 돌아오는 합동지도점검을 두려워할 사업주는 많지 않을 겁니다."

합동지도점검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도점검을 강조하고, 이를 수십년 째 대책으로 내놓고 있는 것은 고용노동부의 임금체불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한다. 
 
 지원예산삭감보도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해명자료.
ⓒ 해당 부처 누리집 갈무리
체불임금과 외국인력도입은 늘어나는데

국민일보가 7일 보도한 기사('외국인노동자 일하러 오겠나… 지원센터 예산 내년도 첫 '0원'')에 따르면, '수년간 60억~80억대로 편성되던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예산이 전액삭감'되었다. 해당 예산이 편성된 이후 처음으로 "0원"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7일 "외국인노동자지원 통합서비스를 통해 상담,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운영사업을 고용노동부 지방관서와 산업인력공단 직접 수행한다고 밝혔다. 상담부터 처리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면서 교육훈련은 체계적으로 실시한다는 것이다. 

기존에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를 정부가 지원한 건, 지방노동관서와 산업인력공단 서비스만으로는 어려움이 있어서다. 그래서 수년간 수십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던 것이다. 갑자기 예산편성을 하지 않으면서, 지방노동관서가 그 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동시에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24일 내년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역대 최대인 12만 명 이상으로 발표했다. 연간 임금체불액 규모는 1200억 원에 육박하고, 지원 예산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도입 규모는 최대로 늘리는 상황인 것. 때문에 임금체불 피해를 당한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는 외국인노동자의 노동권, 인권 침해와 차별 문제가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파이팅챈스'블로그에 함께 게재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