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부 팔린 ‘허삼관 매혈기’…등단 40주년 작가 위화 “韓독자 문학 소양 높아”

한국에서만 '허삼관 매혈기'가 '인생'보다 인기
"문학적 소양 높은 탓"
'인생', 영화 아닌 문학으로 처음 받아준 건 한국

“지금껏 한국에서 소설 ‘인생’이 10만부, ‘허삼관 매혈기’가 25만부 팔렸다. ‘인생’보다 ‘허삼관 매혈기’가 더 많이 팔린 건 한국이 유일한데, 그건 한국인의 문학적 소양이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8일 서울 종로 서촌의 한 창작공간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위화(63) 작가는 한국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간담회는 등단 40주년을 맞아 ‘인생’과 ‘허삼관 매혈기’ 개정판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 위화 작가는 “중국 출판사는 인세는 잘 챙겨줘도 기념일은 안 챙겨주는데, 오히려 한국 출판사가 등단 40주년을 챙겨주어 너무 감사하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올해 등단 40주년을 맞은 중국의 위화 작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위화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모옌, 루쉰문학상을 수상한 옌롄커와 함께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1900년대 격동하는 20세기 중국을 ‘원청’ ‘형제’ ‘인생’ ‘허삼관 매혈기’로 그려내 주목받았다. 특히 1950년대 몰락한 지주 ‘푸구이’ 일가의 기구한 인생을 통해 혁명기를 견뎌내야 했던 민중의 거친 삶을 다룬 소설 ‘인생’은 장이머우 감독 연출, 배우 공리 출연의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졌다. ‘허삼관 매혈기’는 피를 팔아 가족을 지탱하는 ‘허삼관’의 삶을 통해 지난한 가족 사랑을 따스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배우 하정우 감독의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그는 “중국에서 개봉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해적판으로 보게 됐다”며 “이점은 하정우 감독이 잘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웃어 보였다.

그의 작품 ‘인생’이 국내에 처음 출간된 건 1996년. 이후 1999년 ‘허삼관 매혈기’가 출간되고 2000년 초까지 4편이 작품이 선을 보였다. 그는 “‘인생’이 한국보다 먼저 프랑스, 그리스, 네덜란드에서 출간됐지만 그건 영화의 영향이 컸다. 순수하게 문학작품으로 주목해준 건 한국이 처음”이라며 “내 작품을 사랑해주는 한국을 자주 찾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억에 남는 한국 작가로는 이문열을 꼽았다. 그는 “과거 중국에 한국 작가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 처음으로 봤던 작품이 이문열 작가의 소설이었다. 해외 문학행사에서 몇 번 만났는데 대화가 잘 통했다”며 “한국에서 만나려 하니 그가 우파라며 주변 좌파 인사들이 말려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 ”고 농담을 전했다.

차기작은 2편을 준비 중이다. 기존 기조처럼 묵직한 삶의 무게를 담은 장편과 그런 기조에서 탈피해 웃음을 담은 단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년 중국의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 속에서 올해 수상을 기대하냐는 질문에는 “아직 한국에서도 상을 못 받았는데, 세계적인 상이라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