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중국발 악재에 ‘패닉’…이틀새 시총 252조원 허공 속으로

中, 아이폰 금지령 국유기업 등 확대…화웨이 최신 스마트폰 돌풍
"아이폰 이용자 다시 화웨이 갈 수도…내년 출하량 1000만대 감소"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애플스토어 앞을 지나가고 있다. ⓒ AFP/연합뉴스

미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애플이 중국발(發) 악재로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 중국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내린 아이폰 금지령을 국유기업과 정부지원 기관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데다 화웨이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애플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애플 주가는 7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중앙정부 기관 공무원들에게 아이폰 금지령을 내린 여파로 곤두박질쳤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2.92% 하락한 177.5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6일 3.6%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하락해 이틀 연속 큰 폭의 내림세를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시총)은 1897억 달러(약 252조원)가 날아갔다. 한때 3조 달러를 넘어섰던 시총은 2조 776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애플 주가의 급락은 중국이 ‘공무원 아이폰 금지령’을 내린 게 가장 큰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정부기관 공무원들에게 업무용으로 아이폰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WSJ은 6일 전했다. 더욱이 아이폰 금지령은 정부기관뿐 아니라 국유기업과 다른 공공기관으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가 중국기업에 대한 압박을 지속한데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자리잡은 유일한 외국 스마트폰 업체다. 미국, 유럽에 이어 중국은 애플에 3번째로 큰 시장이다. 애플 전체 매출액의 19% 정도가 중국에서 나온다. 이번 조치로 인해 애플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가 지난달 29일 출시한 ‘메이트60 프로’의 돌풍도 애플엔 반갑지 않다. 메이트60 프로는 중국 반도체 업체 중신궈지(SMIC)의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를 적용한 5세대(5G) 스마트폰이다. 다운로드 속도는 500Mbps(초당 메가바이트)로 통상 중국 4G 휴대전화의 5배 수준이다. 아 덕분에 메이트60 프로의 초기 물량은 단 몇 시간 만에 동이 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화웨이는 미국의 고강도 제재 속에 지난 3년간 5G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다가 이번에 깜짝 출시한 것이다. 화웨이는 2019년, SMIC는 2020년부터 미 정부의 무역 제재대상으로 지정됐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군사적 용도로 전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화웨이가 7nm 공정에 성공한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미국의 규제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중국 정부가 아이폰 금지령을 내린 시기도 화웨이가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하고, 애플이 신형 아이폰15를 공개(12일)하기 한 주 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 정부가 국내에서 반(反)아이폰 분위기를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메이트60 프로를 아이폰의 대체상품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는 얘기다.

미 투자회사 오펜하이머의 마틴 양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의 아이폰 금지 조치와 새로운 화웨이 스마트폰의 인기는 애플에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라며 “이 영향으로 애플은 2024년 아이폰 출하량 예상치의 1000만대를 잃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폰 출하량은 2억 2470만대로 이중 1000만대는 전체 출하량의 5% 수준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