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야, 버려야"…총선 앞두고 거칠어지는 '정청래의 입'
'공천' 앞두고 '존재감' 드러내기
내년 4월 총선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의 발언 수위가 과격해지고 있다. 총선의 핵심인 공천을 따내기 위한 '셀프 스포트라이트'로 해석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시작된 21대 정기국회가 오는 12월에 종료된다. 해당 일정을 고려했을 때 올해 말부터가 본격적인 총선 준비 돌입 시기인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에 지역구를 둔 어느 국회의원은 하루에 두 번씩 지역구를 찾는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거친 발언도 서슴치 않고 있다. 이 시기는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우스겟 소리가 적용되는 때로, 미담보다 상대를 공격하고 비판하는 언행들이 언론에 조명되는 시기다.
이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무기한 단식 투쟁에 나선 뒤 열리고 있는 장외집회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발언이 눈에 띈다.
정 최고위원은 전날 오후 국회본청 앞에서 열린 '제5차 윤석열 정권 폭정 저지 민주주의 회복 촛불문화제'에서 "바다에 버릴 것은 일본 후쿠시마 핵폐수가 아니라 윤석열 독재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최측 추산 민주당 지지자 3000명이 운집했다. 집회에 참석한 지지자들은 LED 모형 촛불을 들고 연신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그는 같은 날 촛불집회에 앞서 열린 '윤석열 정부 새만금 예산 삭감 규탄대회'에서도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정 최고위원은 주최 측 추산 2000명이 모인 자리에서 마이크를 들어 "죽일 것은 새만금 예산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의 못된 독재, 그것을 죽여야 민주주의가 살고, 대한민국이 살고, 새만금이 산다"며 "윤 정권은 거짓말 정권이자 사기 정권"이라고 발언 수위를 끌어올렸다.
민주당에서는 정기국회 회기 중 무기한 단식에 나선 이 대표를 찾아 '동조 단식'을 인증하는 등 소위 '충성 경쟁'도 한창이다.
이 중 정청래 최고위원은 자칭 '제1호 릴레이 동참 단식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서영교·박찬대·정청래 최고위원에 이어 윤영덕·신정훈·서영석·윤재갑·백혜련·소병철·민형배·양이원영·김병주·문정복 의원 등이 일일 단식에 동참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농성장에 방문한 인사들 명단을 취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의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행태도 재조명됐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출퇴근 단식' 중인 이 대표를 비판하자 정 최고위원은 "동참과 성원을 부탁한다"고 감쌌는데, 사실 정 최고위원은 4년 전인 2019년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당시 야당) 대표의 단식 투쟁을 두고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출퇴근 단식은 처음 봤다"고 조롱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정 최고위원의 정기국회 회기 중 단식에 대한 과거 비판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황 전 대표가 단식에 돌입한 당시와 현재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 시기도 정기국회 회기 중이다.
이와 관련, 정 최고위원은 당시 황 전 대표를 겨냥해 "단식은 최후의 수단인데 지금 정기국회 중에 야당 대표가 단식을 한다는 것은 좀 안 맞는 콘셉트"라며 "황 대표는 '나라가 위기다' 이렇게 주장하지만 내가 볼 땐 황교안의 위기이고, 그걸 탈출하기 위해 단식을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선택적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 최고위원의 입은 당 내부를 향할 때도 있다. 지난달 민주당 이슈의 중심에 섰던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제시한 '대의원제 권한 대폭 축소' 혁신안으로 인해,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의 불만이 터져나오자 정 최고위원이 이들을 향해 '집단 항명'이라면서 "몇몇이 강물을 역류시켜 산으로 흘러가게 할 수는 없다. 혁신위를 반대하는 자는 역사가 기록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에 비명계로 꼽히는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의원제를 무력화하는 혁신안이 정청래 당대표 만들기용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게 사실이면 당을 완전히 망하게 하는 길"이라고 우려했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초선 의원도 당시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이 정말 망하려고 작성을 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정 최고위원의 입을 두고 일각에서는 그만큼 총선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 최고위원에 대해 "공천권을 쥔 당대표의 눈에 띄려는 전략인 듯 하지만 그는 '무늬만 친명(친이재명)'이라는 당 안팎의 평가가 있다"며 "강한 발언을 하는 인사들 발언 수위를 보면 총선이 임박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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