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도 부른다…단식 이재명 내일 소환, 검찰 질문지 150쪽

최모란 2023. 9. 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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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표가 8일 국회 앞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9일 검찰에 출석한다. 다섯번째 검찰 소환 조사다. 검찰은 이 대표 소환조사를 하루 앞두고 최종 점검에 들어가는 한편, 쌍방울그룹의 이 대표 ‘쪼개기 후원’ 의혹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대북송금과 관련해 지난달 제3자 뇌물 혐의로 입건한 이 대표를 조사하기 위해 15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조사에는 송민경(사법연수원 37기) 부부장검사를 중심으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공판과 수사를 담당하는 박상용 검사(사법연수원 38기) 등 3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재명, 쌍방울 대북송금 알았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2019년 경기도가 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 500만 달러를 비롯해 당시 북측이 요구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핵심 쟁점은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북송금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다. 줄곧 의혹을 부인하던 이화영 전 부지사는 지난 6월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그룹에 경기지사 방북에 관해 얘기했고, 이 사실을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에게도 보고했다”며 일부 진술을 번복했다. 하지만 지난 7일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옥중 편지에선 “이 대표와 관련해 검찰에 진술한 검찰신문조서는 임의성(자발성)이 없는 상태에서 진술한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다시 부인했다.

쌍방울 측은 “이 대표도 비용 대납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7월 이 전 부지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성태 전 회장은 “당시 유력 대권후보였던 이 대표를 보고 북한에 돈을 보냈다. 대북송금 결정할 때마다 이화영을 통해 이 대표와 통화했다”고 밝혔다.

2018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무실에서 이화영 전 당시 평화부지사에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검찰 조사는 경기도가 도지사 방북을 추진한 이유와 경과, 특히 쌍방울과 동행 방북 협의가 이뤄졌는지에 집중될 전망이다. 검찰은 당시 유력 대권 후보였던 이 대표가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하고자 방북을 추진했던 것으로 의심한다. 압수수색을 통해 충분한 자료를 확보했고, 김 전 회장 등 쌍방울 관계자들이 자금 형성 및 대북송금 과정에 대해 상세히 진술한만큼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은 7월 27일 사건 당시 경기도 대변인이었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8월 4일엔 사건 당시 경기도 정책실장이었던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각각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쪼개기 후원' 의혹…수사 자료 유출도 조사


이 전 부지사의 재판 과정에서 제기된 ‘재판·수사 자료 유출’, ‘사법 방해’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재판 기록과 수사 자료가 이 대표의 SNS와 민주당 기자회견문 등에 활용되자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현근택 변호사가 유출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왔다.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 손진욱)는 현 변호사를 형사소송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3월 22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쌍방울그룹 계열사 나노스의 IR자료. 현재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에 대한 수사 자료다. 민주당 홈페이지 화면 캡처


지난 7월 13일 민주당 박찬대 의원과 이 전 부지사의 측근인 이우일 민주당 용인갑 지역위원장(직무대행)이 만난 뒤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이 공전된 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최측근인 신모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구속기소)에게 민주당 관계자가 도지사 방북 관련 공문을 요청한 부분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31일과 4일 소환 요청을 거절한 박 의원과 이 대표의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에게도 다시 참고인 조사 통보를 할 예정이다.

김 전 회장이 폭로한 ‘쪼개기 후원’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선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22일 이 전 부지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임직원 등 여러 명의 이름을 빌려 약 1억5000만원을 쪼개기로 이 대표 측에 기부했다”고 주장했다. 경선 기간 이 대표는 25억5366만원을 모금했는데, 500만원 이상 고액 후원자 23명에 김 전 회장은 물론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과 김세호 쌍방울 대표, 계열사인 광림의 사내이사 A씨 등이 등장한다.

검찰은 이날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검사와 수사관 등을 보내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에 대한 후원자 명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의료진·구급차 부르고, 청사 주변은 500여명 경력 투입


검찰은 조사 당일 이 대표의 단식이 10일차에 돌입하는 만큼 조사실 옆에 의료진을 대기시킬 예정이다. 구급차도 청사 인근에 배치한다. 이 대표 지지단체인 촛불연대와 보수단체 등 500여명도 수원지검 일대에 집회 신고를 한 상황이다. 또 이 대표가 지난 6일 SNS에 ‘9일 오전 10시30분 수원지검 후문으로 출석한다’는 글을 올리고 휴일이기도 한만큼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수원남부경찰서 소속 경찰 40명과 기동대 7개 중대 등 491명의 경찰관을 수원지검 정문과 후문에 투입해 집회 상황을 관리할 예정이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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