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우울할 땐 '햇살 추가'…마음대로 보는 세상
스마트안경으로 '보는 법' 혁신
시야 내 사람이름·교류이력 파악
관심사 공유도 가능
"향후 10년 동안 진행될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으로 ‘본다’는 의미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미래학자인 저자는 인터넷 혁명(1990년대)과 모바일 혁명(2000년대)의 다음은 ‘비전 혁명’이라고 전망한다. 지금껏 무엇을 볼까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보다’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것이라고 강조한다. 변화의 기폭제는 스마트안경이다. 저자는 "바라보는 ‘대상’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을 새롭게 ‘구성’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에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한다.
스마트안경은 우리의 미래 생활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관자놀이에서 측정한 뇌파와 피부전기활동 데이터를 분석해 기분을 파악하고 동공 움직임을 추적해 눈 앞에 펼쳐지는 장면에 역동적인 변화를 가한다. 기분이 우울할 땐 현실을 ‘수정’해 발랄한 분위기 연출도 가능하다. 흐린 하늘에 밝은 햇살 몇 줄기를 추가하고, 걸음걸이에 맞춰 신나는 음악을 재생할 수도 있고, 구름 사이로 ‘괜찮아 잘될 거야’와 같은 위로 아포리즘을 띄울 수도 있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시각적 현실을 저자는 ‘슈퍼사이트’라 명명한다.
슈퍼사이트의 핵심은 증강현실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추구하는 가상현실보다 현실에 정보를 덧입히는 증강현실은 이미 스포츠 중계에서 잘 구현되고 있다. 골프대회에서 공의 궤적이 포물선으로 표시되고, 야구 스트라이크 존이 네모난 상자로 그려지고, 축구 오프사이드 선이 직관적인 화면으로 비치는 것 모두가 증강현실 덕이다. 국내에서는 천편일률적 정보를 제공받지만 미국 프로농구에서는 2018년부터 ‘로토스코핑(실사 이미지에 애니메이션 합성)’ 기법을 활용해 경기 통계, 공 궤적, 슛 성공 등을 개인화된 애니메이션 효과로 제공하고 있다.
굳이 스포츠까지 가지 않아도 스마트안경을 착용하면 일상의 모든 화면에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일종의 정보 탭이 현실에 덧씌워져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진을 찍으면 상품 구매 정보를 보여주는 네이버 쇼핑 렌즈처럼 시야 내 정보 제공 기술이 이미 개발되어 있다. 현재는 방대한 정보에 매몰되지 않도록 시선이 가닿은 물체의 최적화된 정보만을 표출하는 고도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슈퍼사이트는 인간관계에도 혁신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다. 스마트안경을 착용하면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만났을 때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곤란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안경으로 보는 순간 이름은 물론 그간 교류했던 이력이 전부 표시된다. 설정해놓은 보안 정도에 따라 최근 관심사와 취향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정보를 이용해 빠르게 유대감을 형성해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 소통 능력이 부족한 자폐인의 경우 타인의 감정 인지에 도움을 받아 사회생활의 폭을 넓힐 수도 있다.
가장 큰 변화가 관측되는 건 의류 분야다. 이미 의류 분야에서는 입어보지 않고도 어울림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이 나와 있다. 일본의 마에자와 유사쿠는 ‘조조타운’이란 온라인 쇼핑몰을 설립해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고객에게 탁구공 모양의 흰색 점이 박힌 ‘유니타드’를 보네 카메라를 통해 신체 수치를 디지털 데이터화해 맞춤형 의류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트렁크 클럽’이나 ‘스티치 픽스’ 같은 회사는 한발 더 나아가 고객 취향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류를 예측 발송한다. 색깔, 취향, 용도 등을 예측해 주기적으로 다섯 벌의 옷을 배송하고 입은 옷만 결제한다. 굳이 개인이 결제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옷을 입고 집을 나서면 해당 의류가 자동 결제되는 기술이 상용을 앞두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자면 기업은 고객이 허용한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생생한 정보를 습득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고객의 표정과 생체 정보를 바탕으로 설문조사를 능가하는 신뢰도 높은 피드백을 도출할 수 있다.
채용에 이용될 수도 있다. 저자는 미래에는 슈퍼사이트가 개인에게 감정·업무 조언을 전하고, 관련해서 축적된 데이터의 열람 권한을 지원 회사에 제공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한다. 서로의 필요가 맞아떨어진다면 편리하고 확실한 방법이지만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저자는 슈퍼사이트가 개인의 권한을 침해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고 더 나아가 개인을 자신만의 세계관에 갇히게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스마트안경을 통해 다채로운 경험이 가능해지면 굳이 주위 사람들과 직접적인 교류를 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타인 이해 능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는 것. 그에 관한 해결책으로 저자는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뷰 전환’을 강조한다. 주관적 관점의 역지사지가 아닌 말 그대로 타인의 슈퍼사이트를 경험하면서 다른 세계를 접하는 것이 핵심이다. 저자는 "몰입적 경험이 개인화될수록 이 거품은 탈출할 수 없는 감옥이 된다"며 "사람들끼리 하이파이브하거나 서로 몸을 부딪쳐 친근함을 표시하듯이, 우리의 개인적 관점을 남들과 쉽게 동기화할 수 있어야 한다. (중략) 모두가 ‘같은 음악을 듣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강조한다.
슈퍼사이트 | 데이비드 로즈 지음 | 박영준 옮김 | 흐름출판 | 400쪽 | 2만1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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