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마음을 버티게 하는 것은 체력

2023. 9. 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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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 듯하다.

나도 캘린더를 보면 이걸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막막한 마음이 되지만 내일의 내가 어떻게든 해내고, 일의 잘됨과 안됨과는 관계없이 조금은 성장해 있기도 하다.

그런 체력을 믿고 잠을 줄이고 시간을 붙잡아 가며 일하고 있는 듯하다.

웃으며 일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결국 체력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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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기 교사들도 우리들도
마음뿐 아니라 몸도 잘돌봐야

마음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 듯하다. 하고 싶은 일이거나 해야 하는 일, 이것은 시간이 지나고 보면 어떻게든 해낸 일이 되고 만다. 나도 캘린더를 보면 이걸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막막한 마음이 되지만 내일의 내가 어떻게든 해내고, 일의 잘됨과 안됨과는 관계없이 조금은 성장해 있기도 하다.

얼마 전 친구 이원재 작가와 함께 경북 지역의 국어 교사 모임에 초청받았다. 북토크를 진행하는 동안 그가 말했다. 체력이 중요합니다, 교사들도 체력을 길러야 버틸 수 있습니다. 최근 교사들의 상실감이 크다. 공교육 멈춤의 날이 있었고 나의 친구 교사들도 거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동참했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북돋아야 할 것인가 나는 고민했으나, 그래 마음이야 다들 이미 하고 싶어서든 해야 해서든 넘치도록 가지고 있지 않은가. 마음이 몸을 지탱하기도 하지만 마음을 지탱하는 힘 역시 몸에서 나온다. 이원재 작가에게 전화하면 그는 종종 운동 중이다. 학교 체력단련실 같은 데서 뭐라도 들고 있는 듯하다. 그에게 뭐 그리 열심히 운동하느냐고 하면 짧지만 비슷한 답이 돌아온다. 살려고, 내가 살려고.

나는 요즘 바쁘게 산다. 책을 쓰는 일(작가로서의 일), 책을 만드는 일(출판사 대표로서의 일), 책을 파는 일(서점 운영자로서의 일), 말을 하는 일(강의하러 다니는 일) 그리고 종종 대리운전과 탁송, 양육까지. 새벽에 강릉에서 출발해서 점심에는 부산에 갔다가 저녁에는 인천으로 가고, 다시 다음 날 아침 강의를 위해 광주로 가고, 하는 게 일상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버텨내고 있다고 믿었으나 결국 이 기반에도 체력이 있다. 남들은 잘 모르지만 글을 쓰는 일보다는 몸을 쓰는 일에 자신이 있다. 고등학생 시절에도 체력장이라고 하던 체력측정에서 3개 종목은 계속 전교 1등이었다. 작년엔 동네에서 술을 한 잔 하다가 옆에 앉은 누군가가 아는 체를 해서 보니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20년 만에 만나 서로의 근황을 나누다 보니 그는 사회체육학과에 진학했고 근처에서 가게를 하고 있다고 했다. 옆엔 사체과 현역이라는 건장한 후배도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너보다는 제자리멀리뛰기를 잘했지, 하는 데로 이야기가 이어지고, 결국 술값 내기 멀리뛰기 시합이 벌어졌고, 생각보다 잘 뛰는 것 같으니 주변 사람들도 와서 심판을 봐주고, 결국 내가 이겼다. 그러자 사체과 현역이라는 그 후배가 분연히 일어나 뛰었으나, 그도 내가 한 뼘 정도 차이로 이겼다. 야밤에 벌어진 부끄러운 체육대회였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충분한 술안주가 된다. 내가, 나이 마흔 먹고, 사체과 현역 대학생을 이겼다.

그런 체력을 믿고 잠을 줄이고 시간을 붙잡아 가며 일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얼마 전 두 개의 강의를 하고 새벽 1시에 부산에서 강릉으로 운전해서 가다가, 두어 번 가드레일이 앞에 와 있는 순간이 있었다. 6시가 다 되어서야 강릉의 집에 도착했다. 모든 체력이 방전되었다고 몸이 알리는 듯해서 그날은 집에 들어가 쓰러져 누웠다.

웃으며 일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결국 체력에 나온다. 살기 위해 운동한다는 이원재 작가도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교사들도, 그리고 계속 살아가야 할 당신도, 마음뿐 아니라 자신의 몸을 잘 돌보길. 그래야 한 시절을 잘 버텨낼 수 있을 테니까.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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