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3개월 연속 흑자...한은 “흑자 기조 지속 분명해져”
한국의 대외건전성 지표인 경상수지가 3개월 연속 흑자를 나타내면서 정부의 ‘상저하고(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반등)’ 전망에 불씨를 키웠다. 다만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세가 연말까지 지속할 경우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35억8000만 달러 흑자로 4월 적자(-7억9000만 달러) 이후 3개월째 흑자를 유지했다. 경상수지가 3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한 것은 지난해 5~7월 이후 1년만이다. 1년 전(17억 달러 흑자)보다 흑자 폭이 커진 것도 올해 들어 처음이다. 다만 1∼7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60억1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265억7000만 달러)과 비교해 약 77% 줄었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지속하는 게 분명해졌다”며 “여러 경제기관의 경상수지 ‘상저하고’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상수지는 무역ㆍ서비스ㆍ소득 부문을 통틀어 얼마나 벌었거나(흑자) 잃었는지(적자)를 나타내는 지표다. 한 나라의 ‘실수입’을 보여주기 때문에 국가별 기초체력을 따질 때 중요한 잣대가 된다.
세부항목별로 국내 거주자와 해외 거주자의 상품 거래를 나타내는 상품수지(42억8000만 달러)가 4월 이후 4개월 연속 흑자를 나타냈다. 석유제품(통관 기준 -41.8%), 반도체(-33.8%) 등 수출(504억3000만 달러, -14.8%)이 전년동월대비 11개월 연속 줄었지만, 원자재(-35.7%)중심으로 수입(461억5000만 달러, -22.7%)이 더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입 의존도가 더 크게 줄면서 적자를 면했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다. 다만 승용차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5.7% 증가해 호조세를 이어갔다.
만년 적자인 서비스수지는 25억3000만 달러 적자로, 6월(-26억1000만 달러)보다는 적자 폭이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달(-7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적자 규모가 폭증했다. 특히 여행수지(-14억3000만 달러) 적자 폭이 지난달에 이어 1년 전(-8억4000만 달러)의 거의 2배로 커졌다.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되며 국내에서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한 여파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10일 한국에 대한 단체관광 비자 발급을 허용했지만, 그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내기업이 해외 현지법인 등으로부터 받는 배당이 늘면서 본원소득수지가 29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월부터 시행한 법인세 완화 조치에 기업이 해외 자회사에 쌓아두었던 유보금을 국내로 들여온 결과다. 한국 기업의 ‘자본 유턴’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이 부장은 “기업들의 해외유보소득 규모가 여전히 크고, 특히 IT(정보기술) 기업은 갈수록 해외실적부진이 완화될 것”이라며 “아직까지 배당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경상수지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하면서 4분기 들어선 수출도 더욱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부장은 “7월 경상수지는 전년동월대비로 18억8000만 달러 흑자”라며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경상수지의 전월대비 증감누적액이 -59억1000만 달러이고, 올해 2~7월 누적액은 77억9000만 달러로 2월 이후 개선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불황형 흑자’ 지적에 대해서도 “7월 수출이 주춤했는데, 8∼9월 감소세가 둔화하다가 4분기에는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유가 오름세가 연말까지 계속된다면 원유 관련 수입액이 늘어 상품수지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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