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영화관③]'나선형 성장' 과도기…공연상영·공간사업이 돌파구 될까

이종길 2023. 9. 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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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3사 변신 전략, 4DX 등 특수관 활용
공연장 같은 현장감…임영웅 공연서 가능성 확인
클라이밍 체험 공간 차별화…축구장·게임장도
일시적 성과 그치기도…트렌드 변화·투자 비용 걸림돌

넷플릭스는 2007년부터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사업인 DVD 대여를 잡아먹는 꼴이지만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모델에서 게임의 규칙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DVD를 다양하게 매입해서 고객에게 빌려주면 그만이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보다 수십 배 복잡했다. 제작사로부터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일부터 어려워 영화를 다양하게 확보할 수 없었다.

넷플릭스는 영화 대여라는 중심축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이전 사업 모델과 간격을 벌려 나갔다. 동력은 자체 제작에서 구했다. 영화 대여사업으로 광범위하게 구축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관련 기업 인수, 인력 스카우트, 제작 기술 확보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했다. 원형을 유지하며 다양성을 추구한 나선형 성장은 척척 맞아떨어졌다. 다른 에너지와 빈번하게 충돌하면서도 자신을 휘고 뒤틀어 더 높이 도약했다.

최근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도 나선형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변신을 꾀한다. 기존 사업인 영화 상영을 유지하면서 공연 영상 제작과 공간사업으로 발을 넓혀간다. 전자는 이미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 CGV의 경우 올해에만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9만2539명)', '콜드플레이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라이브 앳 리버 플레이트(3936명)', '강다니엘: 마이 퍼레이드(5486명)' 등을 차례로 선보였다. 기존 영상을 토대로 한 편집과 팬덤에 의존하는 성격으로 일반영화만큼 흥행하진 못했다. 이미 공연을 경험한 관람객, 즉 충성도 높은 팬덤을 다시 끌어들일 힘도 빈약했다.

CGV는 4DX(오감 체험 상영관), 스크린X(스크린을 3면으로 확장한 상영관) 등 특수관을 활용해 빈틈을 메운다. 공연장 못지않은 현장감으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3년간 가장 흥행한 공연 실황인 임영웅의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25만702명)'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관람객의 약 68%(약 17만 명)가 스크린X로 관람했다. 오는 13일에는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를 국내 공연 실황 최초로 아이맥스에서 선보인다.

해외에서 이미 검증된 전략이다.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 AMC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에도 테일러 스위프트 순회공연 실황 '에라스 투어'가 예매 첫날에만 2600만 달러(약 346억 원)를 벌어들였다. 판매가 시작된 지 3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종전 최고 기록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의 1690만 달러(약 225억 원)를 넘어섰다. 가장 인기를 끈 상영관은 아이맥스. 약 250관의 입장권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할리우드 양대 노조인 작가조합(WGA)과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이 수개월째 동반 파업을 벌이면서 올 하반기 개봉작이 줄어든 가운데 영화관 업계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CGV는 한정적 국내 수요와 K-팝 열풍에 착안해 해외 배급에 열을 올린다.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의 경우 미국, 일본, 독일 등 서른여덟 나라에서 개봉한다. CGV 관계자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가 'NCT 드림 더 무비 : 인 어 드림'이었다"며 "해외 법인 사이트에 구축한 중계 시스템을 통해 콘서트 라이브 중계 등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가 찾은 또 다른 돌파구인 공간사업은 트렌드와 체험에 맞춰 전개되는 양상이다.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한 공간은 CGV의 클라이밍 짐 '피커스.' 7·8관을 암장으로 개조한 피카디리1958점을 시작으로 구로점, 신촌점 등에 마련했다. 하나같이 순이익을 내고 있어 연내 서울 한 지점에 추가로 조성할 방침이다. CGV 관계자는 "누적 이용객 수가 15만 명을 넘었다"며 "클라이밍 동호인은 물론 학생 체험학습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학교, 기업, 기관 등의 단체 방문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안정된 모델로의 진화에는 클라이밍 짐의 특성이 한몫했다. 암벽마다 요구하는 기술과 난이도가 제각각이다. 정기적으로 홀드 위치를 바꾸고 코스를 달리해 새로운 느낌도 부여한다. 선수 출신 전문가들이 직접 홀드 배열을 맡아 지루하고 권태로울 여지를 최소화한다. 피커스를 운영하는 김영진 훅클라이밍 부장은 "암벽마다 CCTV가 있고 안전책임자가 상주해 안전하게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는 이 밖에도 골프 스튜디오, 미니 축구장, 만화카페, 체감형 게임장, 전시, 크리에이터 스튜디오, 플래그십 스토어 등 다양한 공간으로 변화를 시도한다. 대다수가 일시적 성과나 단발성 이벤트에 그쳐 확장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빠른 트렌드 변화와 높은 투자 비용으로 안정성과 유효성이 낮다고 본다.

영화관 관계자 A씨는 "실제로 몇몇 사업은 구체화하기도 전에 무산됐다"며 "대체로 수요가 충분하지 않거나 장기화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공간사업 이용객의 영화 관람이나 영화 관람객의 공간사업 이용을 유도할 연결고리 또한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영화관 관계자 B씨도 "해외에 별다른 성공 사례가 없다. 제각각 상영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라며 "수년 내로 자리를 잡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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