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훼손"vs"영화적 허구" '치악산' 개봉 하루전 판가름

원주시 "허위 사실로 노이즈마케팅"
영화제작사 "추상적 주장…침해 내용無"
12일 상영여부 법정서 결론

영화 '치악산'을 둘러싼 강원 원주시와 제작사의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개봉 하루 전날인 오는 12일 법정에서 극장 상영여부가 결론 난다.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박범석 수석부장판사)는 원주시와 대한불교조계종 구룡사 등이 영화제작사 도호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제기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문을 진행했다.

오는 1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치악산'(감독 김선웅)은 산악바이크 동아리 멤버들이 치악산에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1980년대 치악산에서 18토막 난 시신 10구가 발견됐고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됐다는 괴담을 극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원주시는 관광자원인 치악산과 시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반발하며 제작사와 갈등을 빚었다.

이날 원주시 법률대리인은 "원주 시민들은 치악산을 원주시와 사실상 동일하게 볼 정도로 긍지를 느낀다"며 "그런 산에서 토막살인이 일어났다는 허위 사실로 노이즈마케팅을 할 경우 시민들의 인격권과 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룡사와 원주축산업협동조합, 원주원예농협협동조합, 농업회사법인 금돈 측 대리인도 "치악산 브랜드에 청정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단체들이 있다"며 "상표 가치 침해에 따른 손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실제 발생한 적 없는 토막살인 괴담을 홍보와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거짓 정보와 인터넷 괴담 수준으로 영화를 제작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대했다.

이에 제작사 측은 "원주시, 구룡사 등의 명예나 재산을 직접적으로 침해할 내용이 영화에는 없다"라며 "브랜드 가치 침해에 따른 손해는 추상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미 '치악산'이라는 제목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출품됐고, 채권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영화 도입부에 '허구'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영화가 허구'라는 자막은 인트로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도입과 결말 두 차례 삽입한 상태"라고 말했다.

영화 '치악산' 측은 "현대사회에선 문화적 인식이 발달해서 특정 지명을 사용한 영화와 그 지역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 형성은 별개"라고 입장을 밝혔다.

노이즈마케팅으로 이득을 봤다는 주장에 대해 영화 측은 "각종 시사회 등이 취소돼 콘텐츠에 대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은 채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며 "신속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영화 개봉 하루 전인 12일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