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대령 측 "국방부 장관 명령 내용은 위법, 방식도 비겁"
[김도균 기자]
▲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8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오른쪽)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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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박 대령과 함께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 출석한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수사에 적극 협조해 사건의 본질에 맞게 수사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 누구를 빼라'는 식의 지침을 준 적은 없다는 취지로 한 발언을 두고는 "위법한 수사 개입의 전형적 모습"이라며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 장관도 그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얘기하지 않고 참모진을 통해 돌려 얘기하고 알아서 알아듣고 이행해주기를 바란 것 아니냐"면서 "내용 자체도 위법했지만 명령을 내리는 방식도 비겁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모호한 명령을 내리면서 속마음을 알아서 부하들이 수행해 주길 바라는, 전형적인 위법한 수사개입의 형식이라는 지적이다.
박 대령이 상부 외압을 증명할 수 있는 물증을 가지고 있는지, 추가 공개할 의사가 있는지에 질문에는 "외압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객관적 증거로 어느 정도 밝혀진 것이 아닌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내부 협의를 통해 공개할 건 공개하겠다"고 말해 추가적인 증거 공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날 박 대령은 따로 발언을 하지 않았다.
박 대령 측 "수사에 외압 있었고, 인지통보서 등 영장 없이 회수"
앞서 지난 8월 23일 박 대령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을 각각 공수처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로 고발했었다.
고발장에는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채 상병 사망 사건을 경찰에 넘길 때 수사 대상을 '직접적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라며 박 전 단장을 압박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 군사법원법과 대통령령인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 절차 등에 관한 규정' 그리고 관련 훈련 등에 근거한 정당한 권한 행사를 방해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 박 대령 측의 주장이다.
지난 7월 19일 경북지역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작전 중 급류에 휘말려 순직한 고 채아무개 상병 사건 초동수사를 지휘한 박 대령은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관할 경찰에 이관할 예정'이란 내용의 조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7월 30일 이 장관에게 대면 보고한 후 결제를 받았다. 이후 8월 2일 해당 보고서 등 관련 서류를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 장관이 박 대령의 보고 다음날인 7월31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채 상병 사고 관련 서류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았다"며 박 대령을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했고, 현재 박 대령은 군 형법상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박 대령은 채 상병 사고 보고서 등을 경찰에 인계할 때까지 이 장관이나 김 사령관으로부터 '보류하라'는 명시적 지시를 듣지 못했고, 오히려 유 관리관이 "(채 상병 사고 보고서에서) 혐의자와 혐의내용을 다 빼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제목을 빼라"며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장에 대해서는 박 대령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받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인지통보서 등 관련 기록을 권한 없이 회수해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또 군 검찰이 박 대령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 적시 없는"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것도 권한 없는 위법행위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로부터 인지통보서 등 관련 기록 일체를 회수한 것은 박 대령의 집단항명에 대한 증거기록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박 대령측은 "관련 법에 따라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한 인지통보서를 국방부 검찰단이 증거기록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원 발부 영장이 필요함에도 영장 없이 '회수'하여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1일 중앙지역군사법원은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에 대해 신청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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